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기후공시 의무화, 변호사·회계사 등 '사(士)자' 직업에 호재
기업들의 기후공시가 의무화 됨에 따라 변호사·회계사 등 이른바 '사(士)자' 직업 종사자가 일하는 로펌, 회계법인 등의 컨설팅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25일 한화증권에 따르면 국내 ESG 공시 기준은 기후공시부터 의무화된다. 금융위원회가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G 공시기준)의 초안을 22일 발표한 가운데 정부는 작년 2월 ESG 금융추진단을 신설하기로 했다. ESG 공시기준 제정을 위해 이해관계자와 수차례 논의 한 끝에 ‘기후’ 분야부터 ESG 공시 의무를 추진키로 결정했다.

기후공시부터 의무화하는 이유는 지속가능성 의무공시 기준 중 일반사항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S1(일반적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공시)을, 기후 관련 공시사항은 ISSB의 S2(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를 기반으로 하는데 S1에 기반한 일반사항이 의무공시 범주에 들어있으나, 금융위는 국제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분야가 기후 분야라고 판단해 우선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의무공시는 ▲일반사항(제1호)▲기후 관련 공시사항(제2호)와 선택 공시 ▲정책목적 추가공시(제101호) 로 구성됐다. 또 기후 관련 공시 사항은 다시 ISSB 기준이 제시한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 4개로 구분했다.

지배구조는 기후관련 위험과 기회를 관리, 감독하기 위해 경영진의 역할 등을 공시하는 것이다. 전략은 기후요인이 가치사슬에 미치는 영향을 재무성과와 연계해 공시해야 한다. 위험관리 분야에서는 기후 위험과 기회를 식별하고 평가, 관리하는 과정을 알린다. 지표 및 목표는 기후관련 위험과 기회 공시, 산업전반 지표(일반), 산업기반 지표(특정)로 구분해야 한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은 자사의 ESG정보를 여러 채널(환경정보 공개제도, 지속가능보고서, 홈페이지, 사업보고서, 수시 공시 등)을 통해 공시 및 공개해왔다"며 "정부는 ‘ESG 공시제도’ 도입을 통해 ESG 정보의 유용성 향상을 기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출 주력 업종인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와 같은 산업은 이미 LCA나 Scope3 산정을 거래협상단계에서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공시 의무화 도입이 되더라도 큰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실가스 배출은 Scope 1(직접 배출), Scope 2(간접 배출), Scope 3(기타 간접 배출)으로 나뉜다.

하지만 수출 국가별 Scope3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체계가 상이하기 때문에 상세한 공시 가이드라인과 적절한 교육, 컨설팅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박 애널리스트는 "기후공시의 애매한 기준으로 컨설팅 기업, 로펌, 회계법인, ESG 평가기관과 같은 컨설팅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외에 공시기준에서 이사회 중심의 기후 거버넌스 대응을 요구한 만큼, 기업들은 짧은 시간에 사내이사보다 사외이사를 적극 유인하려는 동기가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