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하이투자증권에따르면 미국 정부는 전기차 이외에도 핵심광물, 태양전지, 배터리 등 핵심전략 분야에 대한 추가적 관세 인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투자증권은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 등에 대해 관세전쟁을 선포하는 배경에는 중국산 전기차의 거센 약진이 자칫 미국 자동차산업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동안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대중국 첨단제품 수출 규제와 미국의 반도체 및 전기차 육성정책에 맞서 고품질발전 전략을 착실히 추진해왔다. 그 결과 중국내 전기차 등 신에너지 생산능력 확대와 기술발전으로 초저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게 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저가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의 물량공세는 미국은 물론 주요 선진국 자동차 시장에 큰 위협으로 등장하는 동시에 새로운 투자과잉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는 중"이라며 "옐런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내 전기차 및 이차전지 등의 투자 확대가 새로운 글로벌 과잉리스크를 촉발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순간부터 미-중 통상마찰은 이미 새로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는 관측이다.
박 위원은 "문제는 미-중 혹은 주요국간 통상마찰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보다는 오히려 증폭될 여지가 크다는데 있다"며 "미-중간 마찰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보다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관세인상과 같은 통상마찰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경합중인 트럼프 후보는 당선 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와 함께 여타 주요국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두는 등 본격적 관세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특히 통상마찰 우려가 커지는 가장 근본적 이유는 중국 제조업 비중이 더 이상 방관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한 데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세계 제조업에서 중국 제조업 비중은 이미 주요국 제조업 비중을 앞서기 시작했다. 따라서 주요국입장에서 안정적 공급망 체제 유지를 위해서라도 당장 중국 제조업을 견제할 필요성이 커졌다.
여기에 미국, EU,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이 모두 첨단부문에 자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 및 시장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공급정책, 즉 산업정책을 강화하는 분위기 역시 통상마찰을 심화시키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중국도 미국의 추가 관세인상 등 통상보복에 대해 맞대응에 나설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통상마찰 리스크를 증폭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중국은 미국산 빅 테크 제품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높일 수 있어 미국 빅 테크 기업들 실적에 악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박상현 위원은 "중국발 새로운 과잉 리스크도 주목할 부분"이라며 "이구환신 정책 등을 통해 자국 전기차 수요 증대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측면에서 중국내 과잉생산에 따른 저가 밀어내기 수출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도 세계 각국의 잇따른 무역 제재로 세계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IMF 총재는 무역 규제만으로 세계 경제 GDP가 최소 0.2%p에서 최대7.0%p 둔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근 유로 및 중국 경기 등 Non-US 경기의 반등 시그널은 국내 수출에도 긍정적 현상지만 Non-US 경기 회복에 따른 낙수효과를 국내 수출이 이전만큼 누릴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경기 반등이 반가운 현상이지만 중국 경기 회복이 국내와 경쟁적 업종을 중심으로 성장 중이고 과잉 리스크를 유발시키고 있음은 중국 경기회복에 따른 낙수효과를 제한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즉, 중국 경기 및 제조업 회복이 바로 국내 수출회복으로 이어지던 패턴을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주요 국간 통상마찰 확산도 국내에는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당장에는 중국산 제품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자국 제조업 보호 및 육성 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현상을 미뤄 볼 때 국내 제조업 제품에 대한 규제 역시 심화될 여지가 크다.
어느 순간 미국 등 주요국이 중국에 제조업 지위를 더 이상 내줄 수 없다는 절박감이 새로운 통상마찰 등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의미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미 중간재 및 자본재 부문에서 중국에 추월을 당한 국내 제조업이 향후 전개되는 새로운 통상마찰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제조업 기반을 더욱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박 위원은 "2017년 전세계 제조업 중에서 3.4%를 차지했던 한국 제조업 비중이 2022년에 2.6%까지 하락한 현상은 심상치 않은 시그널"이라며 "갈수록 거세지는 각국의 공급정책 강화와 이에 수반된 통상갈등이 한국 제조업 및 수출에 커다란 잠재적 위협요인"이라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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