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호재에도 아랑곳…시장 불확실성 커지며 분양시장 여전히 ‘싸늘’
4월에 열린 가장 큰 이벤트는 뭐니 뭐니 해도 4·10 총선이었다. 여느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여야 가릴 것 없이 각종 개발 공약을 쏟아냈다.특히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철도 지하화, 각종 도로 및 공항 건설, 일찌감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후계획도시특별법(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까지 지역 부동산을 출렁이게 할 요소들이 난무했다.
그러나 거시경제의 벽을 넘지 못했던 탓일까. 총선이 끝나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 역시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금융당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방안’을 내놓는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전망이다.
훈풍을 기다리던 부동산 시장은 불확실성이 여전한 환경에서 눈에 띄는 회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실수요 위주로만 움직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 집중된 매매 시세 상승은 이 같은 실수요가 나선 영향일 뿐 기존 주택거래나 분양시장 활성화로 번지지 못하는 분위기다. 아파트 거래량 감소
5월 7일 기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4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는 2만9185건(거래 취소 건수 포함)이었다. 전년 동월 3만5189건에 비하면 감소했다.
이달 말까지 4월 거래가 더 집계될 가능성이 있지만 4월 첫 주에 3월 거래량을 확인했을 때도 비슷한 수치를 보인 바 있다. 부동산거래신고법상 신고기한(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이 지난 3월 매매 거래 건수는 4만951건으로 늘었으나 예년 수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부동산 상승기였던 2021년 3월과 4월에는 각각 6만9827건, 5만9232건을 기록했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집값이 높았던 데다 전국 규제지역마다 각종 대출 제한 및 세금 중과가 적용되기도 했다.
7일 기준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나타난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2679건으로 3899건을 기록한 3월보다 적었다. 부동산 상승 진입의 조건인 거래량 회복은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브레이크 없는 전세 시세 4월에도 3월과 마찬가지로 매매는 하락, 전세는 상승의 흐름을 이어갔다. KB부동산 시계열 통계에서 집계한 4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22% 하락했다. 서울은 –0.17%를 기록해 다른 지역 대비 하락폭이 완만했다. 5개 광역시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35%로 나타났다.
다만 서울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인 오름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지역은 일명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라 불리는 강북 한강변 핵심지역이다. 마포구와 용산구, 성동구는 전월 대비 0.11%, 0.22%, 0.20% 올랐다. 이들 지역은 도심과 여의도, 강남 등 서울 3대 업무지구 접근성이 좋은 일명 ‘직주근접’이면서 생활환경이 비교적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
같은 시기 전세는 0.16% 올랐는데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실수요가 많은 서울은 0.61%로 광역시도 중 가장 많이 올랐다. 입주 단지가 많은 대구는 –0.44%로 가장 많이 떨어졌다.
김학렬 부동산튜브 소장은 “시장에 쌓였던 급매물들이 소진되면서 호가가 회복됐다”면서도 “생활환경이 괜찮은 마용성에선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들이 주로 거래됐는데, 이는 몇몇 실수요에 의한 주택 매입 건으로 시장이 반등하는 신호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경기 입주 물량 3월의 절반
4월에는 총선 영향으로 청약홈 개편이 진행된 3월보다도 일반공급 물량이 소폭 줄었다. 부동산R114 랩스 집계상 4월 일반공급 규모는 1만1945가구였다. 특히 꾸준히 수도권 주택공급을 책임졌던 경기도 공급이 815가구에 그쳤다.
입주 역시 1만9736가구로 전월 3만8437가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경기도 지역에선 5855가구가 입주해 3월 1만1407가구의 절반에 그쳤다. 경기도 입주 물량은 올해 1월 1만6724가구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수도권 지역 전세가격 상승의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청약경쟁률은 떨어지고, 미분양은 늘어 이처럼 주택공급은 줄었지만 청약경쟁률은 높아지지 않았다. 청약자 수 또한 줄었기 때문이다. 선거 등의 영향으로 그나마 청약경쟁률에서 선방하고 있는 서울, 경기권에서 수요자들 관심을 모은 단지가 나오지 않은 이유도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4월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은 2.52대 1로 전월 2.84대 1보다 소폭 낮아졌다. 총 청약자 수는 3만2638명에서 2만4120명으로 감소했다. 1000가구 이상 일반공급이 나온 부산(0.91대 1), 인천(0.54대 1), 대전(0.67대 1)에서는 청약경쟁률이 1대 1을 넘기지 못했다.
서울 강동구 ‘더샵 둔촌포레’, 경기 과천 ‘과천 푸르지오 라비엔오’ 등 부동산 뉴스를 장식한 몇몇 흥행 아파트가 있었지만 이들 단지 공급이 모두 2~3년 전 분양가격에 나온 무순위 청약으로 진행됐다. 즉 고금리뿐 아니라 최근 높아진 분양가격 또한 수요자들에겐 내 집 마련의 장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미 증가 추세인 미분양 가구 수도 더 늘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3월 주택통계’에선 3월 전국 미분양 주택 규모를 2월보다 90가구 많아진 총 6만4964가구로 집계했는데 이는 4개월 연속 증가한 것이다. 이 중 지방 미분양이 5만2987가구로 전체 미분양 가구 수의 81.5%를 차지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월보다 327가구 늘어난 1만2194가구로 나타나며 미분양 전체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다. 폐업신고는 늘고
8일 기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등록된 4월 건설업 폐업신고 건수는 286건으로 전월 283건보다 소폭 늘었다. 종합공사업 폐업신고는 50건에서 53건으로 증가했다. 지반공사, 철근·콘크리트 등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전문공사업은 전월과 마찬가지로 233건을 기록했다.
특히 4월 종합공사업 폐업신고 중 12건이 서울 업체 신고에 속했다. 경기는 5건, 인천은 8건으로 수도권 폐업신고가 전체 53건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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