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워 금융인 30]
‘한국 금융’을 움직이는 베스트 CEO…함영주 회장 등 영광의 30인 [2024 파워 금융인 30]
첩첩산중이었다. 2023년 금융환경은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계부채가 시한폭탄이었다. 제2금융권은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았고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는 거대한 암초였다.

시시각각 변하는 금융환경에서 금융 업계는 위기관리와 새로운 성장의 모색이라는 이중적 과제를 맞닥뜨려야 했다. 위기 극복 능력과 미래를 보는 직관이 동시에 요구되는 시기, 한국의 금융 리더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변화 시대를 헤쳐나가고 있다.

<한경비즈니스>는 뛰어난 역량과 리더십으로 금융 혁신을 선도하는 리더를 선정하기 위해 2019년부터 매년 ‘파워 금융인 30’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평가지표에는 재무성과뿐 아니라 주주 중시 경영, 금융 소비자 보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역량, 여기에 개인적 역량인 리더십까지 따져 묻는다. 좋은 리더는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난다. 올해로 6회 차를 맞은 ‘파워 금융인 30’, 영광의 리더를 소개한다.

약력 : 1956년생, 단국대 회계학과, 1980년 서울은행 입사, 2002년 수지지점장, 2013년 충청사업본부 부행장, 2015년 통합은행장, 2016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2022년 하나금융지주 회장(현)
약력 : 1956년생, 단국대 회계학과, 1980년 서울은행 입사, 2002년 수지지점장, 2013년 충청사업본부 부행장, 2015년 통합은행장, 2016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2022년 하나금융지주 회장(현)
기업 재무 담당자와 금융 애널리스트가 선정한 파워 금융 CEO 최강자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선정됐다.

함 회장은 양적 평가, 질적 평가, 개인적 역량 평가 등 3개 항목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년도 평가보다 6계단이나 껑충 뛰며 2023년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유지한 17인, 새로운 8인 특히 함 회장이 높은 평가를 받은 건 ESG 역량과 주주 중시 경영 그리고 리더십 부문이다.

하나금융은 2023년 연간 실적 감소에도 최근 주주환원 정책 강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주가 저평가 해소 및 주주가치 지속적인 증대를 위해 전보다 많은 자사주 매입 소각을 결정했다.

여기에 ESG 경영을 통한 포용금융도 밀어붙였다. 저출산, 청년, 외국인, 스타트업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하나금융의 포용금융이 활용됐다.

비전 제시와 리더십에서도 출중한 성적을 냈다. 함 회장은 연말연시 고금리 상황을 언급하며 “우리(금융업계)의 성공방정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 화제를 낳았다.
‘한국 금융’을 움직이는 베스트 CEO…함영주 회장 등 영광의 30인 [2024 파워 금융인 30]
함 회장을 비롯해 톱7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박종문 삼성증권 사장,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이승열 하나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하 가나다순)이다.

이 중 카카오뱅크 윤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톱7 자리를 놓치지 않았으며 인터넷은행 CEO 중에서도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카뱅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8년을 함께한 윤 대표는 지난해부터 ‘동남아’를 조준하며 국내를 넘어 아시아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과 진옥동 회장도 순위를 놓치지 않는 ‘최강’ 리더다. ‘애플페이’ 도입으로 금융업계 전반에 지각변동을 불러온 정태영 부회장은 카드업계의 전반적인 부침 속에 전년도 1위에서 내려왔지만 톱7을 유지했다.

톱7의 새로운 얼굴에는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박종문 삼성증권 사장 등 3인이 자리했다.

하나의 이 행장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3조4766억원으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냈으며 신한의 정 행장은 해외시장에서 사상 최대 이익을 내는 등 각각의 리딩 뱅크 경쟁을 이어갔다. 이로써 하나와 신한은 그룹 회장과 은행장이 모두 톱7에 오르는 성적을 냈다.

박종문 사장은 톱7 중 유일한 올해의 신규 선임 CEO다. 지난 한 해 부동산 PF발 증권업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연간 실적에서 선방한 것에 더해 박 사장의 개인적 역량 스코어가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는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사장 및 금융경쟁력제고 태스크포스(TF)장 출신으로 삼성 금융사의 미래 먹거리 및 시너지 창출을 선두에서 지휘한 인물이다.

이번 조사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굳건하게 ‘파워 금융인 30’의 자리를 지킨 CEO들은 총 17인이다.

윤호영 대표와 정태영 부회장, 진 회장과 함 회장 등 톱7의 4인을 비롯해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 김성현 KB증권 대표,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정종표 DB손해보험 사장 등이 올해도 좋은 점수를 받으며 ‘파워 금융인 30’에 안착했다.

이 중 김용범 부회장은 보수적인 금융업계에서 다양한 변화와 혁신을 시도해온 경영자로 손해보험업계 만년 5위였던 메리츠화재를 8년 만에 업계 2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지난해 11월 화재에서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23년 금융업계의 리스크 관리가 제1의 목표로 떠오르면서 CEO 변화도 잦았다. 이번 조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임 CEO에 이어 올해에도 기세를 이어간 금융권 리더로는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박종문 삼성증권 사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엄주성 키움증권 사장,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 장원재 메리츠증권 사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등 8인이 있다.

이들은 연말연시 새롭게 CEO에 오른 신임 대표로 이제 막 업무를 시작한 초선이다. 한경비즈니스 ‘파워 금융인 30’은 현재 한국 금융을 대표하는 리더를 뽑는다는 취지하에 재임 기간에 상관없이 조사 시점을 기준으로 CEO를 선정한다. 신규 CEO임에도 불구하고 선정됐다는 뜻은 취임 첫해의 주목도만큼이나 이들 기업에 대한, 또 신규 CEO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양종희 회장은 지난해 11월 KB금융의 새 얼굴이 됐다. 9년간 그룹을 이끈 윤종규 회장의 포스트로 ‘준비된 CEO’란 평가를 받는다. 앞서 KB금융 경영승계 육성 후보군에서 부회장단 3인 중 가장 먼저 부회장에 올랐으며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평직원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최초의 사례”라는 내부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PF 사태로 증권사의 위기가 가속화된 만큼 증권 CEO의 얼굴이 가장 많이 달라졌다. 김미섭 부회장과 박종문 사장, 엄주성 사장, 윤병운 사장, 장원재 사장 모두 내부 통제 등의 ‘리스크 관리’와 주주가치 극대화, 질적 성장이란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다.

작년 조사에선 오르지 못했지만 올해 톱30에 진입한 ‘진격의 CEO’도 있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 조병규 우리은행장,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 등 5인이다.

특히 증권 CEO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신영증권은 1971년부터 지금까지 53년 연속 흑자를 낸 ‘알짜’ 금융사로 지난해 PF 위기에서도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둔 경영으로 당기순익이 전년 대비 43.5% 증가하는 발군의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 금융’을 움직이는 베스트 CEO…함영주 회장 등 영광의 30인 [2024 파워 금융인 30]
‘한국 금융’을 움직이는 베스트 CEO…함영주 회장 등 영광의 30인 [2024 파워 금융인 30]
하나·신한의 리딩 금융 경쟁‘2024 파워 금융인 30’은 금융그룹에서 5인, 은행 4인, 인터넷은행 1인, 증권 10인, 보험 6인, 카드 4인 등 업종별로 다양한 CEO들이 탄생했다. 금융그룹별로는 하나와 신한이 모두 각각 4개사에서 CEO를 배출하며 치열한 ‘리딩 금융그룹’ 경쟁을 펼쳤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번 파워 금융인 30에 아쉽게도 여성 CEO는 없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KB증권의 박정림 전 사장이 유일무이한 여성 CEO로 이름을 올렸으나 박 전 대표가 지난 연말 퇴진하면서 여성 리더는 사라졌다. 한국 금융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인지도 모른다. [어떻게 조사했나]‘2024 파워 금융인 30’은 금융 선진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를 선정하는 조사다.

올해 6회째를 맞은 이 조사는 나이스평가정보의 도움을 받아 비상장사를 포함한 한국 금융사(금융지주·은행·증권·생명보험·손해보험·신용카드) 중 매출액(2023년 3분기 기준)을 기준으로 상위 70곳을 추려 이들 금융사의 CEO 70인을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이후 금융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70명의 CEO에 대한 평가 설문을 진행했다. 금융 산업의 주요 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대기업(비금융 회사)의 재무 담당 책임자와 한국 금융 산업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는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에게 응답을 받았다.

설문은 양적 평가, 질적 평가, 개인적 역량 평가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양적 평가에는 ‘재무 성과’, 회사와 주주 사이의 적절한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주주 중시 경영’이 포함됐다. 질적 평가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역량’과 ‘금융 소비자 보호’, 여기에 명확하고 현실성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개인적 역량에는 리더십과 글로벌 역량, 디지털 역량이 포함됐다.

설문 응답자들은 업종에 상관없이 CEO 5명을 선정해 각 항목에 따라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이 점수를 합산한 최종 순위에 따라 ‘2024 파워 금융인 30’을 선정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