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뱅이 메뉴’ 찾아다니는 중국 MZ
“아침은 난청샹의 3위안(약 560원)짜리 조식 뷔페 이용하고, 점심은 메이투안 배달 앱에서 10위안(약 1,900원) 점심 세트, 저녁은 맥도날드 1+1 메뉴 13.9위안(약 2,600원)에 먹어요”

중국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총구이(窮鬼) 메뉴’를 찾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총구이’는 ‘가난뱅이’를 뜻하는 단어로, 가난뱅이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음식을 일컫는다.

이들은 저렴한 가난뱅이 식사 메뉴를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쏟는 모습이다. 샤오홍슈 등 중국 SNS에는 저렴한 식사 메뉴 조합인 ‘가난뱅이 패키지’나 브랜드별 할인 정보를 정리해 공유한 글이 넘쳐난다.

"월요일 맥도날드에 가 치킨 맥너겟 무료로 제공받고, 화요일엔 투스틴에 가서 '1+1' 이벤트를 즐기고, 수요일에는 도미노에서 30% 할인을, 목요일에는 KFC의 '크레이지 목요일' 특가를 경험, 금요일에는 버거킹 ‘반값’ 햄버거 먹으러 가라”며 일주일 치 가성비 메뉴를 추천해 주는 식이다.

최대한 낮은 비용 대비 만족스러운 식사를 추구하는 트렌드는 지난해부터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소비 행태는 ‘세련된 빈곤’이라는 용어로 불리며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MZ세대의 식문화로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맥도날드와 같은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큰 인기를 얻었다. 1+1세트 등 할인 제품을 먹으려는 소비자의 발길이 집중되자, 중국 현지 음식점들도 잇달아 가성비 메뉴를 내놓기 시작했다. 이후 ‘저가 경쟁’이 전 외식업계로 퍼져 나가게 된 것이다. 기존 메뉴의 가격을 낮추거나, 저렴한 메뉴를 새롭게 선보이는 방식이다.

중국의 패스트푸드 브랜드 난청샹은 한국 돈으로 약 560원에 해당하는 ‘3위안 조식 뷔페’를 선보였다. 죽과 수프, 우유, 주스 등 7가지 메뉴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 따르면 난청샹의 오전 평균 매출은 3위안 조식 뷔페를 운영하기 시작한 후 2배 이상 늘었다.

또 밀크티 브랜드 헤이티는 평균 30위안(약 5,600원)이었던 밀크티 가격을 12.5위안(약 2,300원)으로 인하했으며, 나유키와 레레차 등 다른 밀크티 브랜드도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이케아 또한 금요일마다 일부 음식의 가격을 절반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업체들의 움직임은 생존을 위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중국인들의 위축된 소비 심리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저가 식사 메뉴를 선보이는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5.3%를 기록했다. 경제 지표상 내수 회복세에 들어선 것으로 확인되지만, 소비자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외식 부문에서 보수적인 소비 패턴이 강해지면서 문을 닫는 식당이 급격히 늘어났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에서 문을 닫은 외식 업체는 136만여 곳에 달한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최대치다. 올해 1분기에도 45만 9,000여 곳이 폐업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