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지속가능 인플루언서들을 중심으로 저소비 촉진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소비 코어(Underconsumption Core)는 말 그대로 과소비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필요한 물품만 구매하거나,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 오랫동안 사용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노멀 코어’ 또는 ‘노멀 소비’라고도 불린다.
인플루언서의 홍보 제품을 따라 사는 대신 꼭 필요한 제품만 사도록 장려하는 디인플루언싱(de influencing)과도 같은 맥락이다.
구독자 25만 명을 보유한 틱톡 인플루언서 사브리나 파레는 저소비 코어 관련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서 그는 “온라인에서 보는 대부분의 콘텐츠는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단순한 삶에 만족하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일 타겟(미국 유통 업체)에 가 새로운 옷을 사는 것은 정상이 아니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가지고 있는 제품이나 중고나 나눔을 통해 받은 물품 사용을 권장하며 영상을 마무리한다.
최근 틱톡을 비롯한 SNS에는 비슷한 내용의 영상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오랫동안 사용하거나 온라인 나눔을 통해 얻은 제품을 촬영해 소개하는 방식이다. 해당 제품을 언제부터 써왔는지 사용기간을 기재하고, 내용물을 모두 사용해 빈 통만 남은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낡은 칼의 수명 연장 방법을 알려주는 파레의 영상은 무려 1,500만 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이는 명품이나 유행하는 신제품을 소개하며 소비를 촉진하는 기존 인플루언서들의 영상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 같은 움직임의 주요 요인으로는 광고 문화에 대한 젊은층의 피로감이 꼽힌다. 새로운 상품을 끊임없이 광고하며 과소비를 부추기는 인플루언서와 기업에 지친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소비를 멈추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화려한 명품과 유행하는 패션 등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이 더 이상 누군가에게는 이상적인 삶이 아니게 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이전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경제 및 환경 측면으로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삶을 꿈꾸기 시작했고, 그런 삶의 모습이 더 근사하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컬럼비아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브렛 하우스 경제학 교수는 이 같은 트렌드가 ‘예측 가능한 규칙’대로 등장한다고 분석했다. 10년 정도마다 큰 경기 침체가 오면 비슷한 트렌드가 뒤따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990년대 초반,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이 터졌을 때, 그리고 대공황 때에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고 전했다.
하우스 교수는 최근 저소비 트렌드가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의 여파로 시작됐다고 봤다. 보복 소비 이후 대량 해고 등으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소비 절제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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