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인사이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6월 2일 타이베이 국립대만대 종합체육관에서 한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올 하반기 출시할 AI가속기 ‘블랙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6월 2일 타이베이 국립대만대 종합체육관에서 한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올 하반기 출시할 AI가속기 ‘블랙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좋은 투자를 위한 요소들이 존재하며 좋은 브랜드를 위한 요소들도 존재한다. 우리는 그 요소들을 연결시키려고 한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글로벌 광고 에이전시 드로가5의 최고전략책임자(CSO)였던 조니 바우어를 브랜드전략담당자로 영입하며 내놓은 설명이다. 블랙스톤이 보유한 300개 이상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기업 브랜딩을 통해 주가를 올리고 시장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행보다.

영국 맨체스터대 마리 뒤토두아(Marie Dutordoir) 교수는 인터브랜드가 지난 12년간 발표한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503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브랜드 가치의 4%가 해당 기업의 주가로 전환, 반영됨을 밝혔다.

브랜드 가치 발표일의 주가 변동성 확인으로 브랜드 가치와 기업 주가의 연동성을 증명한 셈이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들은 주식시장에서의 성과도 시장 평균을 상회한다. 인터브랜드의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톱 100 기업들은 지난 20년간 S&P 평균 대비 84% 더 높은 주가 상승을 보여줬다. 2024년 인터브랜드는 브랜드와 주가의 상관성을 살펴본다.

애널리스트·투자자 76% “브랜드, 주가에 직접 영향”

올해 3월 인터브랜드는 S&P500 기업을 대상으로 한 주가수익비율과 변동성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아울러 미국, 유럽, 아시아 금융 애널리스트 및 투자자 271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및 정량조사를 통해 브랜드와 주가의 연계성을 탐구했다.

인터브랜드의 조사에 따르면 애널리스트 및 투자자의 76%가 ‘브랜드가 기업 주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중 60%는 기업으로부터 충분한 브랜드 전략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으며 64%는 더 많은 브랜드 전략 브리핑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가 브랜드임에도 현실은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주가는 브랜드의 가치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인터브랜드의 이번 분석은 S&P500 기업 중 67%의 주가가 시장에서 저평가돼 있음을 보여준다. 주가수익비율(P/E)과 주가변동성을 두 개의 축으로 한 분석을 통해 주가수익비율이 동종 브랜드 대비 일관되게 낮거나 주가 변동성이 큰 경우를 산정했다.

실례로 자동차 브랜드를 살펴보면 높은 주가수익비율과 낮은 주가변동성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기업은 테슬라, 포드, 도요타 3개사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는 낮은 주가수익비율로 ‘지속적인 저평가 기업’ 사분면에 위치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PBR(주가순자산비율)의 개념이 재조명되며 현대차의 주가를 재평가하고 있는 움직임도 같은 맥락이다.

브랜드 가치가 기업의 주가에 정확히 연결될 수 있도록, 기업의 주가가 시장에서 저평가되지 않도록 인터브랜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한다.
자동차 제조 분야 사분면. 사진=인터브랜드
자동차 제조 분야 사분면. 사진=인터브랜드
① 브랜드 가치평가모델 개발

먼저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브랜드의 가치가 얼마인지, 브랜드의 강점과 약점은 어디에 있는지, 타 기업·경쟁사 대비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진단한다. 브랜드 가치 평가는 2가지를 기준으로 한다.

‘브랜드 역할력’은 브랜드의 차별점을 기반으로 한다. 시장 내에서의 지위와 평판, 제품·서비스 선택에 있어 브랜드의 역할을 정의한다. ‘브랜드 강도’는 일종의 대시보드다. 어떤 항목에서 브랜드의 강점이 있는지, 약점은 무엇인지를 경쟁적, 시계열적 관점에서 보여준다.

약점을 보완해 브랜드의 종합적 건강도를 높이는 것은 주가의 변동성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브랜드력 강화로 급격한 주가 하락을 방지하는 일종의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다.

② 금융 커뮤니티 조사

브랜드의 가치를 파악했다면 이제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를 대상으로 냉철한 브랜드 진단을 할 차례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함께 브랜드 전략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 한다. 브랜드 전략은 기업의 미래 방향성과 직결된다.

우리 브랜드를 시장에서 어떻게 포지셔닝하고, 어떤 차별점을 바탕으로 사업을 펼쳐 나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청사진이다. 투자자들이 브랜드의 가치를 얼마나 정확히 인지하고 있고, 브랜드의 향후 전략을 얼마나 깊이 알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 기업의 IR 전략 효용성을 검증할 수 있다.

③ 커뮤니케이션 효과 분석

많은 기업의 IR팀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IR 활동을 펼친다. 기업활동에 대한 보고서는 기본이고 주주총회, 투자자 간담회, 투자 설명회 등이 그것이다. 다양한 IR 활동에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는지 내용에 만족하는지 그 효용성을 검증하고 새로운 IR 전략의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세 번째 단계다.

‘스토리노믹스(story-nomics)’는 스토리가 지닌 경제적 가치를 역설한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를 통해 에너지의 전환을, 스페이스X를 통해 인류의 화성 이주를 이야기한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X(옛 트위터)를 통한 그의 언행은 브랜드 내러티브이자 스토리다.

엔비디아의 개발자 콘퍼런스(GTC)는 더 이상 개발자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가죽 재킷을 입고 나온 젠슨 황은 GTC에서 기업의 비전과 브랜드 전략을 언급한다.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이는 엔비디아뿐 아니라 젠슨 황이 언급한 협력 기업의 주가까지 출렁이게 만든다.

IR은 더 이상 IR팀만의 고유 영역이 아니다. IR의 내용 역시 사업계획과 재무성과, 주주환원책에 국한하지 않는다. IR도 브랜드 전략을 포함해야 하며 그럼으로써 기업 주가는 브랜드 가치에 걸맞은 정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④ 브랜드 무결성과 윤리 강조

마지막으로 기업이 당면할 수 있는 윤리적 이슈를 구체화해야 한다.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키워드로 도출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리더십과 조직문화의 관점에서 우리의 역량과 기준을 점검해야 한다.

최근 무디스는 보잉의 신용등급을 Baa3단계로 강등시켰다. 투자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다. 보잉의 보유 현금은 40억 달러가 줄었고 주가는 급락했다. 항공기 안전의 문제가 기업 경영 투명성과 윤리의 문제로 확산한 결과다. 이제 브랜드는 경영의 투명성을 기반으로 윤리의 문제까지 포괄한다. 이는 주가 변동의 안정성을 확보해 주식 가치의 급락을 막는 역할을 한다.

2022년 기준 한국의 개인투자자는 1424만 명으로 경제활동인구의 50%를 넘어섰다. 이제 기업의 브랜딩은 더 이상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의 영역이 아니다. 투자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모호해진 만큼 PR(Public Relations)과 IR(Investor Relations)의 구분 역시 그렇다.

일반 소비자와 투자자가 아닌 퍼블릭-인베스터(Public-Investor)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브랜딩의 타깃이 바뀌었고 기업의 주가에 대한 브랜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됐다. 브랜드는 기업가치에 종속되지 않는다. 기업가치를 리딩한다.
이상관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이사. 사진=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이상관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이사. 사진=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이상관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