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의 모습./한국경제신문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의 모습./한국경제신문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등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주가 추락했다. 애플이 엔비디아 대신 구글의 인공지능(AI) 칩을 사용하겠다는 소식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주식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주가는 3.43%내린 것을 비롯해 한미반도체(6.33%), 주성엔지니어링(3.68%), 이오테크닉스(5.05%), 테크윙(0.93%)이 일제히 약세였다. SK하이닉스는 장중 4.65%까지 빠지기도 했다. 관련 종목들은 모두 코스피지수(0.99%)와 코스닥지수(0.52%)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삼성전자(0.25%)가 코스피지수의 하락률을 밑돈 것을 볼 때 HBM 관련주의 약세가 더욱 두드러진 것이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쌍끌이 매도에 HBM 종목들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SK하이닉스를 각각 1029억, 46억 원을 팔았다. 이 밖에도 기관은 한미반도체(7억 원), 주성엔지니어링(51억 원), 테크윙(9억 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애플이 자체 인공지능(AI) 모델 훈련에 구글의 AI 칩을 사용했다는 소식에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대다수의 빅테크가 사용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AI 칩 시장 점유율은 80% 이상이다. 빅테크가 AI 칩 공급망을 다변화하면서 엔비디아와 AI 칩 밸류체인(가치 사슬) 종목들도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 매체 CNBC 방송은 “빅테크 기업들이 최첨단 AI 훈련과 관련해 엔비디아의 대안을 찾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AI 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빅테크의 실적 발표를 앞 두고 AI로 돈을 벌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며 “애플의 공급망 다각화 뿐만 아니라 미국 대선 불확실성 등 거시적 환경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