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포커스]
정은영 KB더퍼스트 반포센터장 “패밀리오피스 수요 증가로 은행 역할 더 늘어나”
‘금융권 원베일리 전쟁’에서 단연 눈에 띄는 곳은 원베일리스퀘어 3층의 절반을 차지한 KB국민은행이다. 증권사의 자산관리(WM) 센터가 포진한 이곳에 KB국민은행은 지난 5월 1일 은행 WM센터로서는 유일하게 입성했다. 은행과 증권의 시너지효과로 총성 없는 ‘VIP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프리미엄 PB센터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겠다”는 계획하에 ‘최대 규모’, ‘스타 PB’로 진용을 갖췄다.

중심에는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GOLD&WISE the FIRST)’ 반포센터 2호점을 이끄는 정은영 센터장(상무)이 있다. 정 센터장은 ‘PB 드림팀’으로 불리는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 출신으로 관리자산 1000억원, 회사 순이익 기여도 10억원 이상의 그랜드마스터 PB로 유명세를 펼친 스타 PB다. 증권에서 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도전장을 낸 정 센터장을 지난 4월 29일 원베일리스퀘어에서 만났다. 정 센터장은 패밀리오피스의 수요가 증가하는 최근 한국 자산시장에서 은행의 PB센터 역할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은영 KB더퍼스트 반포센터장 “패밀리오피스 수요 증가로 은행 역할 더 늘어나”
증권에서 은행으로, 이례적인 이동입니다.그간 1세대 PB로, 대표 PB로 지내면서 센터장으로의 제안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전까지는 개인의 역량을 다질 때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제 고객들의 연령대도 오르면서 그분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일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패밀리오피스 서비스였죠.

아, 이게 앞으로 내가 할 역할이겠단 생각이 들 무렵 마침 KB국민은행으로부터 좋은 제안이 왔습니다. 증권의 대표 PB와 은행이 만나 시너지를 낸다면 제대로 된 패밀리오피스센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우리나라 자산가들의 자산 비중은 부동산이 높다는 점에서 부동산 전문 플랫폼을 보유한 KB국민은행이 제일 좋은 금융기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손을 잡게 되었습니다. 원베일리 상가에 금융권이 모여들고 있는데 주고객이 궁금합니다.서울 반포 지역은 70대 이상의 전통적인 자산가분들과 최고경영자 및 임원, 전문직 등 사회생활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분들과 자수성가 또는 자산을 증여받은 40대 영리치 자산가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강남권의 대규모 재개발, 재건축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압구정동에서 대치·도곡동을 거쳐 반포동으로 부가 이전되고 있는 것과 유사한 흐름입니다.

이러한 고객분들은 자녀에게 상속과 증여를 통해 반포동 인근에 함께 거주하며 부를 이어가려는 특징을 보입니다. 특히 기업을 운영하는 최고경영자분들의 경우 가족 자산뿐만 아니라 기업 운용자금도 자산관리를 요청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고객으로 구성되어 관심사도 다양하나 투자, 절세, 증여, 부동산 등 주요 관심사는 모두 비슷한 것 같습니다.WM 경쟁에서 KB국민은행의 강점은 무엇인가요.첫째는 은행과 증권의 복합점포란 점이죠. 과거에는 PB 혼자서도 주식, 채권, 상품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고객에게 상품단으로 자산관리를 제안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너무 다양한 니즈가 있어서 혼자 일하는 것보다 더퍼스트 반포처럼 전 분야 전문가가 원팀으로 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퍼스트 반포는 국내 은행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사, 국내외 증권사 등을 거친 PB를 엄격하게 선발했고 최고 전문가그룹이 원팀을 이루어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력의 PB가 머리를 맞대고 예금, 투자상품, 자산배분, 대출, 외환, 보험까지 최적의 자산관리 솔루션을 도출하고 집중 케어가 필요한 분야는 부동산 전문가, 변호사, 세무사, 투자전문가 등 전문가 그룹이 함께 부의 증식, 이전, 승계 등 모든 영역을 자산의 규모와 성격에 맞추어 원팀-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라운지 서비스도 해외 PB센터 같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11개의 프라이빗한 고객상담실과 850여 개의 최신식 대여금고를 갖췄는데 상담실의 경우 고객들이 개인적으로 미팅을 할 때 대여도 가능합니다.
정은영 KB더퍼스트 반포센터장 “패밀리오피스 수요 증가로 은행 역할 더 늘어나”
은행과 증권의 시너지효과는 무엇일까요.기존 PB들의 자산관리 서비스는 상품과 포트폴리오에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은행보다는 증권이 강점을 보였다면 최근에는 고액자산가의 연령대나 부의 규모가 패밀리오피스에 대한 니즈로 확대되면서 부의 증식보다 안전관리에 초점을 두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시대적으로도 은행의 PB센터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늘어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지난 5월 초 해외주식 투자와 관련해서 한 고객께서 미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주식 투자를 희망하면서도 동시에 해외통화와 원화가치 변동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여쭤보았습니다. 이를 위해 해외주식 매매와 관련한 종목 리서치 및 포트폴리오 제안은 증권 PB가 설계하고, 해당 포트폴리오의 통화가치 리스크관리를 위한 헤지 프로그램은 은행 PB가 외화선물이라는 상품을 통해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패밀리오피스 시장에 대한 관심이 실제 많은가요. 현재 대한민국에서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한국 부자’는 2023년 말 45만6000명으로 2022년 42만4000명보다 3만2000명(약 6.9%) 증가했습니다. 그중 300억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자산가는 9000명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의 자산이 늘면서 그만큼 패밀리오피스에 대한 서비스의 요구 수요도 커지고 있습니다. 각 금융기관에서도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단계에 이르렀죠.

최근 아시아의 싱가포르나 홍콩에서는 패밀리오피스 관련 인센티브와 지원 인프라를 기반으로 해당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자산관리 및 상속 승계를 위한 패밀리오피스 시장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가문의 브랜드 가치와 사회적 영향력, 그에 따른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필란트로피’까지의 범위 확대도 기대해 볼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필란트로피는 사랑이란 뜻의 필로스와 인류란 뜻의 안트로포스가 합쳐진 말로 ‘빌 게이츠재단’이 대표적인 필란트로피 기금입니다.반포 자산가들의 투자처는 어디인가요.반포 자산가의 최근 트렌드는 다양성에 대한 투자입니다. 전통적으로 주식, 채권, 예금, 보험을 통한 자산관리 방식과 달리 주식만 하더라도 미국, 일본 등 선진 주식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인도 등 다양하게 투자처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글로벌 공모주펀드, 사모대출펀드(PDF), 메자닌, AI 반도체, 로봇 관련 비상장주 등의 다양한 사모 형태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투자상품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투자수단의 다양성이 고객분들이 중요시하는 고려사항입니다. 단편적인 상품 접근이 아닌 자산의 포트폴리오 구성과 정기적인 리밸런싱, 은퇴 이후의 현금흐름을 만드는 시계열 플랜과 상속·증여, 가업승계 등의 부의 이전이 자산가들의 공통된 관심사로 각각의 상황에 맞추어 투자처와 투자수단을 정하게 됩니다. 미국 금리의 향방이 1주일 사이에도 바뀌는 요즘입니다. 길 잃은 투자자를 위해 한 말씀 주신다면.연초 미국 금리인하 전망은 3차례에 걸친 75bp 금리인하를 예상했으나 미국 경제의 양호한 경기지표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금리인하 시기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금리인하 시기가 지연되는 만큼 당분간 채권은 고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단기채로 안정되고 높은 인컴을 추구하고 동시에 하반기 금리인하 기대에 따른 장기채로 자본차익을 가져갈 수 있는 바벨 전략(중간위험은 제외하고 안정적이거나 고위험 고수익 자산에 편입하는 전략)을 추천합니다.

특히 10년물 미국 국채의 경우 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자본차익을 누릴 수 있음은 물론 현 수준 금리라면 만기까지 가져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러한 채권투자 시에는 세후수익률을 고려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 등 좋은 회사의 주식은 포트폴리오에 담아두고 장기간 보유하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