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ESG제도화 포럼
"기업 부담 낮추려 하다가 기업 경쟁력 해칠 것" 지적
ESRS 기준과의 상호운용성 갖춰야 한다고 지적되기도
지난 1일 오전 10시 그랜드센트럴빌딩에서 열린 '제4회 ESG제도화 포럼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기준(KSSB) 공개초안에 대한 의견'에서는 KSSB 공시에서의 미비점에 대한 비판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보고서 관련 작성기준에 대한 공개초안 이외에는 확정된 것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비판 사항이다. 언제부터 공시를 할 것인지, 사회 분야에 대한 공시 계획은 무엇인지, 공시의무자는 누구인지,공시는 어떤 방식(공시 위치)으로 이루어지는지, 공시시점은 언제인지, 공시에 대한 책임(벌칙 및 손해배상)은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 보고서에 대한 검증은 어떻게 하는지 등이다.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는 △공시 법적 효력의 약화 △이중중대성 미채택 △스코프3 의무화 여부 △중요 지표의 의무 공시 제외 등을 이번 초안의 주요 쟁점으로 꼽았다. 자본시장법상 법정공시가 아닌 거래소공시로 바뀌면서 법적 효력이 약화됐고, 생물다양성이나 인권 등 사회 이슈 등을 제외한 기후 공시만을 의무공시에서 제외한 점, 스코프3 공시에 대한 의무화 여부 및 시기를 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럽연합의 공시기준인 ESRS와의 상호운용성을 보유해야 EU 진출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달성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SRS는 이중중대성을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보고기준이다. 송 변호사는 "두 표준 간의 차이점을 검토하고, 기업의 보고 정책 설정 및 보고 결정 시 이러한 차이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다.
최유경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도 ESRS에서의 이중중대성 개념을 도입하지 않은 데 대해 지적했다. 최 연구위원은 "국내기업이 ESRS를 포함한 지속가능성 의무공시 기준 도입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늘리는 이중중대성 개념을 보다 자발적으로 하도록 효율적인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대부분 나라들은 거래소 공시가 아닌 법정공시를 채택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거래소 공시와 법정공시 여부를 둘러싸고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다고 짚었다. 최 연구위원은 "거래소 공시의 경우 해당 기업이 부담하는 법적 책임이 완화되거나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차별"이라며 "법정공시는 정보의 정확성과 책임성을 강화하여 중장기적으로 허위기재나 워싱 등에 대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는 공시 시기를 공시의 시급성, 목적 부합성, 글로벌 정합성, 적용 가능성 측면에서 2026년(늦어도 2027년)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보았다. EU는 2025년부터, 일본은 2027년부터 의무공시를 시작하는 등 글로벌 공시 기준 시기는 2025년~2027년 정도로 확정되고 있으며,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다.
지 부소장은 "이와 함께 공시 법제화, 보고위치, 기후 외 주제 공시 의무화, 산업기반 지표 등에 대해서도 재고가 필요하다"며 "불성실 공시 등에 대한 법적 책임이나 제재 방안 마련을 위해서도 법제화가 필요하며, 산업에 따라 비즈니스 기회 및 위험의 차이가 상이하기 때문에 기후 외 산업 기반 지표 공개도 기한을 두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은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공시부담을 가장 우선순위로 고려했고 △정보이용자를 투자자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한국회계기준이 기준을 담당하는 주체인 것이 이번 공시안의 근본적인 한계라고 주장했다. 지속가능공시기준의 목적을 일반재무제표와 동일하게 보고, 지속가능 공시기준의 체계도 재무보고를 위한 개념체계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특히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온실가스배출량의 경우 스코프3 공시유예를 전제하고 있고, 정확한 공시위치를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중요성 판단 기준이 불확실하고 검증제도도 미비하다"며"보고서 목적 자체가 광범위한 이해관계자가 아닌 투자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공시내용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와 함께 △공시내용에 모회사 및 종속회사의 개별내용을 포함할 것 △지배구조보고서와 같은 요약표를 작성할 것 △지속가능보고서를 누가 작성할 것인지에 대해 검토할 것 등을 제언했다. 아울러 도입시점, 공시위치, 보고내용, 보고시기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 설정을 요청했다.
유승권 이노소셜랩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이번 보고기준이 기업의 부담을 낮추는 데 노력한 나머지 기업이 해야 할 지속가능경영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유인이 될 것을 우려했다.
유 센터장은 "근본적으로 공시안이 투자자 관점만을 반영하고 있고, 투자자 관점의 위기와 기회만 강조하고 있어 지속가능경영이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전략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라며 "오히려 정보공시가 빨리 도입되어야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과 위기를 해소, 완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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