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성공의 조건 실패의 쓸모곽한영 지음│프런티어│1만9000원‘다른 멤버들에게 무시당하고 인기도 없지만 세계 최고의 밴드에서 활동하는 삶 vs 종군 사진기자로 세계적 명성을 얻지만 자신의 진짜 이름을 잃어버린 삶.’
서로 상반된 내용의 선택지 두 개 중 하나를 고르는 놀이 ‘인생 밸런스 게임’의 질문이라고 한다면 어떤 쪽의 삶이 더 흥미롭게 느껴질까? 전자는 밴드 비틀스의 멤버 링고 스타이고 후자는 종군 사진기자의 전설 로버트 카파다.
그동안 자신의 전공인 법 관련 분야뿐만 아니라 배구, 홍콩의 구룡채성, 명작 동화 등 다방면에 글을 써온 곽한영 부산대 교수가 이번 책 ‘성공의 조건 실패의 쓸모’에서는 과거와 현재 속 인물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들의 인생 뒷이야기를 통해 성공과 실패의 의미가 무엇이며 삶에서 지켜야 할 태도와 가치가 어떤 것인지 묻는다.
링고 스타와 로버트 카파의 인생 이야기를 먼저 짚고 가자. 비틀스의 다른 멤버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은 알아도 링고 스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 썸머가 링고 스타를 좋아한다고 하자 톰이 이렇게 비아냥대기도 했다. “링고 스타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
하지만 저자는 링고 스타의 인생에서 ‘천재들 사이에 끼었을 때의 삶의 자세’라는 의미를 찾아낸다.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까이에서 찍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종군 사진기자의 전설 로버트 카파의 진짜 이름은 앙드레 프리드먼이다. 헝가리 출신의 유대계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유명한 미국인 사진가 로버트 카파’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냈다. 또한 그를 논란의 중심에 서게 만든 사진 ‘어느 공화군 병사의 죽음’도 그가 아닌 게르다 타로가 찍은 것으로 밝혀졌다.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앙드레 프리드먼은 로버트 카파의 이름을 전설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끝내 ‘나’로 살아가는 일에는 실패한 게 아닐까요?”
곽한영 교수의 들여다보는 인생은 시대와 분야를 넘나든다. 테니스 스타 조 윌프리드 송가의 인생에서는 불운과 운에 대한 생각을, 현존하는 영국 최고의 뮤지션 필 콜린스의 음악 인생에서는 ‘버티는 삶’의 모습을, 삼국지의 유비·관우·장비에 얽힌 일화에서는 기다림의 중요성을, 세기의 배우 오드리 헵번의 삶에서는 ‘인간에 대한 예의’와 헌신의 태도를, ‘최강야구’와 함께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을 다룬다.
1장에서는 링고 스타를 비롯해 제임스 캐머런 등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들의 삶에 집중해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삶의 태도와 가치를 전한다. 2장에서는 영화 ‘대부’의 성공 뒤에 있었던 절박한 사연의 주인공들, 3명의 탐험가 로버트 스콧과 어니스트 섀클턴과 빌햐울뮈르 스테파운손에 얽힌 이야기 등 성공한 인생과 실패한 인생을 함께 다루며 성공과 실패의 의미에 대해 본다.
3장에서는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가 도쿄 올림픽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비결, 중용의 기술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성공을 만들어낸 인물의 에피소드를 다룬다. 마지막 4장에서는 성공과 실패를 넘어 보다 넓고 깊은 차원에서 인생의 의미와 삶의 태도를 다룬다. 나폴레옹과 벤투 감독의 리더십, 최근 은퇴 선언 글로 SNS에서 화제가 된 임민혁 선수의 ‘포기하는 용기’가 주요 꼭지다.
하나하나 쌓아 올리는 행복이 무가치해 보이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만이 넘쳐나는 요즘 같은 때에 숱한 갈등과 실패의 순간에도 자신의 삶에 성실했던 인물들의 모습에서 인생에 관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종오 한경BP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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