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상무 시절인 2003년 요셉의원 설립자 고(故) 선우경식 원장과 함께 서울 영등포 신림동 쪽방촌을 방문한 모습.  사진=위즈덤하우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상무 시절인 2003년 요셉의원 설립자 고(故) 선우경식 원장과 함께 서울 영등포 신림동 쪽방촌을 방문한 모습. 사진=위즈덤하우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쪽방촌의 극빈 환자를 치료하는 요셉의원에 20년 넘게 남몰래 후원을 이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고(故) 선우경식 요셉의원 설립자의 삶을 소개한 전기 '의사 선우경식'에 기술된 내용을 통해서다.

책 27페이지의 '쪽방촌 실상에 눈물을 삼킨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 부분에는 평소 사회공헌에 관심을 가져왔던 이 회장이 상무 시절인 2003년 서울 영등포 쪽방촌에 위치한 요셉의원 직원의 편지를 받고 요셉의원을 방문한 일화가 소개됐다.

가톨릭대 의대 출신인 선우 원장은 미국 대형병원의 전문의, 한국의 의대 교수 자리를 모두 버리고 1987년 7월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 진료를 해주는 요셉의원을 개원한 뒤 2008년 별세하기 전까지 평생을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봉사했다.

그의 선행이 알려지며 '쪽방촌의 성자'로 불렸다. 그는 13회 호암상 사회봉사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당시 선우 원장의 선행에 감명을 받고 요셉의원을 방문했는데 삼성 측에서는 언론에 이 소식을 알리지 않기를 원해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

책에 따르면 2003년 6월 이 회장이 처음 요셉의원을 찾았을 때 선우 원장은 이 회장에 쪽방촌에 방문한 적이 있는지 물었고, 이 회장이 흔쾌히 동의하면서 요셉의원 근처의 쪽방촌 가정을 찾게 됐다.

쪽방에서 네 명의 가족이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이 회장은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당시 동행했던 직원은 열악한 환경에서 사람이 사는 모습을 처음 봤기에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은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쪽방 골목을 돌아본 뒤 다시 요셉의원으로 돌아온 이 회장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선우 원장에게 "솔직히 이렇게 사는 분들을 처음 본 터라 충격이 커서 지금도 머릿속이 하얗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이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양복 안주머니에서 준비해온 봉투를 건넸다. 봉투 안에는 1000만원이 들어 있었는데, 그 이후부터 이 회장은 매달 월급의 일정액을 기부하기 시작했다. 이후 20년 넘게 외국인근로자 무료진료소, 어린이 보육시설 등에 기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