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케이블 공장 기술 유출 의혹
대한전선 피의자 전환·본사 압색

LS전선 해저케이블을 시공하는 모습. 사진=LS전선
LS전선 해저케이블을 시공하는 모습. 사진=LS전선
LS전선과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기술 탈취 의혹 관련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경찰이 최근 국내 전선업계 1위인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과 관련해 업계 2위 대한전선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LS전선이 15일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날 LS전선은 "대한전선의 기술 탈취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외에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대한전선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 전환하고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LS전선 측은 "대한전선이 납품한 적이 있다고 하는 해저케이블은 1-2km 수준의 짧은 케이블에 불과하다"며 "수십 km, 수천 톤에 달하는 긴 케이블을 제조하고 운반하는 기술, 즉 설비 및 공장의 배치가 해저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LS전선이 보유한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가 가운종합건축사무소를 통해 대한전선에 유출된 정황을 파악하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S전선은 2007년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개발하고, 2009년 국내 최초의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을 준공했다.

LS전선에 따르면 기술 유출 의혹을 받는 가운건축은 2008∼2023년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1∼4동)의 건축 설계를 전담했으며, 이후 대한전선의 충남 당진공장 건설을 맡았다.

LS전선 측은 “대한전선이 가운건축에 먼저 연락해 수차례 설계를 요청했고, 계약금액이 LS전선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며 “또 LS전선의 다른 협력사들에게도 동일한 설비 제작 및 레이아웃을 위해 접촉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한전선도 이날 즉각 설명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대한전선 측은 "대한전선은 LS전선의 영업비밀을 탈취하거나 활용한 바가 없다"고 했다.

대한전선은 "당사가 가운건축에 먼저 연락해 수차례 설계를 요청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고 경쟁사의 계약 금액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며 "가운건축은 공장 건물의 공간을 설계하는 업체로 해저케이블 공장 설비는 전문 업체를 통해 제작 및 설치됐다"고 했다.

대한전선은 특히 "국내에서 해저케이블 설비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한정적"이라며 "대한전선은 케이블 설비 공급 경험이 있는 업체에 공정하게 입찰 참여 기회를 부여해 왔을 뿐 LS전선의 주장처럼 동일한 설비 제작 및 레이아웃을 요구한 바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LS전선의 과도한 견제라고 비판했다.

대한전선은 "국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LS전선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당사의 시장 진입을 방해한다면 해저케이블 및 해상풍력 산업에 대한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중국 등 해외업체로부터 우리 케이블 시장을 보호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해저케이블 사업과 투자를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경쟁업체에 과도한 여론전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며, 혐의가 없다고 밝혀질 경우 가능한 민형사상의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