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해외투자전략 애널리스트 톱10의 3년 후 ‘블루칩’ [커버스토리]
알고 보면 지금 ‘대세’인 종목들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이미 눈여겨본 종목들이다. 올해 매그니피센트7만큼 주목받은 일라이릴리도 지난 2019년 한경비즈니스가 애널리스트의 도움을 받아 선정한 ‘5년 후 최고의 해외주식’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 흘겨봐서 땅을 치고 후회했다면 아직도 기회는 남았다.

한경비즈니스는 ‘2024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중 해외투자전략-미국·선진국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톱10의 도움을 받아 미국 주식 중에서 ‘앞으로 더 빛날 대형주’, ‘차세대를 이끌어갈 혁신 주도주’, ‘새로운 별이 될 주식’을 선정했다. 3년 후 미국 증시를 이끌 주식은 무엇인가.
해외투자전략 애널리스트 톱10의 3년 후 ‘블루칩’ [커버스토리]
① 마이크로소프트 /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MS)다. 10인의 애널리스트 중 4명이 앞으로 더 빛날 대형주에 MS를 꼽았다.

비즈니스업계 표준이었던 오피스와 운영체제(OS) 윈도로 PC 시대의 상징이었던 MS는 2007년 이후 스마트폰과 태플릿의 아성에 큰 위기를 맞닥뜨렸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 B2B 클라우드 분야로 사업 방향성을 전환하며 눈부신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2007년만 해도 경쟁자들은 “MS는 죽었다”고 했지만 2019년 블룸버그는 ‘제국의 역습’이란 표현으로 MS의 부활을 논했다.
PC와 스마트폰 시기를 거쳐 AI 시대에도 MS는 건재하다. 2023~2024년에는 매그니피센트7의 맏형으로 활약했다. 특히 사티아 나델라 CEO의 혁신적인 리더십 아래 MS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주요 제품에 AI 기술을 통합하며 시장가치를 높였다.

애널리스트 역시 5년 후에도 건재할 대장주 중 하나로 MS를 꼽길 주저하지 않는다. 유진투자증권의 허재환 애널리스트는 ‘업무 효율성 분야 선두 기업’이란 점에서 MS를 선택했다. MS는 AI 기능이 내장된 ‘코파일럿’을 비롯해 회사 업무 지원에 초점을 맞춘 AI 서비스만 50여 개에 달한다. 지난 6월 MS는 신입사원의 회사 적응을 도와주는 AI에이전트를 시연했는데, AI가 공지를 자동발송하는 것은 물론 교육과정도 챙기고 구체적인 작업도 지시한다.

NH투자증권의 김환 애널리스트는 “생형형 AI 투자 사이클 중 1차 수혜는 반도체 생산 기업, 2차 수혜는 B2C, 소프트웨어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온디바이스 AI 수혜주로 MS를 선택했다. ② 애플 / 다시 애플의 시대“AI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AI 시대 다음 장을 이끌어갈 기업이다.”
메리츠증권의 황수욱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미래를 이렇게 예고했다. AI의 붐이 침체한 스마트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AI+스마트폰’ 조합이 애플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란 분석이다.

시작은 오는 9월이다. 애플은 9월 아이폰16을 출시할 때 ‘애플 인텔리전스’라 불리는 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는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AI 기반 수요로 올 하반기 판매량을 전년의 8100만 대에서 10% 높인 9000만 대로 늘려 잡았다고 전했다.

미 CNBC는 올초 “스마트폰 제조사가 AI 기능에 자신감을 얻고 슈퍼 사이클(초호황)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전했다. 핵심은 스마트폰을 교체할 만큼 AI 기능이 일상을 바꿀 것인지에 달렸다는 얘기다. 모건스탠리는 우선 청신호를 켰다. 모건스탠리의 에릭 우드링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AI 플랫폼 출시로 이용자 사이에서 아이폰 등 애플 기기를 업그레이드하려는 기록적인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라며 “앞으로 수년간 애플 기기 업그레이드를 위한 ‘분명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③ 브로드컴 / 제2의 엔비디아?“브로드컴은 엔비디아를 쫓을 신흥 강자입니다.” 하나증권의 이재만 애널리스트는 차세대를 이끌어갈 주도주로 통신·반도체업종인 브로드컴을 꼽길 주저하지 않았다.

브로드컴은 1961년 설립된 미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사업부문은 반도체 솔루션(62%)과 인프라 소프트웨어(38%) 부문이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무선, 네트워킹, 광대역, 스토리지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특히 AI 앱을 실행하는 데이터센터에 최적화된 맞춤형 제품으로 AI 핵심 기업 중 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월가에서는 브로드컴이 올 한 해 전년 대비 44% 성장한 515억 달러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한다. AI 인프라 네트워킹과 맞춤형 반도체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고 기업용 소프트웨어와의 강력한 시너지 효과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7월 12일엔 10대1로 주식분할을 실시하면서 추가 상승의 길을 열어뒀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주식분할을 발표한 기업들의 12개월 평균 주가상승률은 25.4%로 같은 기간 S&P500의 평균 수익률 11.9%를 크게 웃돌았다.

월가에서도 브로드컴에 대한 전망은 낙관적이다. 브로드컴에 대해 투자의견을 제시한 애널리스트는 총 44명으로 이 중 37명(83%)이 매수(비중확대 및 시장수익률 상회 등 포함)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평균 목표주가는 1925.37달러다. ④ JP모간체이스 / 트럼프 시대의 왕관“트럼프가 집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융규제 완화와 경기 확장을 누릴 수 있는 대형주다.”

신한투자증권의 김성환 애널리스트를 비롯해 3인의 애널리스트는 미국 최대 은행 JP모간체이스를 트럼프 시대의 수혜주로 꼽았다.

지난 7월 12일 공화당 트럼프 후보에 대한 피습 사건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경쟁력은 한층 더 높아졌다. 트럼프 시대에는 재정·규제 완화 정책으로 ‘금융주’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 중에서도 JP모간체이스가 최선호주로 물망에 오른다. 트럼프가 한 인터뷰에서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CEO를 재무장관으로 임명할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트럼프 시대가 다시 도래하면 도드-프랭크법 폐지,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의 주요 조항 개정 등으로 금융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는 집권 시절에도 도드-프랭크법의 일부 규정 중단 및 ‘신의성실 규정’ 재검토 등 현행 금융규제에 대한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공화당에서는 도드-프랭크 법안을 대체할 목적으로 자본을 충분히 쌓은 은행은 까다로운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법안인 ‘파이낸셜 초이스 액트’를 발의했다.

대선 효과가 아니더라도 유진투자증권의 허재환 애널리스트는 이 회사의 ‘꾸준한 실적 증가와 안정적 수익’에 점수를 줬다. 은행의 성장이 정체되었을 때에도 JP모간체이스 실적과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매번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자 ‘와츠 넥스트?’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을 정도다. ⑤알파벳 / ‘유튜브·클라우드·AI’ 3대장검색엔진에 유튜브, 클라우드, AI 모델까지. 지금 시대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갖춘 회사를 꼽으라면 바로 알파벳(구글의 모회사)이 아닐까. 10인의 애널리스트 중 3인은 알파벳을 앞으로 더 빛날 대형주에 꼽았다.

신한투자증권의 김성환 애널리스트는 빅테크 중에서도 알파벳을 1등 선호주로 제시했다. 그는 “빅테크 중에서는 경제적 해자가 확실하고 상대적으로 수급이 붐비지 않는 종목인 알파벳을 가장 선호한다”고 말했다.

KB증권의 김일혁 애널리스트는 알파벳의 숫자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검색 및 광고 시장에서 90%의 높은 시장점유율, 이 시장에서의 전년 대비 14%라는 성장세…. 이를 통한 현금흐름을 주주환원에 사용함으로써 알파벳의 ROE가 상승하는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 12MF ROE는 27%다.

플랫폼의 제왕은 유튜브와 클라우드, 여기에 AI도 갖추고 있다. 유튜브와 클라우드의 매출은 여전히 20%대 초·후반을 기록 중이다. 인공지능 모델인 ‘제미나이 어드밴스드’로 자사의 플랫폼을 강화해 소비자들을 가두는 록인 효과로 견고한 위치를 지킬 것으로 기대된다. ⑥일라이릴리 / 비만 잡고 치매까지비만치료제로 유명한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도 총 2표를 받았다. “아직 독보적인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일라이릴리의 상승세는 가파르다. 최근엔 시가총액 순위도 테슬라를 추월했다. 전기차가 성장의 덫에 빠진 사이 비만치료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데 따른 결과다. 일라이릴리는 이미 화이자, 존슨앤드존슨 같은 업계 선두 업체들을 제치고 전 세계 제약·바이오 시가총액 2위에 올라 있다. 1위도 비만체료제 쌍두마차 기업인 노보노디스크다.

하반기 일라이릴리는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도나네맙’이 FDA 자문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을 권고하면서 주가 상승이 전망된다. 최근의 주가 상승세를 견인했던 비만치료제의 매출 급증으로 견조한 실적이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말 도나네맙의 승인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주가 상승 모멘텀이 있다는 분석이다. ⑦아마존 / 클라우드와 AI, 폭발적 시너지전자상거래에서 출발해 세상의 모든 산업과 기술을 연결시키는 기업으로 거듭난 아마존도 톱10 애널리스트의 선택을 받았다. 총 2표다. 메리츠증권의 황수욱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이 강한 CS를 기반으로 AI 서버 사업 주도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심은 아마존웹서비스(AWS)다. 2006년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한 아마존은 MS와 함께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2024년 1분기 기준으로 아마존은 클라우드업계 시장점유율 1위다. 향후 AWS는 AI와 만나면서 더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AI 시대의 선두 기업인 엔비디아와 만나면서 신약 개발을 시작으로 다방면의 서비스 확대가 예상된다. 대개 AI에 들이는 막대한 투자로 기업의 실적에 의구심을 제기하지만 아마존은 이 회사의 우수한 이익이 기업의 체력을 뒷받침할 것이란 분석도 뒤따른다. ⑧퀄컴 / 제2의 전성기, PC와 AI의 만남AI를 입은 온디바이스에는 스마트폰만 있는 게 아니다. PC도 AI를 만나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전망이다. PC와 모바일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퀄컴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퀄컴은 다올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서 차세대 주도주로 선택받았다. 하반기부터 시작될 ‘AI 스마트폰’과 ‘AI PC’에 대한 기대감이 주효했다.

특히 퀄컴이 지난해 공개한 PC용 시스템온칩(SoC) ‘스냅드래곤X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AI PC 시대가 개화하며 주목받고 있다. HP, 에이수스 등 글로벌 노트북 제조사들이 ‘코파일럿+ PC’를 속속 출시하면서다.

코파일럿+ PC는 MS의 AI 서비스인 코파일럿을 온디바이스 환경에서 제공하는 PC를 말한다. 초당 40조 회 이상의 정수 연산이 가능해 AI PC 역할이 가능한데 현재 이를 충족하는 것은 퀄컴 스냅드래곤X 시리즈 플랫폼이 유일하다. ⑨이튼 / 데이터센터 산업과 함께하는 루키AI 인프라 사이클에는 이튼이란 기업도 있다.

이튼은 백업 전력 장치, 회로 차단기, 배전 설비, 분전반 등 지능형 전력망(스마트그리드)에 필수적 장치를 만드는 회사다. 미국의 대표적인 전력관리 기업으로 데이터센터, 반도체, 배터리, 항공우주 등의 분야에 사용되는 전력 인프라를 제공한다. AI 시장의 성장으로 미국의 인프라 투자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장기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이다.

올해 1분기엔 전년 대비 3.4%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이미 지난 1년간 주가가 1.6배 올랐다. 그럼에도 향후 3~5년 내 미국 증시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 ‘루키주’다. 다올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이튼에 한 표씩을 줬다. 신한의 김성환 애널리스트는 “미국 인프라 사이클을 주도하는 종목인 이튼은 향후 인프라 투자가 구조적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선호 종목”이라고 말했다.

이튼은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향후 실적 목표치를 높이는 종목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데이터센터 산업 성장에 따른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이튼은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글로벌 데이터센터 산업이 2022~2025년 연평균 16% 성장할 것으로 제시했으나 올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전망치를 25%로 상향 조정했다. ⑩메타 / 강력한 위치에 선 도전자 메타는 1분기 AI 관련 투자 확대를 발표했다가 오히려 주가 하락을 겪어야 했다. 투자 비용을 막대하게 늘린 것에 수익 창출 우려가 쏟아진 것이다. 그러나 견조한 업황과 실적 추정치 상향 조정 등으로 주가도 점차 회복하고 있다.

앞서 1분기 실적발표에서 메타는 올해 자본 지출을 기존 전망치 300억∼370억 달러에서 350억∼400억 달러로 올려잡았다. 이는 AI 로드맵을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를 계속 가속하는데 따른 것이라고 메타 측은 설명했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실적 발표 후 “선도적인 AI를 구축하는 것은 다른 경험보다 더 큰 작업이 될 것”이라며 “과거에도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단계에서 주가 변동성이 컸다”고 말했다.

향후 성장성도 높다. 지난 4월 시장에 선보인 오픈소스 기반 최신 언어 모델인 ‘라마3’는 개발자 사이에서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상장지수펀드 발행사의 한 CEO가 “라마가 메타를 AI 시장의 강력한 위치에 올려놓았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AI 에이전트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AI 투자 확대 중인 메타의 성장성도 2025년 이후에 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의 김일혁 애널리스트는 “AI 모델인 라마3 개발로 자사 플랫폼 고객의 록인 효과와 온디바이스 AI 시장에 진출해 수익화 모델에 기여하고 있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이 밖에도 마이크론, 슈퍼마이크로컴퓨터, 어도비, 뉴스케일파워 등 4개 기업이 각각 1표씩을 받았다.

어도비는 콘텐츠 및 문서 편집 분야에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고 이는 EPS 성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형 원자력발전소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극대화한 ‘소형모듈원자로(SMR)’도 차세대 성장주이자 루키로 통한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SMR 투자, 원자력규제위원회 현대화 등 원자력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 공약을 내세운 만큼 원전 테마주로 SMR 관련주들이 각광받고 있다. 대장주는 뉴스케일파워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