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고물가·고환율·고금리란 ‘신(新) 3고(高)’ 위기에 직면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청구서’가 들이닥치고 있고, 중동 리스크는 유가 압력을 다시금 높이고 있다. 총선 리스크에 고유가까지 겹치며 한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파고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1400원을 터치한 고환율 시대는 물가의 복병으로 작용할 터다.
미국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대신에 더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되는(higher for longer) 상황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연내 금리 인하가 확실시 되었던 예측은 틀린 것일까. 오늘을 만든 장면들을 짚었다.
3월의 CPI 쇼크와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커진 뒤 시장에서는 미국 기준금리가 더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되는(higher for longer) 상황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파월 의장도 입장을 바꿨다. “(금리 인하란) 더 큰 확신을 갖기까지 멀지 않았다(not far)”고 말했던 그는 지난 4월 16일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 3달간 물가 지표마저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파월 의장도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기존 정책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관련 워싱턴 포럼 행사에서 “최근 경제 지표는 확실히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그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현재의 긴축적인 통화정책 수준을 필요한 만큼 길게 유지할 수 있으며, 동시에 노동시장이 예상 밖으로 위축된다면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상당한 완화 여지를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진전을 보일 때까지 현 5.25∼5.50%인 기준금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증가로 국채 발행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시장을 더욱 억누르는 요소다. 미국 재무부는 5월에 3860억 달러가량의 국채를 추가로 매각할 예정이다.
가뜩이나 재정적자를 줄이기 어려운데 오는 11월은 미국 대선이 있다. 월가에서는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국채 발행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초 누구나 예상했던 정치가 경제를 좌우하는 ‘폴리코노미의 습격’이다. 월가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알리안츠그룹 고문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 또한 주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타이트한 노동시장과 같은 공급망 압력이 경제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 미국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에서도 미 경제가 성장세를 지속하는 ‘노랜딩(no landing·무착륙)’ 시나리오가 힘을 받는다.
Fed의 금리인하가 부적절하다고 계속 지적해온 월가의 구루들은 연내 금리인하 시나리오에 고개를 내젓는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블룸버그TV에 출연해 “다음 Fed의 조치는 ‘금리인하’가 아닌 ‘금리인상’일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인상 가능성은 15~25%”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데이터로 볼 때 6월에 금리를 내리는 것은 지난 2021년 여름 Fed가 저지른 오류에 필적하는 위험하고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지금 당장 금리인하는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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