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총 5배’ 영일만 유전에 대한 6가지 궁금증

[비즈니스 포커스]
울산광역시 앞바다 남동쪽에 있는 동해-1 가스전. 사진=한국경제신문
울산광역시 앞바다 남동쪽에 있는 동해-1 가스전. 사진=한국경제신문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동해 가스전 이후 최대 규모로 추정되는 석유·가스전 매장 가능성을 둘러싸고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이 산유국 대열에 오를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증권시장에서는 석유와 가스를 비롯해 에너지, 시추 관련주가 급등세다.

하지만 탐사 시추 성공 가능성이 20%인 데다 초기 단계로 확신을 갖기엔 이른 시점이라는 점에서 사업 전망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매장 규모와 경제성, 실현 가능성 등을 짚어봤다.

① 동해 석유·가스전 뭐길래?

윤석열 대통령은 6월 3일 국정브리핑에서 경북 포항시 영일만 일대에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하며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금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이라고 언급한 남미 가이아나 광구(110억 배럴)보다 더 많은 자원량이다. 정부는 올해 12월부터 실질적인 탐사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며 2025년 상반기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됐을 것으로 예상한 동해 심해 가스전은 포항 영일만에서 38∼100km 떨어진 넓은 범위의 해역에 걸쳐 있다. 정부는 가스전 위치가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있어 국제 협상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매장 예상 자원 비율은 가스 75%, 석유 25%로 추정된다. 가스는 3억2000만~12억9000만 톤, 석유는 7억8000만~42억2000만 배럴 부존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됐다.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쓸 수 있는 양이다.

정부는 지난해 2월 그간 축적된 동해 심해 탐사자료를 세계 최고 수준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 미국 액트지오(Act-Geo)에 심층 분석을 맡긴 후 이 같은 결과를 통보받았다. 5개월에 걸쳐 해외 전문가, 국내 자문단 등의 검증 과정도 거쳤다.

정부는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를 극비리에 추진하며 유망구조 7곳에 ‘대왕고래’, ‘오징어’, ‘명태’ 등 동해에 서식하는 해양생물 이름을 붙였다. 이중 가장 유력한 곳의 비밀 프로젝트명이 대왕고래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6월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② 시추공 1개당 1000억…성공 확률 20%

아직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매장 가능성이 확인된 단계다. 유전과 가스전이 있는지, 부존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직접 파서 확인해봐야 한다. 이번 동해 석유·가스전의 시추 성공률은 20%로 추산된다. 통상 성공 확률이 12.5% 이상이면 탐사 시추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 가스전이 11개의 시추공을 뚫은 뒤에야 발견된 것을 감안하면 석유·가스 개발 사업 분야에서 성공 확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앞서 얕은 대륙붕에서 개발했던 동해 가스전과 달리 이번에는 수면으로부터 1km 이상 깊은 심해에 있는 유전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한번 시추공을 꽂을 때 1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5개 이상 시추공을 뚫어야 부존 여부와 부존량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당 1000억원의 비용과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가스 개발 과정은 물리 탐사 자료 취득, 전산 처리, 자료 해석 등의 과정을 거쳐 유망 구조(석유가 발견될 전망이 있는 구조)를 도출한다. 탐사시추를 통해 석유의 부존 여부를 확인한 후 개발과 생산을 진행한다. 올해 12월부터 시추 작업을 본격적으로 개시할 계획이다.
그래픽=박명규 기자
그래픽=박명규 기자
③ ‘배보다 더 큰 배꼽’ 될 수도


일반적으로 첫 탐사부터 생산까지는 약 7∼10년이 걸리며 생산 기간은 약 30년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27년이나 2028년쯤 공사를 시작해 2035년 정도에 상업적 개발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매장이 확인되더라도 우리가 (개발) 경험이 없고 기술도 부족해 해외 메이저 기업 투자는 필수로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석유·천연가스 매장이 확인됐더라도 상업 생산이 가능한 수준인지 경제성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심해 채굴이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상업 개발을 하더라도 경제성이 없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매장된 원유의 품질도 중요하다. 다만 액트지오와 국내 전문가들은 영일만 일대에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원유가 질이 좋은 경질유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④ 한국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


한국은 그동안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로 불렸다. 에너지 소비량의 약 94.8%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자원 빈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한국은 과거 산유국이었다. 울산 남동쪽 대륙붕 제6-1 광구에 위치한 동해-1·2 가스전은 한국석유공사가 1998년 탐사에 성공해 2004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하며 세계 95번째 산유국 대열에 합류했다.

2016년 상업 개발에 성공한 동해-2 가스전과 연결해 천연가스 4100만 배럴(원유 환산 기준)과 초경질유 390만 배럴을 생산했다. 다만 매장량이 4500만 배럴(원유 환산 기준)에 그쳐 천연가스 고갈로 2021년 12월 31일을 끝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1조2000억원을 투자한 동해가스전은 17년간 총 2조5000억원의 수입 대체 효과를 냈다. 이번에 동해 심해에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천연가스와 석유는 140억 배럴 규모로 1998년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 규모의 300배가 넘는다.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포항 영일만 일대는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6년 1월에도 석유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던 곳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 경유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돼 시추를 중단하며 해프닝으로 끝났다.
노르웨이 북해에 위치한 노르웨이 국영 석유회사 에퀴노르의 요한 스베르드럽  석유 생산 플랫폼.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노르웨이 북해에 위치한 노르웨이 국영 석유회사 에퀴노르의 요한 스베르드럽 석유 생산 플랫폼. 사진=로이터·연합뉴스
⑤ 글로벌 기업 없이도 잘 사는 노르웨이의 비밀

안덕근 장관은 “경제 규모는 매장량을 확인해봐야겠지만 너무 과도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면서도 “최대 매장 가능성은 140억 배럴로 현재 가치로 따져보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시총은 450조원 수준이다. 현재 단순 시가로 환산하면 추정 매장 가치는 최대 2200조원에 달한다. 한국의 2022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인 2162조원과 맞먹는 규모다.

한국의 세계 4위 원유 수입국이다. 에너지의 94.8%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석유와 가스는 수입 에너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동해 석유·가스 개발이 성공하면 실질적인 산유국 반열에 오르고 에너지 자립으로 인한 수입 대체 효과뿐 아니라 수출까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동해 석유·가스 개발이 성공하면 초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2055년 소진될 것으로 추산되는 국민연금 기금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희망사항도 나오고 있다. 노르웨이는 1인당 국민소득 10만 달러에 달하는 북유럽 최고 부국이다.

유명한 글로벌 기업도 없는 노르웨이가 부국이 된 것은 1969년 북해에서 에코피스크라는 세계 최대 유전을 발견한 덕분이다. 1971년부터 원유를 생산하며 1975년 산유국 대열에 합류해 세계 15위 원유 생산국이자 세계 5위 석유 수출국이다.

노르웨이는 석유뿐 아니라 천연가스 자원도 풍부해 석유와 천연가스가 효자 수출품이다. 석유 및 가스 부문의 잉여 수입을 투자하기 위해 1990년대에 설립한 것이 ‘오일펀드’로 불리는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이다.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의 운용 자산은 1조3382억 달러 규모로 전 세계 국부펀드 중 1위다. 전 세계 9000여 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시가총액의 1.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단일 투자자다.
1981년 12월 7일 제7광구 석유탐사 시추작업 현장. 사진=한국경제신문
1981년 12월 7일 제7광구 석유탐사 시추작업 현장. 사진=한국경제신문
⑥ 50년 끌어온 ‘7광구’는 日·中에 뺏길 수도

이번 발표로 제주 남쪽 200km 지점에 위치한 대륙붕 ‘제7광구’도 재조명되고 있다. 1969년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 ESCAP)가 “대만과 일본 사이의 대륙붕이 세계에서 석유가 가장 많이 매장된 곳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 시작이었다.

제7광구는 한일공동개발구역(JDZ)과 겹치는 곳이다. 한국과 일본이 산유국에 대한 희망을 품고 1974년 7광구를 설정해 공동개발하기로 협정을 맺고 공동 탐사를 시작했다. 문제는 협정 체결 때와 달리 일본에 유리하도록 국제법이 바뀐 것이다. 1982년 채택된 유엔해양법조약에 따라 7광구 대부분 면적이 일본 영토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리해진 일본이 1980년대 중반 돌연 “경제성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공동개발을 거부하고 있어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국제정책연구소 우드로윌슨센터는 2004년 “(7광구가 속한) 동중국해 원유 매장량은 미국의 4.5배, 천연가스 매장량이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7광구 공동개발 협정은 발효된 지 50년이 되는 2028년 6월에 종료되지만 종료 3년 전인 2025년 6월부터 누구든 먼저 조약 종료를 통고할 수 있다. 한·일 간 협정 종료는 중국이 개입할 빌미가 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7광구 인근에서 석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협정이 종료되면 한·중·일 3국의 자원 개발 각축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