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팀,
2024 파리올림픽서 5개 메달 싹쓸이

협회 회장사 현대차그룹 외에도 조력자 있어
코오롱스포츠, 기능성 의류 담당

코오롱스포츠, 양궁 선수들 실력 향상 위해
국내 최초 양궁 전용화까지 개발해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 폐막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대한민국은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종합 순위 6위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금메달 11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 등 총 26개의 메달을 따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금메달을 확보한 것은 효자종목으로 꼽히는 'K-양궁'입니다. 양궁에서만 무려 5개의 금메달을 확보했거든요.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도 양궁에서 나왔습니다.

양궁이 제 실력을 발휘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곳은 대한양궁협회와 협회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입니다. 대한축구협회(KFA), 대한배드민턴협회 등이 구설수에 오른 것과는 대조됩니다. 현대차그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보다도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정 회장은 대회 첫날부터 마지막 시합까지 모든 경기를 빼놓지 않고 현장에서 응원하며 진정성까지 인정받았습니다. 본업(현대차)은 물론 부업(양궁협회)도 잘한다는 칭찬이 끊이지 않고 있고요.

그런데, 'K-양궁'의 성과에는 현대차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대 뒤에서 묵묵히 선수들을 응원하며 소리 없이 뒷받침해 온 또 하나의 존재가 있거든요. 바로 코오롱입니다. 50년 넘은 우리나라의 자존심 브랜드 코오롱스포츠가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올림픽을 준비했습니다.

양궁 국가대표들이 입는 경기복, 바로 '코오롱스포츠'에서 제작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코오롱스포츠는 긴 소매와 반 소매 상의, 긴 바지와 반바지, 트레이닝복 상/하의, 이너 티셔츠, 모자까지 경기와 준비에 필요한 모든 의류 일체를 지원했습니다.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능성 소재를 개발, 적용해 상의 안쪽은 땀을 빠르게 확산시켜 마르게 하고, 겉쪽은 땀을 빨리 기화시키는 기능을 적용했습니다. 파리의 더운 여름 날씨를 쾌적하게 견딜 수 있는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또, 쿨링 효과를 주는 기능뿐만 아니라, 땀이 많이 나는 부위인 상의 목 하단과 등·하의의 무릎 뒤쪽에 타공을 해 벤틸레이션(통풍) 기능까지 더해 쾌적함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했고요.
코오롱스포츠가 만든 양궁 국가대표팀 물품들. (사진=코오롱FnC)
코오롱스포츠가 만든 양궁 국가대표팀 물품들. (사진=코오롱FnC)
작은 부분도 성적에 영향을 주는 기록경기 특성을 감안해 코오롱은 선수 개개인의 의견들과 특성을 유니폼에 대거 반영했습니다. 유니폼 상의는 선수마다 옷깃을 세워 입기도, 접어서 넣어 입기도 하기 때문에 옷깃 중앙 부분을 보강해 옷깃 정리가 편하도록 했고, 안쪽으로 접힌 옷깃은 빠져나오지 않도록 목둘레 부분을 설계했습니다.

또, 양궁에서 팔과 어깨의 움직임이 중요한 만큼 활시위를 당기고, 활을 놓을 때 팔의 움직임을 파악한 3D 패턴 기술을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경기복은 시중에 판매하지도 않는, 순수 선수단만을 위해 특별 제작한 것으로 코오롱스포츠의 진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렇게 완성된 옷은 누가 먼저 입어봤을까요. 바로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차지한 이우석 선수입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산하 엑스텐보이즈 양궁팀 소속 선수와 여기에 소속된 국가대표 이우석 선수의 필드테스트를 거쳐 완성된 제품이 파리에서 빛을 발한 겁니다.

옷만 만들었냐고요? 양궁화도 있습니다. 심지어 국내 최초의 양궁 전용 신발입니다. 코오롱스포츠가 개발한 양궁화는 가볍고 발목을 단단히 잡아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선수들도 만족하는 것 같고요.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김우진은 이 제품을 두고 “인생 최고의 신발”이라라고 극찬했고, 이우석 등 국가대표 선수들은 모두 한입으로 양궁화를 승리의 요인 중 하나로 꼽았거든요.

코오롱이 얼마나 양궁에 진심이냐면요. 이런 후원이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때는 스포츠 브랜드 헤드를 통해 양궁 국가대표팀을 응원했습니다. 당시 리우올림픽 시점에 모기로 인한 지카바이러스가 이슈라 됨에 따라, 친환경 항균 모기 기피 원단 모스락을 제작한 경기복으로 지원한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 때부터는 코오롱스포츠가 담당했습니다. 선수들이 경기할 때 칼라를 접는 습관을 감안해 상의 칼라를 부드러운 형태로 유지할 수 있게 이중편직 제작했고, 일본 여름철 야외에서 경기가 진행되는 것을 고려해 메쉬 조직 흡한속건 기능성 원단 사용했습니다.

그런데도 코오롱스포츠는 내색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의 유니폼 일체와 트레이닝복, 이너티셔츠, 모자, 신발에서 양말까지 경기와 준비에 필요한 모든 의류를 조건 없이 지원하고 있지만, 홈페이지 어디에도 이를 자랑하는 문구는 찾을 수 없거든요. 업계 리딩 기업의 품격이 드러나는 태도입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