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호재에 대기수요 여전…가격 조정되자 매력↑

서울 노원구 소재 월계시영아파트 전경. 사진=민보름 기자
서울 노원구 소재 월계시영아파트 전경. 사진=민보름 기자
고가 아파트 위주로 돌아가는 지금의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저렴한 아파트에 주목하는 실수요자, 투자자들이 존재한다. 일부 지역에선 낡은 초소형 아파트가 높은 거래량을 보이기도 한다. 역세권에 위치해 실거주하기 좋은 일명 ‘가성비’ 단지이거나 지하철 개통, 재건축 등 각종 호재로 인해 투자가치를 인정받는 곳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아파트는 나름대로 높은 미래가치를 지녔지만 상승기 대비 큰 폭으로 가격이 하락한 바 있다. 그런데 일부 대기수요층이 저렴해진 가격에 매력을 느껴 매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대표는 “한창 비쌀 때보다 떨어진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도 거래량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대기수요가 꾸준하고 미래가치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이처럼 대기수요가 꾸준한 단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수를 고민해도 괜찮다”고 설명했다. 노원 대장 ‘미미삼’
서울에서 ‘가성비’ 아파트가 많은 지역으로 유명한 곳으로 노원구를 꼽을 수 있다. 서민주택안정화대책에 따라 1986년 상계동에 주공아파트 개발을 시작으로 대단위 아파트가 잇따라 조성됐기 때문이다.

그중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아파트는 광운대역과 인접한 월계시영아파트다. 총 3930가구 규모 단지는 라이프주택, 미륭건설, 삼호 등 시공사 3곳이 나눠 건설했는데 이들 시공사가 건설한 동마다 각기 다른 단지명(미성·미륭·삼호3차)을 붙였다. 이들 단지명의 초성을 따 흔히 ‘미미삼’이라 불린다. 미미삼은 올해 7월까지 총 57건 거래됐다.

월계시영은 마포구 성산동 소재 성산시영아파트와 함께 강북권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재건축 단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9억원에 가까운 성산시영(전용면적 50㎡)에 비해 시세가 훨씬 저렴해 접근성이 높다. 가장 면적이 작은 전용면적 33㎡ 타입은 올해 7월 5억3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서울 동북부의 강남 업무지구 접근성을 대폭 개선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정차, 광운대역세권개발 등 호재가 많다. 때문에 재건축 완료 시 명실공히 노원구의 대장주 아파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용적률 약 131%로 전용면적 33~59㎡ 소형타입으로만 구성된 데 비해 가구당 대지지분이 높은 편이다.

다만 워낙 오래된 소형 아파트로 투자가치 대비 실거주 편의성이 낮은 편이라 전세가격이 저렴한 탓에 소위 갭(매매가와 전세가 차이)이 4억원 수준으로 큰 편이다. 재건축 사업 역시 2023년 정밀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만큼 극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대조1구역’이 지척, 불광동 미성
은평구는 강북업무지구에 출퇴근하는 맞벌이 부부의 실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특히 지하철 3호선 접근성이 관건이다. 녹번역 초역세권인 ‘힐스테이트 녹번’ 전용면적 59㎡ 타워형 세대는 올해 7월 9억6000만원에 실거래됐다.

더 북쪽으로 갈수록, 연식이 오래될수록 아파트 가격은 저렴해진다. 은평구 대단지 아파트 중 가장 저렴한 단지는 불광동에 위치한 미성아파트로 3호선, 6호선 더블역세권인 불광역과 연신내역 사이에 있다. 연신내역은 앞으로 GTX-A가 정차할 예정이다. 1988년 입주한 대단지로 낡은 아파트지만 은평구에 흔한 언덕 지형이 아니라는 장점이 있다. 2022년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입주까지는 상당 기간 걸릴 전망이다.

통일로 대로변 너머에는 강북 재개발 최대어인 대조1구역(힐스테이트 메디알레)이 2026년 입주를 목표로 한창 공사 중이다. 이 밖에도 불광역 인근 대조동에는 역세권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주거환경이 정비될 예정이다. 1340가구 규모 미성아파트는 전용면적 66㎡가 지난 7월 6억5700만원에, 84㎡는 7억2500만원에 손바뀜됐다. 실거주·투자 다 잡은 신길우성2차
신길우성 2차 아파트 정문 모습. 사진=민보름 기자
신길우성 2차 아파트 정문 모습. 사진=민보름 기자
영등포구에선 최근 몇 년간 신길뉴타운(신길재정비촉진지구) 사업을 통해 조성된 새 아파트가 높은 가격을 형성하자 자극을 받은 주변 아파트들이 재건축의 속도를 높였다. 7호선 신풍역세권에 위치한 신길우성2차·우창아파트는 7월 13일 재건축의 중대 관문인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했다. 2018년 재건축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뒤 통합 재건축을 추진했는데 사업진행이 빠른 편이다.

그럼에도 2022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가격은 크게 하락했다. 2022년 5월 11억원에 거래됐던 신길우성2차 전용면적 64㎡는 7억원 후반대까지 가격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러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거래가 집중적으로 증가하면서 8억원대까지 회복한 상태다.

마포구 성산시영 등 비슷한 가격대의 재건축 사업 대비 속도가 빠르고 실거주 환경 역시 비교적 좋은 편이다. 신길동은 거리상 여의도가 가깝고 7호선을 통해 강남권에 접근하기 편해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성비’가 좋기로 알려진 동네다. 2026년 말에는 신안산선이 개통될 예정이다. 언덕만 아니라면…금호두산·한신한진
역세권, 대단지에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중 성동구에 자리하고 있지만 최근 9억원(7월, 전용면적 59㎡)에 실거래된 아파트가 있다. 성동구 금호동3가 두산아파트가 그 주인공이다. 1994년 입주한 1267가구 규모 두산아파트는 금호역 초역세권이며 옥수동 대장주인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 ‘래미안 옥수 리버젠’ 등과 인접한다. 재건축 등 별다른 개발호재는 없지만 성동구에서도 한강변에 자리한 입지를 생각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다.

1994년 입주한 단지라 이미 용적률이 249%(네이버 부동산 기준)에 달해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대가 높고 언덕이 심하다는 점, 주차공간 부족 등이 단점으로 알려져 있다. 두산아파트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24건 거래됐다. ‘e편한세상 금호파크힐스’(68건), ‘신금호 파크자이’(65건) 등 같은 금호동 새 아파트에 비해 절반 수준이지만 최근 거래가 늘고 있는 추세다.

같은 기간 성북구 돈암동 소재 한신한진아파트는 120건 매매됐다. 성북구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은 단지였다. 1998년 입주한 한신한진아파트는 총 4509가구 규모를 자랑한다. 전용면적 59~152㎡로 소형부터 대형까지 타입도 다양하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한신한진아파트에 대해 “가격이 낮아 실수요가 많지만 언덕 때문에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4호선, 우이신설선이 정차하는 성신여대입구역 도보거리에 위치하며 종로, 광화문 접근성이 높지만 언덕이 심한 것으로 유명하다. 단지 정문 앞에는 돈암초등학교가 위치한 ‘초품아’이기도 하다. 가장 소형인 전용면적 59㎡가 지난 7월 최고 5억8800만원에 거래됐는데 평지에 위치한 새 아파트 ‘돈암 코오롱하늘채’ 동일 면적이 8억~9억원 선으로 인근 아파트에 비해 저렴하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