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LG에너지솔루션의 첫 연구원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연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 후 KAIST에서 재료공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LG화학 배터리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입사해 LG에너지솔루션의 핵심 사업부문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
LG화학 연구원 시절에는 ‘세계 최고의 배터리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다른 업체는 2년이 걸린 배터리 제품 개발을 몇 달간 새벽 3~4시에 퇴근하며 10개월 만에 해낸 일화가 유명하다. 김 사장 이름으로 등록된 배터리 특허만 200개가 넘는다.
이 같은 노력으로 ‘LG연구개발상’을 5차례 받는 남다른 이력도 생겼다. 그중에서도 김 사장은 배터리용 고안전성 3성분, 안전성 향상 분리막 기술(SRS) 등으로 연구개발 대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김 사장은 기술적 역량 못지않게 사업적 감각도 겸비한 ‘만능맨’으로 평가받는다. 2014년 모바일전지개발센터장 상무로 발탁돼 소형전지사업부장, 자동차전지사업부장 등을 거치며 생산과 상품기획, 사업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 배터리 사업 전문가로 발돋움했다. 탁월한 리더십과 풍부한 경험, 시장을 꿰뚫어 보는 선구안을 바탕으로 사업부장으로서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에 기여했다.
특히 자동차전지사업부장에 부임한 2019년은 폴란드 공장이 새로운 공정 도입 후 수율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자동차전지 사업이 적자를 내던 시기였다. 그는 수율과 생산성 극대화를 통해 원가 개선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20년 2분기 흑자전환을 기점으로 폴란드 공장 수율이 안정화됐고 영업이익률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흑자 기조가 이어졌다. 폴란드 공장 안정화는 현재 글로벌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미래 준비에도 선제적으로 나섰다. 2022년 미국 3대 완성차 업체 제네럴모터스(GM)와의 제3 합작공장 설립, 스텔란티스, 일본 혼다 등과의 북미 합작공장 설립을 이끌었다. 이와 함께 주요 고객의 수주를 이끌어내며 자동차전지사업부장 부임 당시 110조원 규모였던 수주잔고가 2022년 말 385조원 규모로 증가했다.
주요 고객 수주 증대, 합작법인(JV) 추진 등 압도적 시장 우위를 위한 강력한 기반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생산 공법 혁신,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 등으로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에 큰 성과를 거뒀다. 그가 5년 만에 전무에서 사장으로, 또 1년 만에 CEO로 초고속 승진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은 500조원에 달하는 수주액과 풍부한 글로벌 생산 경험, R&D 역량,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미래 배터리 주도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김 사장은 “지난 30년간 도전과 혁신의 DNA로 만들어온 소중한 성공 경험과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며 “앞으로 전 세계 에너지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가치 있는 결과로 압도적인 실력을 증명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다시 한번 저력을 보여주자”고 밝히며 미래의 더 큰 결실과 성과를 위한 준비에 온 힘을 다할 것임을 강조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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