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사태’ 권도형, 6조원대 벌금 내기로 미 당국과 합의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씨와 그가 설립한 테라폼랩스 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이하 SEC)와 44억7000만 달러(약 6조1400억 원) 규모의 벌금 및 환수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12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뉴욕 남부연방법원 재판기록에 따르면 SEC는 테라폼랩스, 권씨에게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 이 같이 합의했다며 재판부 승인을 요청했다.

또한 테라폼랩스의 암호화폐 자산 증권 거래 ’금지‘ 조항도 담겼다. 권씨는 상장기업의 임원이나 이사로 재직하는 것도 금지된다.

SEC는 이번 합의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 최대한의 자금을 돌려주고 테라폼은 영원히 폐업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합의 규모는 당초 SEC가 요구한 액수 보다는 적다. 앞서 SEC가 권씨와 테라폼랩스를 상대로 미 뉴욕연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배심원단은 권씨와 테라폼랩스가 테라USD(UST)의 안정성과 테라 블록체인 사용 사례와 관련해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면서 사기 혐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난 4월 5일 평결했다.

이후 SEC는 권씨와 테라폼랩스에 대해 약 53억 달러(약 7조원)의 벌금을 부과해 달라고 뉴욕 법원에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과징금과 이자 47억4000만 달러, 테라폼랩스에 민사 벌금 4억2000만 달러, 권씨에게 민사 벌금 1억 달러다.

권씨는 도피 행각을 벌이다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체포된 이후 계속 현지에서 구금돼 있다.

앞서 미 뉴욕 검찰은 지난해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되자 증권 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 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8개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겼다.

권씨는 한국에서도 기소된 상태다. 권씨 신병이 어디로 인도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