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매거진, 제19회 제주포럼서 초거대 AI 관련 세션 진행
강동한 플리토 CTO, 김중한 삼성증권 수석 애널리스트 연사로 참석
김중한 삼성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난 31일 ‘제19회 제주포럼’에 참석해 AI 산업 현황과 전망을 공유했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패권은 엔비디아가 쥐었다. 모든 빅테크가 엔비디아 GPU를 얻기 위해 줄을 서는 상황에서 공급망의 키워드는 ‘엔비디아 독주’로 정리됐다. 하지만 김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도 ‘범용 칩’의 시대가 끝나고 빅테크가 각 서비스에 특화한 AI 반도체를 만드는 ‘커스텀 반도체’ 시대가 도래하면 엔비디아의 독점 체제도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동한 CTO "AI 시대에서 살아남기"제주특별자치도·국제평화재단·동아시아재단이 주최하는 ‘제19회 제주포럼’이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지난 29일부터 사흘간 개최됐다. 올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협력’을 주제로 진행된 포럼에는 외교와 안보, 기후 등 5개 분야 50여 개 세션에서 국내외 전문가 300여 명이 참석해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사회 협력과 연대 방안 등을 모색했다.
한국경제매거진은 포럼 3일 차인 5월 31일 ‘인공지능(AI)으로 열리는 새로운 세계’를 주제로 1시간 30분가량 세션을 진행했다. 매년 평화와 번영을 주제로 개최되는 제주포럼에서 ‘AI’가 화두로 떠오른 이유는 AI가 전세계산업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바꿨기 때문이다.
산업 패권은 물론, 안보와 국가경제까지 쥐고 흔든 AI는 세계에 빠르게 퍼졌고 우리 삶 속에 넓게 녹아들었다. 이날 연사로 강동한 플리토 CTO와 김중한 삼성증권 수석애널리스트가 참석해 AI를 대하는 사용자의 태도와 산업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첫 연사로 나선 강동한 CTO는 사용자 시각에서 AI를 대하는 자세, 업계의 현안 등을 짚었다.
강 CTO는 “작년 이 자리에서 우리는 AI를 활용한 동시 통역이 불가능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라이브통역 서비스를 내놨다”며 “AI는 그만큼 빨리 우리 삶에 스며들었다”고 말했다.
강 CTO는 플리토가 선보인 ‘라이브 번역 서비스’를 소개했다. 세션에 참석한 청중은 QR코드에 접속해 강 CTO가 말하는 내용을 실시간으로 번역하며 이 서비스를 체험했다. AI 언어 데이터 전문 기업 플리토는 1400만 글로벌 사용자의 통합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국어 병렬 코퍼스(말뭉치), 음성 데이터, OCR 이미지 데이터, 멀티턴 대화형 데이터 등 고품질 데이터를 구축해 다양한 통번역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이 어렵고 거창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이용자들이 사업을 시작할 때 AI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사업 아이템을 정하는 것부터 사명, 로고디자인,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통번역까지 AI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강 CTO는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은 이보다 더 빨리 진화하고 있다”며 “플리토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언어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연사로 나선 김중한 삼성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생성 AI, 영상 혁명의 시작(Road to AGI)’라는 제목의 강연을 준비했다.
그는 “동영상은 이미지와 달리 프레임이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하는데, 기존 영상 생성 AI모델은 조악한 영상 품질과 5초 내외의 짧은 재생시간, 카메라와 모션 컨트롤 등 제어의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소라는 기존 생성형 AI에 쓰였던 ‘디퓨전’ 모델에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를 결합해 이 모든 문제점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픈AI가 소라를 우연히 개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그는 “오픈AI는 이 엄청난 기술을 공개하면서 컨퍼런스를 열거나 대대적으로 발표한 것이 아니라 그냥 서비스 개발 결과를 툭 던졌다”며 “양질의 데이터를 넣고 엄청난 양의 컴퓨팅파워를 몰아넣으면 사람이 기대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는 트랜스포머 모델 특성상 똑똑한 개발자를 뽑는 것보다 엔비디아 GPU를 대거 투입하는 게 더 중요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이제 AI가 우리가 사는 물리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한 만큼 이론적으로 충분한 양의 컴퓨팅 파워를 더 넣으면 AGI가 깨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술이 가속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챗 GPT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AI 전문가의 절반은 AGI가 2060년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급진적인 10%는 2029년을 예상했다”며 “챗 GPT가 등장한 이후에는 2047년에 올 것 같다는 응답이 50%로 늘었고 긍정적이었던 10%의 응답자들은 2027년에 AGI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라고 말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챗GPT가 촉발한 AI 인프라 수요는 급격하게 늘었지만, 아직 영상생성 AI로 인한 파급력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음 사이클에서는 다음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는 “챗GPT 이후 데이터센터나 전력, 변압기까지 AI 인프라 슈퍼사이클이 일어났다”며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 인프라가 꿈틀댄 후 시간이 지나면 전 산업이 뒤집힐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변화로 커스텀 반도체가 범람하면 엔비디아가 가진 기술패권이 분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 GPU의 최대 고객사인 빅테크들이 반도체 밸류체인을 재편하고 싶어한다”며 “빅테크가 자사 서비스에 맞는 반도체를 개발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빅테크-반도체 기업 간 합종연횡이 어지러울 정도의 트렌드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결과로 대만 디자인하우스인 알칩(Alchip)이나 글로벌유니칩(GUC)는 엔비디아 주가보다 상승률이 더 높았다. 그는 “자본시장은 엔비디아 정도의 독점업체가 시장 전반을 좌우하는 비효율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빅테크 서비스의 카테고리가 다양하게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AI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학습을 넘어 추론 시장이 열리는데, 이때 범용성이 있는 반도체보다는 맞춤형 반도체 시장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
김 애널리스트는 “추론 시장이 열리면 콘텐츠 산업 지각변동도 시작될 것”이라며 “스토리 보드, CG 작업, 엑스트라 출연진 등 다양한 영역에 AI가 접목되고 숏폼 등 크리에이터의 영역은 가장 먼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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