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경기 침체에 자영업자 다수 위기
선진국형 일자리 위해 세심한 출구전략 필요해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길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위기 자영업자의 출구전략이 핵심과제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경쟁력이 낮은 자영업자들을 임금근로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자영업자 폐업 지원 또한 강화해 출구를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이는 600만이 넘는 자영업자가 전체 사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OECD 국가 중에서 6위(2022년 기준)에 있을 정도의 ‘자영업 공급과잉’ 문제에 대해 출구 마련을 통해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구조개혁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자영업자 비중을 낮춰 선진국형 경제구조로 가는 방향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방식이다. 만약 정부가 출구를 만들어주고 자영업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장려한다면, 이들 자영업자가 임금근로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자영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은 그동안 정부나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국내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0.54%로 지난 10년 동안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사업자 폐업률은 9.5%로 그 전년도에 비해 0.8%p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소비자의 소비행태가 많이 바뀐 것도 자영업자에게 불리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돼도 소비자들은 예전의 대면 모임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요즘 저녁 모임은 확연히 줄었으며, 이로 인해 야간 영업을 하는 자영업자는 크게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소비행태의 변화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서 자영업 전망은 앞으로도 밝지 못하다.

한편 중기부 2021년 기준 창업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창업이 20.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창업 직전 취업상태인 비중이 63.6%인 것으로 나타나서 퇴직 후 창업시장으로 뛰어드는 사례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창업 준비과정에서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은 17.4%에 불과해 대다수가 창업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창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에서 제조업 및 지식서비스업을 토대로 한 기술기반 업종 비중이 19.8%로 대부분이 비기술기반 업종에서 창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 한국의 일자리 구조는 어떠한가. 통계청의 일자리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기업규모별 일자리 비중에서 대기업 비중은 2022년 기준으로 16.6%이며 중소기업 62.2%, 비영리기업(공공 일자리) 21.2%로 나타났다. 대기업 비중은 2019년 15.8%에 비하면 다소 증가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질 높은 대기업 일자리가 늘어나야 소상공인을 포함하고 있는 중소기업 일자리 비중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자연히 자영업자 비중이 줄어들게 돼야 선진국형 일자리 구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자영업자 비중을 낮추며 선진국형 일자리 구조로 만들어가려면, 양질의 임금근로 일자리가 많아야 하고, 특히 대기업의 고용 기여도가 커져야 할 것이다. 비영리 공공일자리 비중이 21% 정도인데, 이 비중을 더 늘리기는 재정적인 한계로 어려움이 있다. 한편 중소기업도 일하기 좋은 양질의 일자리로 발전이 되어야 자영업자들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역대 정부는 자영업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대책 강구를 위해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 정부는 자영업자의 퇴로를 열어주기 위한 폐업 지원과 취업지원, 그리고 업종전환 및 재기를 위한 지원 등의 지원정책을 꾸준히 펼쳐왔다. 이러한 정책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하는데 그것이 풀어야 할 난제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책은 그 특성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선별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생계형 소상공인과 사업형 소상공인을 구분해 사업형 소상공인은 경쟁력 강화 정책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고, 생계형 소상공인은 퇴로를 열어주고 사업전환이나 일자리 환경을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임금근로자로 전환을 원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폐업 지원과 함께 기술기반 교육을 통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존 임금근로자가 창업을 원하는 경우에는 기술기반 업종에서 창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사업전환이나 임금근로자로의 전환이 어려운 생계형 자영업자는 복지 차원의 생계형 지원을 통해 생계의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