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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와 빅테크, 두 개의 투자 사이클이 맞물렸다 [머니인사이트]
‘뉴 스케일(New Scale)’, 거대한 시장이 펼쳐진다는 의미로 지금 우리가 마주한 상황과 유사하다. AI의 대중화가 시작되고 오랜 기간 잊혀졌던 인프라 투자가 재개되고 있다. 아직 이 시장의 규모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처음이자 오랫동안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변화의 중심에 놓여 있는 시기다. 올해 하반기 강세장을 예상한다. 하반기 강세장의 징후
구경제(인프라)와 신경제(AI)의 어색한 공존은 투자 사이클에서 비롯되고 있다. 신경제의 성장이 구경제를 자극한 측면도 있지만 20년간 구경제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 탓도 크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일수록 변화가 극적이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니 ‘쇼티지(Shortage)’가 발생했고 부족한 부분은 공급망 동맹국부터 수입을 하는 형국이다.

2010년 이후만 해도 ‘투자’는 무형자산에 집중됐다. 그것이 신경제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한계에 부딪혔고 빨라진 AI 특이점은 유형자산 투자를 병행해야 함을 시사했다. 신기술의 대중화, 침투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AI는 이제는 ‘효율성’에서 ‘규모의 경제’로 전환됐다. 투자가 살아난 배경이다.

운이 좋은 걸까, 타고난 포트폴리오 덕분일까. 많은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이러한 변화에 소외되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수출은 사상 최고치에 도전하고 있고, 비단 반도체 수출 호조 때문만은 아니다. 산업재, 소비재까지 고른 수출 회복이 진행되고 있고 미국향 수출이 주된 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와 내년 코스피의 연간 순이익은 사상 최대치인 200조원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 강세장을 전망하는 이유다.

역사적으로 주식시장의 신고가 돌파는 새로운 주도주의 탄생을 알려왔다. 기존 동력을 넘어서는 새로운 에너지가 시장에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고가 돌파 시기에 1등주의 교체 혹은 대장주 간의 시가총액 역전 현상이 자주 관찰된다. 2013년 애플이 엑손모빌을 넘어 시가총액 1등으로 올라선 것을 비롯해 2017년 아마존, 2020년 테슬라와 엔비디아가 유사한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을 넘어 시가총액 1등으로 올라섰다.

주목해볼 것은 1등주뿐만 아니다. 1등주에 가려져 있지만 빠르게 시가총액 상위기업을 추격하고 있는 기업들이 그 대상이다. 향후 잠재 주도주일 가능성이 높고 다음 주도 산업을 시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2013년 S&P500의 신고가 돌파 당시 애플이 가장 주목을 받았지만 그 뒤에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기업은 아마존이었다. 2020년 역시 테슬라가 가장 주목받았지만 엔비디아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모두가 엔비디아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지만 퍼스트솔라, 퀄컴이 돋보이는 시기다. 이번 강세장 주도주의 특징은 AI 관련 기업이 소프트웨어만이 아닌 반도체, 에너지 기업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 투자 사이클의 수혜 미국은 2020년 이후 동맹 공급망(Friend-shoring)과 인접 공급망 (Near shoring) 강화 추세다. 미국의 지역별 수입 비중은 북미, 아세안의 수입 비중 증가가 뚜렷하고 중국 공급망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아세안 지역에서는 한국과 대만이 빠른 증가세다. 연초 이후 한국과 대만으로부터 수입 증가율은 각각 전년 대비 20%, 13.8%에 달한다. 수출 비중 역시 일본의 4.8%와 격차를 좁혀가는 중이다. 주요국 중에서는 한국과 대만이 가장 큰 수혜 국가이고 올해로 좁히면 한국이 우위에 서고 있다.

한국은 미국 투자 사이클에 소외된 국가인가, 수혜를 보고 있는 국가인가.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주요 품목을 보면 뚜렷해진다. 미국 수입 증가세가 두드러진 것은 자동차, 제약, 산업재(기계·전력),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이는 한국의 3대 수출 호조 품목과 유사하다. 미국 내 인프라 투자 및 AI 반도체 수요와 맞닿아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을 보면 더욱 그렇다. 미국향 수출로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산업은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화장품, 기계, 변압기가 두드러지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만의 수출 호조세가 아닌 광범위한 수출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수출 레벨업은 코스피의 레벨업으로 연결되어 왔다. 2004년, 2010년은 중국 수출 호조에 기인했다. 지금은 미국향 수출 호조가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향 수출 호조 산업이 많아질 수 있는 환경을 시사하고 실제로 그 수혜가 특성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역대 최고 수출 레벨은 달성하고 있는 품목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산업재(일반기계·변압기·전선·항공기부품), 화장품, 의료기기, 농산가공품 등이 해당된다. 최근 반도체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반도체 제외 시에도 미국향 수출 개선의 온기가 여타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반기 코스피, 순이익 200조원 시대 하반기 코스피는 ‘AI + 인프라’ 투자 사이클로 인한 실적 개선을 목도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코스피의 순이익 컨센서스가 182조원, 내년 223조원으로 상향 조정 중임을 감안할 때 연간 200조원 순이익을 반영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 역대 최고치는 2021년 175조원으로 올해, 내년에 걸쳐 역대 최대 실적을 예상한다.

문제는 이러한 예상과는 달리 코스피의 부진한 모습이다. 수출과 코스피의 높은 상관성을 고려할 경우 이례적 흐름이다. 원인은 둘 중 하나다. 수출(기업실적) 호조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있거나 시차가 발생하고 있거나다.

필자는 후자일 가능성을 높게 본다. 수출 호조의 지속 가능성 때문이다. 수출을 낙관하는 이유는 첫째, 현재 반도체 사이클 정점과 거리가 멀며 둘째, 반도체와 자동차의 동반 수출 개선 사이클에 있으며 마지막으로, 미국향 수혜 업종이 광범위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하반기 전략은 명확하다. 미국향 수혜 산업에 집중하는 것이다. AI 관련 기업과 인프라투자 수혜 기업 그리고 구조적 수출 증가 기업이 그 대상이다.

하반기 코스피는 2600~3150으로 전망한다. ROE 10%, COE 7.5%(국고채 10년 3.2%) 가정에 근거한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