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풀이로 세컨드잡 해요"...쑥쑥 크는 비대면 점술 시장


# 취업준비생 정모(26) 양은 SNS 오픈 채팅을 통해 사주팔자를 풀이하며 용돈벌이를 하고 있다. 회당 받는 돈은 3만원가량이다. 아르바이트 최저시급인 9860원과 비교하면 용돈벌이로 꽤 쏠쏠하다.
# “너를 상징하는 오행은 뭐야?"”2030세대는 마치 MBTI 얘기를 하듯이 태어난 날짜·시간에 맞춰 각자를 상징하는 오행과 관련한 담소를 나눈다.
# 40대 평범한 회사원인 A 씨는 사주명리학을 독학으로 공부한 지 6년 차다. 명리학의 오묘함에 취미로 공부해온 내용을 살려 부업으로 ‘비대면 전화 사주’를 봐주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사주·운세’에 대해 자유로운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기가 태어나서 이름을 지어줄 때부터 사주팔자를 따지기 마련이다. 그동안은 기성세대만이 미래를 점치러 다닌다는 게 사회적 인식이었다. 그러나 연령층 범위는 넓어진 지 오래다. 합격·이직·결혼·이혼·창업 등 삶을 관통하는 운세는 젊은 세대의 일상생활 속 흔히 오가는 얘깃거리가 됐다. 무당 등 일부만이 사주를 봐준다는 통념도 부서졌다. 역술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소일거리, 용돈벌이로 사주팔자를 풀어준다. 운세 산업 규모가 더 커지고 있는 셈이다.

5월 22일 스타트업 분석 업체 혁신의숲에 따르면 한국 점술 시장 규모는 1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10~39세 남녀 1인당 약 8만300원을 소비하는 꼴이다. 구체적 현금거래를 집계할 수 없음을 고려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MZ 트렌드 된 사주·운세…이유는MZ세대(1981~2010년생) 사이에선 성격 유형 검사 MBTI를 보는 것처럼 사주명리학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에 취업난·경제난 등으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 청년들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운세를 보러 다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자신의 삶을 ‘사주’란 큰 틀로 구체화해 안정감을 느낀다고 해석된다.

네이버 전문가 연결 서비스 ‘엑스퍼트’에 따르면 가장 인기가 많은 분야 1, 2위는 각각 운세·사주, 타로점이다. ????지난해 1월 기준 사주 이용자 수는 연평균 25% 증가했고, 이용자 수는 전년 대비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엑스퍼트 이용자 중 MZ세대의 비중은 80%에 달한다.

유튜브에 ‘타로점’만 검색해봐도 조회수가 수백만에 달하는 영상들을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 통계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타로를 풀이해주는 채널은 5월 22일 기준 1404개다. AI시장조사 업체 썸트렌드 검색어 분석에 따르면 5월 21일 기준 ‘사주’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좋다’로 2262건 집계됐다. 이어 △고민 919건 △강하다 414건 △좋지 않다 320건 △신기하다 298건 등 순이다. 대다수가 “사주가 좋다”는 얘기를 위안 삼으며 답답한 사회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고 풀이된다.
"사주풀이로 세컨드잡 해요"...쑥쑥 크는 비대면 점술 시장
시대적 요인도 인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어찌 보면 사주와 운세는 최고 수준의 개인맞춤형 서비스다. ‘초개인화 시대’를 살아가는 MZ세대는 자신을 알아가기를 추구하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대표적 유행으로 본인 피부색에 맞는 ‘퍼스널 컬러’, 본인의 체형을 분석해 옷을 입는 ‘체형분석’, 성격 검사 ‘MBTI’ 등이 있다. 이들에게 ‘나의 인생’을 분석해 풀이해주는 일은 꽤 매력적인 콘텐츠로 작용한다. ‘쑥쑥’ 성장하는 비대면 점술 시장 점술 수요는 모바일 앱, 전화 등을 통한 비대면 시장에 특히 몰린다. 앱을 이용해 역술가를 골라 일대일 상담을 진행하거나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각을 기입해 직접 사주풀이를 보는 등의 방식이다. 비대면 운세 서비스는 직접 어딘가를 찾아가는 수고로움을 덜어준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앱으로 비대면 점술을 자주 이용하는 20대 B 씨는 “심리적으로 힘들 때마다 사주를 보면 불안감이 해소된다”며 “비대면 운세가 비교적 부담이 덜하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 더욱 편리하다”고 밝혔다.

비대면 점술 플랫폼들은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를 유치받아 성장했다. 운세 플랫폼 ‘점신’을 운영하는 테크랩스가 공개한 지난해 연매출은 830억원, 영업이익은 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58%, 영업이익은 85% 성장했다. 내년 기업공개(IPO)가 예정됐으며 지난해 말 기준 추정 기업가치는 1800억원이다. 스타트업 분석 업체 혁신의숲 데이터에 따르면 테크랩스는 2021년 에이치비인베스트먼트, 우리벤처파트너스로부터 6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테크랩스는 2020년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와 ‘점신’을 보유한 ‘한다소프트’와의 합병을 통해 플랫폼 역량을 강화했다. ‘점신’은 사주, 관상, 운세 등 빅데이터 AI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실제 역술가와 상담하는 수준의 풀이를 제공하고 있다.
"사주풀이로 세컨드잡 해요"...쑥쑥 크는 비대면 점술 시장
‘포스텔러’를 운영하는 운칠기삼은 누적 가입자 860만 명을 보유했다. 포스텔러는 2017년 1월 설립 이후 매쉬업엔젤스와 카카오벤처스, 빅베이슨캐피탈, 카카오게임즈로부터 투자받았다. 누적 투자 금액은 약 42억원 규모다. 당시 투자 후 기업가치(Post-Moneny Valuation)는 약 230억원으로 예측됐다. 운칠기삼은 당시 투자 유치를 통해 서버 개발자, 마케팅, 콘텐츠 크리에이터, 영문 콘텐츠 편집자, 일본 서비스 운영자 등의 인력을 충원해 콘텐츠 강화에 나섰다. 운칠기삼의 지난 1월 기준 기업가치는 350억원가량으로 추산됐다.

사주·운세 채팅봇 서비스 ‘헬로우봇’을 운영하는 띵스플로우는 누적 사용자가 약 500만 명에 달한다. 띵스플로우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스프링캠프, 어니스트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받았다.

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