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이 하림을 육가공 업계 최강자로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등학생 때부터 직접 축산업에 뛰어들며 느꼈던 수많은 경험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과거 농장을 운영하기도 했던 그는 돼지, 닭 등 1차산업인 축산물의 가격 변동이 심해 늘 걱정이었다. 반면 축산물을 재료로 사용해 만든 2차산업인 가공식품의 가격은 안정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김 회장이 농장과 공장, 시장을 연결한 이른바 ‘삼장(三場) 통합’ 계열화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게 된 배경이다. 농장에서 닭을 기르고, 공장에서는 가공을 담당하며, 시장에서는 이렇게 만든 식품을 판매할 경우 축산물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겠다는 확신과 함께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친 끝에 하림을 재계에서 손꼽히는 기업으로 만들어냈다.
김 회장의 지휘 아래 하림은 육가공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신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목을 끄는 건 하림이 화학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 재료만으로 최고의 맛을 만드는 식품 철학을 바탕으로 식품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하림은 이른바 ‘프리미엄 HMR’을 앞세워 레드오션으로 불리는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기존 HMR 대비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지만 좋은 재료를 사용해 소비자들에게 하림의 제품이 ‘건강하고 맛도 좋다’는 인식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담았다.
최고의 식재료만을 사용해 장인·셰프가 만든 요리 수준으로 끌어올린 맛을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더미식(The 미식)’을 필두로 소스·국·탕·찌개·라면·즉석밥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이 한창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식품 브랜드를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멜팅피스’를 론칭했다. 떡볶이 등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꼽히는 음식을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제품화한 브랜드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맛의 가치를 아는 아이로 키우자’는 콘셉트의 어린이 간편식 브랜드 ‘푸디버디’까지 선보였다.
다만 식품시장의 후발주자라는 약점과 비싼 가격 등으로 아직까지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지부진한 식품사업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일이 올해 김 회장이 가장 먼저 풀어내야 할 숙제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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