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기술수출한 폐암치료제 렉라자. 사진=유한양행
유한양행이 기술수출한 폐암치료제 렉라자. 사진=유한양행
유한양행이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수출한 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국내 제약사의 항암신약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현지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이번 FDA 승인을 두고 ‘역사적 쾌거’라며 기뻐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FDA는 8월 20일(현지 시간)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정맥주사(IV) 제형과 유한양행의 ‘렉라자’ 병용요법을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FDA가 올해 2월 우선심사 대상으로 정한 지 6개월 만이다.

렉라자는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폐암치료제는 전체 암치료제 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폐암 유형은 암세포 크기와 형태에 따라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암 두 가지로 나타난다. 이 중 비소세포암이 전체 폐암 유형의 80%가량을 차지한다.

임상 결과 렉라자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의 돌연변이 활성을 억제해 암 신호 전달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존 1, 2세대 표적치료제와 달리 뇌전이에 대해 우수한 항종양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은 2018년 1상을 진행하던 중 얀센에 이 약의 개발 및 판매 권리를 총 1조4000억원에 넘겼다. 이번에 FDA 승인까지 받으면서 유한양행은 이 중 약 80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수령하게 됐다. 제품 판매를 시작하면 판매에 따른 로열티도 받게 된다.

얀센은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IV제형의 병용용법 외에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피하주사(SC)제형도 FDA에 추가로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일본·유럽·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도 상용화 절차를 밟고 있다. 유럽에선 연내 승인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렉라자는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원 규모 의약품)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얀센이 설정한 렉라자의 미국 시장 매출 목표는 50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재 비소세포폐암 표준 치료제로 쓰이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거둔 매출액은 약 7조7000억원에 달한다.

주식시장은 일찍이 반응을 시작했다. 7월 초 7만원대였던 유한양행 주가는 렉라자 FDA 승인 기대감에 전날까지 20% 넘게 올랐다. 승인 소식이 알려진 8월 21일에는 장중 10만97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했으나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9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우선주인 유한양행우는 상승세를 지키며 전날 대비 22.28% 오른 9만6600원 종가를 기록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오픈 이노베이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가 더욱 활성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2015년 국내 바이오기업 오스코텍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뒤 물질 최적화와 공정개발, 임상연구 등을 통해 혁신신약의 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이어갔다. 그 결과 국내에서 렉라자는 2021년 3월 제31호 국산신약으로 허가를 받기도 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번 렉라자 FDA 승인에 대해 “국내외 기업이 협력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평했다. 협회는 “제약바이오산업계는 지속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의 확산과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민관협력 강화 등을 통해 제2, 제3의 미국 FDA 승인 신약을 탄생시키고 세계 6대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