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주택정비사업은 일반 재건축에 비해 절차가 대폭 줄어들어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이 3~4년 수준일 정도로 굉장히 신속한 것이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사업 기간이 짧으면 아무래도 긴 사업 기간 발생할 수 있는 경기 변화, 금리 부담, 건축비 상승과 같은 외부적인 위험에 대한 노출도가 낮아진다. 또 개별 부동산 소유자가 단기적으로 자금계획, 이주계획 등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규모 자체가 작은 사업이기 때문에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 역시 소규모 단지라는 점은 해당 사업에 참여할 것인지 망설이게 하는 걸림돌이기도 하다.
가로주택정비사업 구역에서 감정평가 현장 조사를 할 때면 “120세대로 무슨 아파트냐, 나홀로 아파트 싫다”, “소규모 단지에서 무슨 개발이익이 있냐”는 반대파의 현수막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런데도 가로주택정비사업과 같은 소규모 재건축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새로 탄생할 소규모 아파트단지의 가치를 낮게 판단하는 경우도 있고 이미 거주나 투자의 목적으로 아파트를 소유하는 경우에는 굳이 다주택자가 되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다.
또는 임대수익이 잘 나오는 좋은 위치의 상가나 다가구주택(원룸 등) 건물주라서 매달 안정적으로 발생하는 월세 수입을 포기하고 아파트 짓는 사업에 참여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다.
각자의 사정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재건축에 반대하는 경우는 내 부동산의 가치를 계산하여 현금으로 받고 탈출하는 이른바 현금청산을 하게 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을 내놓는 대신 받는 현금, 즉 매매대금이 얼마인가 하는 점이다.
조합과 원만한 협의를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14년간 치열하게 감정평가 업무를 해오며 전국의 사업장을 지켜본 결과 서로가 인정하는 가치에 대해 원만하게 협의가 이뤄지는 경우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어차피 가로주택정비사업의 미동의자는 매도 청구 소송을 통해 현금청산을 하게 된다. 이때는 내가 원하는 금액과 상대가 줄 수 있는 금액을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에서 지정하는 감정인이 결정하는 가격으로 소유권을 넘기게 된다.
자산의 대부분인 부동산 가치를 감정평가로 책정받고 넘길 수밖에 없는 구조하에서 감정평가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큰 손실을 보고 후회하는 일이 생긴다.
이러한 상황에 부닥친 개인은 일단 감정평가를 잘 받고 볼 일이므로 적극적으로 내 부동산에 대한 감정 의견을 개진하고, 스스로 객관적인 감정평가액을 알고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사적 감정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손해를 줄이는 대응이 된다.
사적 감정은 개인이 소유한 부동산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의뢰하여 진행되는 감정평가를 말한다.
전문 감정인의 조언과 사적 감정을 통해 부동산 소유자는 자신의 요구가 과도한지 너무 적은 것인지 확인할 수 있고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객관적인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내 부동산의 현재 가치를 정확히 진단하고 전문가의 시각을 빌려 자신의 부동산 장점을 부각하는 것이 불필요한 분쟁, 시간 낭비, 비용 지출과 감정 소모를 줄이고 합리적으로 사안을 해결하는 길이다.
박효정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토지보상행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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