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대 CEO 조사에서 톱3는 견고했고 7명의 CEO가 100위권 내에 새롭게 진입했다. 예상외로 약진한 업종은 건설이었고 유통과 종합상사는 실적이 하락하며 순위가 떨어졌다. 기업집단은 현대자동차그룹과 HD현대그룹 등 ‘범현대가’의 존재감이 컸다. 톱10 ‘전기차 캐즘’ 뚫은 현대차그룹의 질주
LG전자, 최대 매출 달성 삼성전자의 한종희 부회장이 100인의 CEO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그간 한경비즈니스가 조사한 100대 CEO(기업)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 15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고 모바일·가전 등 주력 사업에서도 고전했다.
하지만 올해는 반도체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부회장은 반도체부터 가전까지 AI 역량을 강화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엔비디아발 AI 광풍으로 인해 증권가도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26.97% 상승한 8조2029억원이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2위 자리를 지켰다. ‘전기차 캐즘’ 시대에도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경쟁력 우위를 점한 현대차는 선제적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짓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는 올 10월 가동이 목표다. 현대차가 미래 성장 거점으로 찍은 또 다른 시장은 인도다. 현대차는 인도 증시 상장을 통해 최대 30억 달러(약 4조167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3위에 오른 최태원 SK 회장은 투자형 지주회사 모델을 정립해 배터리·바이오 첨단소재, 그린, 디지털 사업 등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지난해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낸 분야는 AI 시대를 맞은 반도체다. SK하이닉스가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며 1계단 상승한 4위에 올랐다. 기아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99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11조600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각각 15.3%, 60.5% 증가했다. 북미·유럽 등 선진 시장 중심으로 판매가 늘었고 고수익 차량 중심의 판매로 인한 판매 가격이 상승한 결과다.
6위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가전사업을 넘어 B2B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지난해보다 순위가 1계단 상승했다. LG전자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84조2278억원, 영업이익은 3조5491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은 악화했지만 매출액은 견고한 수준을 유지한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7위에 올랐다. 이어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8위,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9위,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10위를 기록하며 ‘2024년 톱10 CEO’에 올랐다.
올해 조사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드러낸 그룹은 ‘범현대가’였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CEO 9명, HD현대 계열사 4명의 CEO가 2024년 100대 CEO에 등극했다.
HD현대그룹의 지주사인 HD현대 권오갑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2위에 올랐다. HD현대그룹의 재계 순위(시가총액 기준)는 올해 6위까지 뛰어올랐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이 지난해보다 5계단 뛴 13위를 기록했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46위),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47위)도 50위권 내에 안착했다. 올해 중동에서 3조원대 빅딜을 따낸 여수동 현대트랜시스 사장은 5계단 상승한 87위를 기록했다.
HD현대 계열사 중에서는 정기선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이 지난해보다 7계단 상승한 55위에 올랐다. 84위에 오른 이상균 HD현대중공업 사장은 조선업 부활을 이끌며 올해 신규 진입했다. 예상외로 웃은 건설업올해 순위에서는 업종 간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부동산 시장은 악재 투성이였다. 금리와 물가가 오르면서 공사비는 증가했고 주택수요는 감소했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약진했고 중견건설사, 플랜트사 역시 10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며 선방했다. 반면 유통, 종합상사 기업은 순위가 하락했다.
삼성물산은 작년 조사보다 7계단 하락했지만 28위에 오르며 여전히 3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매년 상승하며 전년 대비 13.5% 증가한 2조87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오세철 사장이 이끄는 건설 부문은 시장 상황과는 정반대로 신기록을 썼다. 2022년보다 매출은 32.3%, 영업이익은 18.2% 증가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고 해외수주는 3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올해 조사에서 작년보다 12계단 상승한 40위에 안착했다. 매출은 2022년 21조2391억원에서 2023년 29조6514억원으로 뛰었고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40% 성장한 7854억원을 기록했다. 윤 사장 체제에서 2년 연속 신규수주액 30조원을 돌파한 결과다.
72위에 오른 이경호 중흥토건 사장은 지난해 총 9개의 도시정비사업을 품으면서 극적인 실적 반등을 이뤄냈다.
올해 조사에서 100대 기업에 신규 진입한 건설사 CEO도 있다. 79위에 오른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을 넘어서며 단숨에 79위에 진입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사상 첫 4조원을 돌파했다. 승승장구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은 안정적인 해외수주에 답이 있다.
유통업계의 지각변동도 드러났다. 강한승 쿠팡 대표는 올해 조사에서 지난해보다 7계단 상승하며 36위에 올랐고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2계단 하락한 41위,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은 4계단 하락한 69위를 기록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