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강원도 원주 골프장서 골프공 눈에 맞아 실명
검찰, 골프장·타구자 재수사

*기사 내용과 무관(한경DB)
*기사 내용과 무관(한경DB)
강원도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티샷 공에 맞아 실명한 30대 여성 골퍼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재수사에 나섰다. 골프장 경영진을 포함해 타구자의 책임여부를 다시 따져보기 위해서다. 앞서 1심 법원은 ‘카트 하차 후 타구자 후방에 있게 해야 한다’는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캐디에게만 유죄 판결을 내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경찰에 송치한 피고소인 4명 중 골프장 캐디 ㄴ씨만 기소되고 나머지 3명은 불기소한 사건에 대한 재기수사 명령을 서울고검 춘천지부에서 받아 절차를 진행 중이다.

2021년 10월 3일 오후 1시 원주의 한 골프장 4번 홀에서 당시 ㄱ씨를 포함한 여성 2명과 남성 2명 등 4명의 라운딩을 도운 캐디 ㄴ씨는 티박스 좌측 10m 전방에 카트를 주차한 뒤 남성 골퍼에게 티샷 신호를 했다. 남성 2명이 먼저 순서대로 친 티샷이 모두 전방 좌측으로 날아가 OB가 된 상황에서 멀리건 기회를 얻어 재차 친 공이었다. 해당 공이 또다시 전방 좌측의 카트 방향으로 날아가 카트 안에 있던 ㄱ씨의 눈에 맞아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안구를 적출했다.

이에 피해자 ㄱ씨 측은 캐디 ㄴ씨뿐만 아니라 골프장 경영진, 남성 골퍼를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ㄴ씨만 업무상 과실 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골프장 경영진과 남성 골퍼 등은 과실 없음으로 불기소했다.

당시 해당 골프장의 구조상 홀 티박스 뒤쪽에 카트를 주차할 수 없는 이례적 구조였다. 1심 재판부도 이 점을 인식했으나 캐디인 ㄴ씨만 재판에 넘겨진 상황에 ㄴ씨의 과실여부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해당 골프장은 사건 발생 후 안전상의 이유로 해당 홀의 티박스의 구조를 변경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카트는 세우고 손님들은 모두 내리게 한 뒤 플레이어의 후방에 위치하도록 해야 한다’는 매뉴얼 등에 어긋나게 경기를 운영한 과실이 ㄴ씨에게 있다고 판단해 금고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상당한 불운이 함께 작용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은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캐디로서 사건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기본적인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채 안일하게 대처한 점이 인정된다”며 “피해자에 대한 별다른 사고나 피해 보상 노력이 없어 무책임한 태도에 비추어 실형 선고를 면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례적인 골프장을 설계한 골프장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 “캐디한테만 책임을 씌우는 건 과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1심 판결에 불복해 ㄴ씨가 항소하며 해당 사건은 춘천지법에서 2심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