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마린솔루션과 셰브론이 저탄소 선박으로 개조하기로 한 16만 입방미터급 LNG운반선 아시아 에너지호(Asia Energy). 사진=HD현대마린솔루션
HD현대마린솔루션과 셰브론이 저탄소 선박으로 개조하기로 한 16만 입방미터급 LNG운반선 아시아 에너지호(Asia Energy). 사진=HD현대마린솔루션
"회사 AS 사업부까지 물적분할을 하느냐. 트럭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상장을 앞두고 모기업인 HD현대 주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30일 HD현대 종목토론방에는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으로 '중복 상장' 논란과 함께 HD현대의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글들이 늘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IPO가 본격화된 이달 들어 HD현대의 주가는 7만500원에서 6만6900원으로 약 5.10% 하락했다. 2021년 HD현대중공업 상장 당시에도 모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바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6년 선박의 애프터마켓(AM)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독립법인으로 설립됐다. 2017년 현대중공업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때 선박 유지보수(AS) 사업 부문을 분할한 뒤 지주 부문(HD현대)에 붙여둔 회사다. 2017년 출범 첫해 매출 2403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1조4305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과 비교하면 6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 25~26일 이틀간 진행된 일반 청약에서 약 25조원의 청약증거금을 끌어모았다. 올해 상장 기업 중 최대 규모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3조7000억원이다.

물적분할은 기존 회사(모회사)가 신설회사(자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에게는 신설 자회사 주식을 주지 않는다. 상장 과정에서 모회사의 지분은 낮아지게 된다. 또 다른 기업분할 방식인 인적분할의 경우 신설 자회사의 주식을 일정부분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을 두고 'LG 화학·LG에너지솔루션 사태의 데자뷔'라는 비판적 반응도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18일 논평을 통해 "HD현대마린솔루션 투자설명서 등에 모회사 주주에 대한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보호 조치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며 "모회사 HD현대의 배당 강화나 자사주 소각 또는 자회사 주식에 대한 현물배당 등 구체적 조치가 정해져 있다면 이것은 새로 상장하는 자회사 HD현대마린솔루션의 주주가 될 개인과 기관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이기도 하지만 투자설명서에는 이러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포럼은 HD현대마린솔루션에 대해 "모자 기업 동시 상장의 악순환이 계속된다"며 "2020년 물적분할로 큰 이슈가 됐던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데자뷔"라고 비판한 바 있다.

앞서 2020년 LG화학이 미래성장동력이었던 전지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세우면서 주가가 곤두박질, 주주가치 하락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었다. 물적분할 결정 당시 101만원(2021년 1월 14일 종가)까지 상승세를 보였던 LG화학 주가는 2022년 1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본격화한 2022년 1월 71만원(약 30%)으로 떨어졌다. LG화학의 주가는 29일 종가 기준 39만5500원이다.

이에 2022년 9월 금융당국은 물적분할 후 재상장하는 회사에 대한 상장심사를 강화하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공시강화, 주식매수청구권의 도입, 상장심사 강화 등이다.

특히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하려는 경우 거래소가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노력을 심사하고 미흡한 경우 상장이 제한된다. 하지만 HD현대마린솔루션은 7년 전 물적분할이 이뤄져 이 같은 요건을 피할 수 있었다.

물론 증권가에서는 HD현대 기업가치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 비중이 절대적인 수준은 아닌 만큼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HD현대는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최근 중복 상장 이슈가 나오기 때문에 다른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