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한국 경제 짓누른 ‘新 3고’]

한국 경제가 고물가·고환율·고금리란 ‘신(新) 3고(高)’ 위기에 직면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청구서’가 들이닥치고 있고, 중동 리스크는 유가 압력을 다시금 높이고 있다. 총선 리스크에 고유가까지 겹치며 한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파고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1400원을 터치한 고환율 시대는 물가의 복병으로 작용할 터다.

미국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대신에 더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되는(higher for longer) 상황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연내 금리 인하가 확실시 되었던 예측은 틀린 것일까. 오늘을 만든 장면들을 짚었다.

이란이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이 요르단 암만에서 목격된 모습. 미국군과 영국군은 이스라엘 상공에 도착하기 전 다수 드론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이 요르단 암만에서 목격된 모습. 미국군과 영국군은 이스라엘 상공에 도착하기 전 다수 드론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Fed를 따라 한국은행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에서 ‘고물가’와 ‘고금리’ 전쟁이 일어나고 있을 때 세계경제를 강타하는 또 다른 전쟁이 발발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건이다.

이날의 전쟁으로 2020년 4월 ‘마이너스 유가(세계적인 원유 수요 감소와 맞물린 공급과잉으로 인해 원유 선물 가격 급락)’ 사태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오던 국제유가(브렌트 기준)는 침공 직후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그해 3월 8일엔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석탄을 수입 금지한다고 발표하면서 유가는 127.98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다. 유가 상승은 곧 물가의 상승. 미국이 연이은 빅스텝(0.5%p)으로 기준금리를 올려도 ‘고유가’에 미국 CPI가 전년 대비 8~9%에 달하던 때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이 유가의 상승폭보다 더 급격했다. Fed가 자이언트스텝(0.75%p)을 단행하면서 유가도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금리인상이 달러 가치를 끌어올리면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값은 하락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수가 있었다. 전쟁의 일상화다.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의 노력으로 유가는 잡히는 듯했지만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이어 중동에서 파열음이 났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2023년 10월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2024년 1월엔 예멘의 홍해 사태가 발발했다.

그때마다 유가는 뛰었다. ‘2%’ 물가안정의 목표치로 가기 위한 Fed의 노력도 번번이 헛수고로 돌아가야 했다.

2024년 4월 미국 기준금리의 향방을 결정지을 CPI도 전쟁의 변수 앞에 놓여 있다. 지난 4월 13일(현지 시간)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한번 고조되고 있다. 이날 유가는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상승했다. 전쟁이 확전되면 국제유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인근 해협이 봉쇄되면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고유가로 이어진 전쟁의 일상화[한국 경제 짓누른 ‘新 3고’③]
‘3월 CPI 쇼크’를 받은 미국으로선 고유가는 치명타다. 이란의 보복 공격이 예고되었으므로 리스크가 선반영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씨티의 상품 전략팀장인 막시밀리언 레이튼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미 유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브렌트유 단기 전망치를 기존 80달러에서 88달러로 상향하는 데 그쳤다.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9일 이스라엘은 이란의 보복 공습에 맞서 이란 본토에 대한 재보복을 감행했다. 계속된 변수다.

④편에서 계속…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