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의 중대형 항공기 50대 구매
계약 규모 약 30조원으로 추정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이 22일 영국 햄프셔주 판버러공항에서 열린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스테퍼니 포프 보잉 상용기부문 사장과항공기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이 22일 영국 햄프셔주 판버러공항에서 열린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스테퍼니 포프 보잉 상용기부문 사장과항공기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보잉의 중대형 항공기 50대를 한 번에 산다. 창사 이래 역대 최대 구매다. 총 비용만 30조원이 투입된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마지막 관문인 미국 당국의 승인을 염두해 미국 회사에 통 큰 베팅을 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한항공은 22일 영국 햄프셔주 판버러공항에서 열린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조 회장과 스테퍼니 포프 보잉 상용기부문 사장이 B777-9 20대, B787-10 30대(예비 발주 10대 포함)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23일 발표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계약 규모는 약 30조원으로 추정된다.

대한항공이 구매한 B777-9과 B787-10은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기종이다. 연료 효율이 높고 탄소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 항공기로도 불린다.

두 기종은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한 뒤 대한항공 기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꿈의 항공기’로 불리는 B787-10은 이날 대한항공에 처음 인도됐으며 오는 25일 일본 노선에 투입된다.

조 회장이 이번에 보잉 항공기를 대량 구매한 건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염두에 둔 전략적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신뢰를 얻기 위해 미국산 항공기를 대규모로 사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한항공은 2021년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14개국에 신고했다. 현재는 미국 공정거래당국의 승인만 남았다. 미 법무부는 10월 말께 심사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연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뒤 2년 안에 하나의 회사로 합친다는 계획이다.

조 회장은 합병 후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로 자리 잡기 위해 이번에 차세대 여객기를 대거 도입하고, 기종 단순화를 노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3월에도 약 18조원을 투자해 에어버스 장거리용 대형 여객기 A350을 33대 구매한 바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