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는 최근들어 더 가파른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엔화 가치는 달러 당 155엔대 중반을 유지하다가 지난 26일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동결하고, 완화적 통화 정책을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급락하기 시작했다. BOJ 금리 동결 직후 달러 당 엔화 값은 158엔까지 하락했다가, 이날 34년 만에 160엔 선을 돌파했다.
미국의 물가지표가 여전히 강하고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이면서 양국의 금리 격차가 엔화 값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 최근 발표한 미국의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3.7% 오르면서 시장 전망치(3.4%)를 크게 웃돌았다. 이어 발표한 3월 PCE도 전년 대비 2.7% 상승하면서 역시 시장 전망치(2.7%)를 소폭 상회했다.
엔화 값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닛케이는 “일본 당국이 시장에 개입한 2022년 9월과 10월도 한 주간 3엔 전후의 엔저가 나타났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당시 일본은 3차례에 걸쳐 9조2000억엔의 자금을 투입해 환율 방어에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보다 빨리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화 값이 계속 떨어질 경우 수입 물가가 올라 물가 상승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10월쯤으로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6~7월로 당겨질 수 있다는 예상도 한다. 다만 1000조엔이 넘는 국가 부채를 보유한 일본 정부로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가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본이 발행한 국채의 50%가 넘는 약 580조엔을 일본은행이 떠안고 있는데, 금리가 1% 오를 경우 약 29조엔, 2% 인상시에는 약 53조엔의 추가 부담이 필요하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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