[커버스토리-한국 경제 짓누른 ‘新 3고’②]

한국 경제가 고물가·고환율·고금리란 ‘신(新) 3고(高)’ 위기에 직면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청구서’가 들이닥치고 있고, 중동 리스크는 유가 압력을 다시금 높이고 있다. 총선 리스크에 고유가까지 겹치며 한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파고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1400원을 터치한 고환율 시대는 물가의 복병으로 작용할 터다.

미국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대신에 더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되는(higher for longer) 상황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연내 금리 인하가 확실시 되었던 예측은 틀린 것일까. 오늘을 만든 장면들을 짚었다.

'바이드노믹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11월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공급망 회복력 강화 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이드노믹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11월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공급망 회복력 강화 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이어진 ‘아메리카 퍼스트’는 미국 경제에 빛과 어둠을 동시에 가져왔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1년 11월 전년 대비 6.8% 상승하며 3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위해(또는 정권 창출을 위해)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무리한 경제 부흥책을 쏟아낸 결과였다.

경기부양을 위해선 재정지출과 통화완화 정책이 모두 필요했다. 미국 기준금리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2020년 3월 1.25%에서 1.00%포인트 인하한 0.25%로 조정된 이후 무려 2년간 동결됐다. 사실상 ‘제로 금리’였다.
고금리 촉발한 인플레이션 [한국 경제 짓누른 ‘新 3고’②]
정부의 재정지출도 막대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트럼프 감세’와 팬데믹을 만나 폭발적으로 급증했다. IMF에 따르면 미국 정부 부채는 2019년 GDP의 108.8%에서 2020년 134.5%로 늘었다. 코로나가 직격타였다. 2020년에는 GDP의 14.9%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2020년 GDP가 20조8937억달러(약 3경원)이므로 재정적자가 GDP의 1%만 발생해도 300조원이 넘는 적자가 쌓인다. 천문학적인 빚이었다.

IMF가 나서 미국의 재정적자에 경고등을 켰지만 트럼프의 뒤를 이은 바이든도 ‘제조업의 르네상스’와 ‘녹색경제’에 각종 보조금 지급을 펴 재정지출을 더 줄일 순 없었다.

정부는 돈을 풀고, 한국과 대만에서 대규모 시설투자 자금이 들어오자 미국에서는 모든 것이 오르기 시작했다. 인건비가 대표적이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 의장.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 의장. 사진=연합뉴스
물가가 급등하자 Fed가 등판했다. 2022년 1월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미국 경제에 더 이상 부양책이 필요하지 않다”며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우리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되돌리기 위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다.

Fed의 제1의 목표는 물가안정, Fed가 정한 미국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2%다. 6.8%에서 2%까지 갈 길은 멀었다. 2%에 맞추려면 강한 긴축이 필요했다. Fed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기구인 FOMC는 2022년 3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2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제로 금리’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

조정은 가팔랐다. ‘빅스텝(0.5%p)’에도 물가가 잡히지 않았다. 금리인상이 한창이던 2022년 6월 CPI는 무려 전년 동월보다 9.1% 상승했다. 1981년 11월 이후 41년 만의 최고치였다. Fed도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으로 나는 물가를 쫓았다. 2022년 1월 0.25%에서 시작한 금리인상은 2023년 7월 5.50%가 되어서야 멈춰섰다. 이 달(2023년 7월)의 CPI는 3.2%였다.

목표치인 2%는 요원했다. 하지만 금리인상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Fed는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대신에 동결을 선택했다. 매파와 비둘기파가 Fed 위원들의 한마디에 설전하는 동안 시장은 금리인하에 기대를 걸었다.

FOMC도 이러한 분위기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12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기준금리가 이번 긴축 사이클의 고점이거나 고점 부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만큼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시장은 6월 금리인하에 무게를 뒀다. 미국의 금리 추이를 예측할 수 있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는 Fed가 6월 첫 번째 금리인하를 시작해 올해 0.25%포인트씩 총 4번(총 1%포인트) 낮출 확률이 가장 높다고 예상했다. 6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58.2%까지 치솟았다.

시장의 기대가 무너진 건 4월 10일 공개된 미국의 3월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다. 이날 미 노동청은 3월 CPI 상승률이 3.5%로 2월(3.2%)에 비해 0.3%포인트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3.7%)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시장 전망치(3.4%)도 넘어섰다.

Fed의 금리인하 시점이 6월보다 더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페드워치에 나타난 6월 기준금리 동결 확률은 81.1%로 뛰었다. ‘끈적거리는’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 국채금리는 치솟고, 상승하던 뉴욕증시 주요 지수 선물은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완벽한 ‘쇼크’였다.

③편에서 계속…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