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뭄바이 상업 중심가, ‘명품브랜드촌’으로

지난해 11월, 럭셔리 쇼핑센터 ‘지오 월드 플라자’ 오픈
루이비통, 구찌, 디올, 발렌시아가 등 66개 브랜드 입점

구찌·루이비통·까르띠에 등 다수 명품 브랜드
글로벌 앰배서더로 인도인 배우 또는 가수 발탁

사진은 왼쪽부터 인도 배우 알리아 바트, 디피카 파두콘. (사진=알리아 바트·디피카 파두콘 인스타그램 갈무리)
사진은 왼쪽부터 인도 배우 알리아 바트, 디피카 파두콘. (사진=알리아 바트·디피카 파두콘 인스타그램 갈무리)
코로나19 이후 명품업계의 타깃은 ‘한국’이었다. 고가의 핸드백 등으로 보복소비가 몰리면서 명품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22년 한국이 1인당 명품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에 오르자 이듬해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까지 방한했다. 루이비통, 구찌 등이 앞다퉈 한국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그런데 최근 업계의 관심은 인도로 향하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명품 산업이 둔화함에 따라 새로운 시장 개척이 시급한 브랜드 입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는 최적의 시장으로 꼽힌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앞다퉈 인도 유명 배우 또는 가수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하고 현지 매장을 내고 있다. ◆ 인도로 향하는 명품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도 뭄바이 상업 중심가로 꼽히는 타지마할 팰리스호텔 인근은 ‘명품브랜드촌’이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축구장 10개 크기의 뭄바이 최고의 럭셔리 쇼핑센터 ‘지오 월드 플라자’도 오픈했다. 여기에는 루이비통, 구찌, 디올, 발렌시아가, 생로랑, 베르사체, 티파니 등 66개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이 가운데 티파니, 베르사체, 불가리 등은 지오 월드 플라자 입점을 통해 인도에 처음 진출했다.

기업의 움직임도 이를 증명한다. 케링그룹의 구찌는 지난해 처음으로 인도인(알리아 바트)을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했다. LVMH의 루이비통은 2022년 5월 인도 배우 디피카 파두콘을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했다. 루이비통이 인도인을 채택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리치몬트그룹도 마찬가지다. 2022년 까르띠에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디피카 파두콘을 발탁했다. 글로벌 앰배서더는 전 세계를 상대로 홍보 활동을 하는 역할로, 로컬 앰배서더보다 더 큰 영향력이 있다. 브랜드가 인도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영국 신발 브랜드 지미추는 인도 배우 아나냐 판데이를 캠페인 모델로, 이탈리아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는 인도의 가수 겸 배우 프리얀카 초프라 요나스를 앰배서더로 기용했다.
프랑스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는 연내 인도 진출에 나선다. 올해는 뭄바이에 1호점을 열고 2025년까지 뉴델리에 2호점을 만들 예정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세계 최대 명품 기업 LVMH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은 지난해 뭄바이에서 패션쇼를 개최했다. 유럽의 명품 브랜드가 인도에서 단독으로 패션쇼를 선보인 것은 디올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2007년 펜디가 중국 만리장성에서 패션쇼를 개최한 것과 같은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인도 매체 힌두비즈니스라인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이 인도의 럭셔리 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LVMH 베르나르 아르노까지 움직인다…폭풍 성장한 인도 럭셔리 시장
◆ ‘브리지 투 럭셔리’로 입문하는 Z세대글로벌 컨설팅업체 지몬쿠퍼에 따르면 글로벌 명품 시장은 올해 3690억 달러(약 510조원) 규모로 전망된다. 2022년(3130억 달러) 대비 17.9%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38%가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매출은 △중국 560억 달러(약 77조원) △일본 320억 달러(약 44조원) 등이다.

그런데 정작 관심을 받는 곳은 인도다. 인도의 예상 매출은 70억 달러(약 10조원)로 중국·일본보다 시장 규모는 작지만 급격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대비 인도의 성장률은 33%로 스페인(39%) 다음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국가다. 인도의 명품 시장은 태국·베트남보다 클 뿐 아니라 한국을 앞지르는 수준이다. 인도가 아시아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지만 한국은 5%로 관측된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역시 85억 달러(약 12조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는 인도의 명품 시장이 2030년 최대 900억 달러(약 124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보고서도 만들었다. 지금보다 10배 이상 커지는 셈이며 연평균 성장률은 약 55% 수준에 달한다.

지몬쿠퍼는 “인도 명품 시장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곳”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시장에 진출하고 브랜드를 운영하기에 지금이 가장 완벽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인도 명품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요인으로는 △초고액 순자산가(UHNWI) 증가 △중산층 확대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관심 증가 등이 꼽힌다.

우선 3000만 달러(약 415억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가 늘었다. 2019년 6986명 수준에서 2021년 1만3048명으로 급증했다. 2022년 소폭 감소해 1만2069명이 됐지만 지난해 다시 늘어 1만3263명이 됐다. 인도의 초고액 자산가는 앞으로 더 증가할 전망이다. 2026년 1만9908명으로 관측된다. 향후 5년간 전 세계에서 초고액 자산가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하는 국가로 꼽힌다.

실제로 인도 고액 자산가들 중심으로는 까르띠에, 반 클리프 아펠, 불가리 등 고가의 주얼리 브랜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 상위 중산층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인도 중산층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계층으로 연간 6.3%씩 증가하고 있다. 가구당 연간 50만~300만 루피(800만~5000만원)를 지출하거나 1인 1일 300~2000루피(5000~3만원)를 사용하는 이들이 중산층에 해당한다. 현재 전체 인구(14억 명)의 약 28%인 3억3800만 명으로 집계된다. 이 수치는 2031년 38%로 늘어나고 2047년에는 60%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도 경제전문 매체 민트는 “과거 인도에서 사치품 수요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발생했다”며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중산층이 늘어나며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소득이 늘어난 사람들이 성취의 상징으로 명품을 찾는 것”이라고 전했다.

인도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025년 일본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인도 GDP를 4조3398억 달러로 추정했다. 일본(4조3103억 달러)을 앞서며 세계 4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인도가 1980년대 중국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이 경제개혁을 실시하면서 1980년대 연평균 10% 성장을 이뤄냈고 1980년대 후반부터 중산층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사치품이 중국 공산당에 의해 침식된 종교와 전통의 부재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급속한 도시화와 소비주의가 중국 사치품 집착을 부추겼다”며 “구매자들은 에르메스, 샤넬, 디올 등과 같은 브랜드를 통해 지위를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도가 이 시기 중국 사회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말이다.

인도 대기업 중 하나인 릴라이언스그룹의 패션 회사 릴라이언스 브랜드를 이끄는 다르샨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5년 전만 해도 그레스나 핸드백에 5만 루피(약 90만원)를 지불하는 것은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이젠 아니다”고 언급했다.

인도에서 명품이 성장하는 또 다른 요인은 ‘Z세대’다. 젊은층의 관심과 구매가 늘어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도에서 1997~2012년에 태어난 이들은 약 4억7000만 명이며 이 가운데 실질적으로 소비를 주도하는 인구는 1억2000만 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인도 매체 라이브민트는 “인도에서도 사치스러운 삶을 즐기는 젊은 인구가 늘고 있다”며 “이들은 5성급 호텔에 묵고 고급 몰에서 명품을 구매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브리지 투 럭셔리(BTL, 고가 명품으로 가는 단계에 있는)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코로나 이후 시작된 ‘BTL 붐’이 이어지고 있다. 보그 비즈니스는 “인도 6개 도시를 중심으로 소비자 조사를 진행한 결과 BTL의 잠재력이 높다는 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BTL 브랜드는 헤리티지(지금까지 만들어놓은 사회·문화적 유산) 측면에서는 초고급 명품에 견주어도 무방하지만 가격대는 그보다 낮다. 예를 들면 미국의 코치·마이클코어스, 이탈리아 디젤 등이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