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허통 안승호 전 부사장, 내부 자료 활용해 삼성에 소송걸어
미국 법원 "법치주의에 반하는 혐오스러운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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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은 미국 특허 관리 기업인 '시너지 IP'와 삼성전자의 소송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시너지 IP는 삼성에서 특허 업무를 담당했던 안승호 전 부사장이 설립한 회사다. 엔지니어 출신 미국 변호사로 삼성전자 내부에서 '특허통'으로 통했던 인물이다.
그는 2019년 퇴직한 뒤 2020년 시너지IP를 설립하고 이듬해인 2021년 삼성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스테이턴 테키야'라는 이름의 특허권자 보유한 오디오 녹음장치 등 특허 10여 건을 삼성이 무단 도용해 갤럭시버즈, 빅스비 등에 활용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미 법원은 이번 소송 자체가 불법행위와 부정한 방법(unclean hands)으로 제기됐다고 판단해 기각 판결을 내렸다. 특허 침해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애초에 소송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판결문에는 재소송이 불가능하다는 항목도 포함됐다.
미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안 전 부사장이 삼성 내부 기밀을 활용해 소송에 나선 것은 변호사로서 삼성에 대한 성실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삼성전자 재직 당시 회사 지원으로 미국 로스쿨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그가 삼성에 소송을 건 행위가 법치주의에 반하는 부정직하고 기만적이며 혐오스러운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소송에 중국계 자금이 돈을 댄 것으로 확인돼 삼성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익에도 피해를 끼칠 수 있었던 사건"이라며 "안 전 부사장의 영업비밀 누설 행위 등에 대해 삼성이 소송을 거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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