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3000억 쏟아부은 마곡 원그로브, 공실률 100%
준공 한 달 앞뒀지만 아무도 안 들어와

현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마곡지구 ‘원그로브’. 사진=한국경제신문
현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마곡지구 ‘원그로브’. 사진=한국경제신문
초대형 복합시설 구축을 목표로 지어진 마곡지구 ‘원그로브’가 준공을 불과 한 달을 앞뒀지만 아직까지 입주를 결정한 업체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그로브에 국내 부동산 투자액 중 역대 최대 규모인 2조3000억원을 쏟아부은 국민연금공단은 초비상이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투자한 원그로브(CP4) 오피스동이 경우 현재까지 한 건의 임차 계약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원그로브는 연면적 약 46만3098㎡로 여의도 IFC(50만6205㎡)와 비슷한 규모다. 축구장(7140㎡) 64개와 맞먹는다.

지상 3층부터 11층까지 오피스, 지하 2층에서 지상 2층까지는 ‘원그로브몰’이 들어선다. 이 중 오피스동은 입주를 희망한 기업이 한 곳도 없고 상가 시설인 원그로브몰에는 이마트 트레이더스 한 곳만이 들어서기로 확정됐다. 전망도 어두워...수익률 '0' 되나?
국민연금은 2021년 이 자산을 2조3000억원에 준공 조건부로 매입하기로 했다.

원그로브 투자 건은 국민연금의 국내 단일 부동산 투자 중 최대 규모로 주목 받았다.

마곡지구가 서울 내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마지막 부지로 꼽혀 미리 선점하기 위해 단행한 공격적인 투자였다.

하지만 원그로브의 초반 임차 마케팅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민연금의 수익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임차인을 못 찾으면 국민연금에 돌아갈 수익은 ‘0’이 된다.

전망도 어둡다.

가장 큰 문제는 마곡지구와 가까운 여의도에 대형 오피스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서울 서부 지역에서 입주할 곳을 찾던 기업들이 대부분 마곡지구 대신 여의도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게다가 마곡지구 역시 오피스 물량이 올해만 99만㎡ 가까이 쏟아진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