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금융그룹에서 38년간 근무한 오 대표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지난해 금융투자업계를 덮친 주가연계증권(ELS),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악재를 피했다. 우발채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PF에 보수적으로 대응한 점이 주효했다. 최근 문제가 된 브리지론도 전체 PF 규모의 10%에 불과한 수준이다.
여기에 리테일과 투자은행(기업금융), 트레이딩 부문에서 펼친 선택과 집중 전략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리테일은 적극적인 위탁매매 시장점유율 상승 정책으로 전년 대비 24% 성장했다.
특히 오 대표는 지난해 차액결제거래(CFD) 비즈니스 도입을 중단해 하한가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CFD 거래는 고객과 회사 모두에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고 이에 서비스 출시 직전 도입을 철회했다. 또 올해 초부터 대규모 손실을 일으키고 있는 ELS는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비즈니스를 축소해왔다. 발행액을 기준으로 전체 시장점유율이 1% 수준이다.
실적도 선방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연결 실적 기준 영업이익 1613억원, 당기순이익 1358억원이라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6.4% 하락했지만 당기순이익은 3.1% 상승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6822억원, 당기순이익 685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계열사 배당을 통한 4800억원의 일회성 수익을 제외해도 영업이익 2022억원, 당기순이익 205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7.5%, 137.7% 증가했다.
오 대표가 리스크 관리에 철저하게 나서는 이유는 ‘신뢰 리더십’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오 대표의 경영 철학은 주주친화정책에서도 나타난다. 대신증권은 증권업계 유일하게 26년 연속 현금배당을 진행했다. 오 대표가 취임한 2020년부터는 별도재무제표 기준 30~40%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오 대표는 증권 본업 외형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증권업에서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한 첫 발걸음으로 대신증권은 올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 종투사로 지정될 경우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나는 등 IB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계열사 배당과 자산재평가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한데 이어 올해에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별도 자기자본 3조원을 넘겼다. 이에 더해 본사 사옥 매각 등으로 안정적인 자본 확대를 통해 새로운 사업영역에도 도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오 대표는 “2024년은 대신증권이 퀀텀점프를 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자본 확충을 통해 상위 증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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