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겨냥한 부동산 대출규제, 예고된 ‘찬물’ 뿌리기[대출규제②]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7월 11일 최근의 집값 상승을 두고 “지엽적이고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잔 등락”이라고 발언한 지 약 2달 만이다. 정부가 급격하게 대출을 조이기 시작했다.

9월로 이미 예정됐던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1일부터 시행된 것은 물론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도 꽁꽁 묶였다. 신고가 아파트가 속출하자 두 달 전과는 정반대의 스탠스를 취하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는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와 부동산 시세 상승에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가계대출과 주택시장은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선진국 대부분이 기준금리 인하를 앞둔 상황 역시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수도권 핵심지에 집중된 주택시장의 불씨가 더 번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연이은 신고가에 가슴 ‘철렁’
‘영끌족’ 겨냥한 부동산 대출규제, 예고된 ‘찬물’ 뿌리기[대출규제②]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넷째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3주 연속 상승했다. 주간 가격 증감률은 8월 둘째주 0.32%를 기록한 이래 셋째주 0.28%, 넷째주 0.26%로 둔화했다. 노원과 도봉이 뒤늦게 합류한 가운데 과천, 분당 등 경기 주요 지역도 상승세를 굳히고 있다.

신고가도 이어지고 있다.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 타입이 55억원에 거래된 것뿐만이 아니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핵심지역 외에도 강동구, 광진구와 경기도 다산신도시, 인천 검단신도시에서도 역대 최고가가 등장했다. 즉 서울 강남권에서 촉발된 집값 상승세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신호가 보인 셈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규제보다는 부양에 무게 중심을 뒀다. 2022년 하반기부터 분양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부실화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한 불안이 지속된 데다 만성적인 주택공급 부족이 심화할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난해부터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을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특례보금자리론, 신생아 특례대출을 비롯한 정책금융상품을 적극 내놓는 등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정책을 쏟아냈다. 7월 시행하기로 돼 있던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시기도 9월로 미루며 집 사라는 신호를 줬다.

연초부터 지속된 집값 상승에는 대대적인 공급대책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미래 공급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어 대기수요의 주택 매수심리를 잠재우려 했던 것이다. 8월 8일 발표된 ‘주택공급 대책’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그린벨트 해제, 오피스텔·빌라 등 비(非)아파트 시장 활성화 등 전방위적인 수도권 주택 공급 방안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공급대책도 결과적으로 불붙은 매수심리를 식히지 못했다는 화살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가계대출도 급증했다. 최근 시중은행이 일제히 금리를 올렸는데도 주택담보대출은 늘었다. 8월 29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7월 말 대비 7조3234억원 증가했다. 주담대 증가액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전월 7조5975억원에 이어 또다시 7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대출규제 효과 어느 정도일까
정부의 이번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된 측면이 컸다. 지난해에도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저리에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하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 이후 집값이 오르자 이맘때 소득제한 없이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 대출을 해주는 일반형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그러자 시장은 활기를 잃고 잠잠해졌다. 성과를 내기까지 수년의 기간이 걸리는 주택공급이나 세법개정이 필요한 과세 정책보다는 손쉽게 대출을 조절하는 것이 빠르고 효과가 좋다.

이번 대출규제 역시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무주택자 역시 ‘스트레스 DSR’이라는 허들을 피하기는 어렵다. DSR 자체가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 등 차주의 모든 대출금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연소득 대비 얼마나 큰지 계산하는 대표적인 대출규제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등을 적용받은 대출의 금리가 올라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DSR 산정 시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게 되므로 전체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시행된 1단계 스트레스 DSR은 가산되는 스트레스 금리가 0.38%였다면 2단계 스트레스 DSR은 0.75%이며 수도권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의 경우 1.2%가 부과된다.

특히 스트레스 DSR은 높은 대출한도를 통해 주택을 장만하는 일명 ‘영끌족’의 매수를 막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대표는 “이번 규제는 현금 여력이 충분한 매수자보다 금리가 조금 높더라도 더 많은 대출을 받아 공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수요자들의 주택 매수를 막는 데 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현 정부는 앞으로도 시장 움직임에 따라 조였다 풀었다 하는 식으로 대응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강 대표는 “최근의 집값 상승은 지난 몇 년간 고가주택에 대해 대출 제한 등 규제가 집중되면서 상급지나 신축에 대한 수요가 해소되지 못하고 축적되면서 생긴 결과”라며 “이 수요가 매수를 마치기 전까지는 다시 집값이 상승할 요인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