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수요자들은 돈을 빌리기 위해 은행 창구를 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은행마다 다른 규제에 바뀌는 내용도 많아 헛걸음하는 것도 다반사다. 집주인도 전세 세입자도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뿐이다. “도대체 어디 가면 대출 받을 수 있나요?”
9월 25일 기준 주요 5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규제를 몇 가지 사례들로 나눠 정리했다. 물론 이것도 은행별 정책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Q.올림픽파크포레온 전세대출 가능한 은행 어디?
입주일이 다가오는 분양 주택 집주인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려던 자금 계획이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신한·우리·농협 등 4개 은행은 신규 분양주택에 대한 전세자금대출(전세대출)을 꽉 막았다. 이들 은행은 집주인의 소유권 이전 조건 등이 붙은 조건부 전세대출을 제한하는데 신규 분양주택은 소유권이 시공사에서 집주인으로 바뀌는 경우에 해당된다.
다만 농협은행은 주택을 분양 받은 집주인이 분양금을 100% 완납한 후 관련 서류를 제출한 경우 해당 주택에 대한 전세대출을 실행하고 있다. 하나은행만이 현재 조건부 전세대출을 제한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비수도권 지역이라면 우리은행에서도 전세대출이 가능하다.
정리하면 현재 하나은행에서는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고 농협은행(분양금 100% 완납)에서는 조건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는 국민은행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전세대출 중단을 10월 말까지만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1월말 입주가 시작되는 서울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입주자들은 국민은행에서도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제는 현재의 전세대출 제한이 당초 방침대로 10월 말까지만 시행되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만 전세대출이 가능하다. 임차인이 직장 이전, 자녀교육, 질병치료, 부모봉양, 학교폭력, 이혼, 분양권 취득 등 실수요자 요건을 충족시킬 경우 전세대출을 내준다.
Q.집주인이 바뀌면 전세대출 힘들다고?
앞서 언급한 전세대출이 신규로 분양을 받은 사람들 얘기라면 기존 주택을 매입하려는 사람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존 주택의 경우도 전세대출을 끼고 주택을 구입하기 힘들어졌다. 국민은행은 10월까지 사실상 불가능하다. 농협은행에서는 분양 받을 때와 같이 대출을 받으려면 집주인이 잔금을 모두 치러 소유권 이전이 끝난 뒤에나 가능하다.
신한은행이 약간 다르다. 실수요자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농협처럼 집주인이 잔금을 치르고 한 후에는 세입자가 전세자금을 대출 받아 입주할 수 있다.
반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비수도권)에선 전세대출 문을 두드려볼 수 있다. 국민은행은 11월부터 다시 전세대출을 내줄 계획이다.
Q. 서울에 집 있지만 전세살이 해야 하는데
집이 있어도 전세살이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집이 한 채 있어도 직장 이전, 자녀교육, 질병치료, 부모봉양, 이혼 등 예외 요건에 속하고 인사발령문, 합격통지서(학교), 의사소견서, 소송 관련 법원 서류 등 특별한 사연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만 제출한다면 예외적으로 전세대출을 내준다.
다만 신한은행은 본인 또는 배우자의 보유주택이 투기·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을 넘는 경우 예외 요건에 부합해도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다. 쉽게 말해 강남3구와 용산에 집이 있으면 전세대출을 못 받는다는 얘기다. ◆주택담보대출
Q. 집 한 채 있으면 추가 매입 시 주담대 어렵나
집 한 채가 있는 상태에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주택을 추가로 사는 경우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국민·신한·우리은행에서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내주지 않는다. 비수도권 지역 주택을 추가 구입한다면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에서 모두 주담대가 가능하다.
Q. 인천에서 서울로 집 갈아타기 가능?
수도권 주택 갈아타기의 경우 5대 은행 모두 가능하다. 다만 국민·신한·우리 등 3곳은 기존 주택을 처분했을 때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 모두 비수도권 지역에선 주담대가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수도권에서처럼 기존 주택을 팔아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Q. 지방 주택 주담대는 다주택자도 가능할까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주택을 추가 구입한다면 하나은행과 농협은행 문을 두드려볼 만 하다. 다만 농협은행은 수도권에 한에선 이주비·중도금·잔금 취급 등의 집단대출만 가능하다. 국민·신한 등 2곳은 아예 문을 걸어 잠갔다. 우리은행은 비수도권 주택의 경우 다주택자의 주담대가 가능하다.
Q. 만기 짧아졌다는데 불이익?
국민·신한·우리 등 3곳에서 주담대 만기를 30년으로 제한했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40년으로 축소했다. 돈 빌리는 사람 입장에서 주담대 만기 축소는 타격이다. 대출의 만기가 줄어들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계산식에서 연간 갚아야 하는 원리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결국 대출 한도가 축소된다.
◆결혼예정자·상속·생활안정자금 등
Q. 결혼 앞둔 신혼부부는 대출 규제 예외일까
전 세대원 모두 주택을 소유하지 않아야 무주택자가 된다. 무주택자는 은행 규제에서 자유롭다. 대출 한도와 금리만 따지면 된다.
반대로 세대원 중 1명이라도 집을 소유한다면 유주택자로 간주된다. 자녀가 현재 부모의 집에서 함께 살 경우, 그리고 그 집이 부모 명의로 돼 있을 경우 그 자녀는 유주택자로 분류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자녀가 결혼을 앞뒀다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서 수도권 주택 주담대가 가능하다. 우리은행에선 전세대출도 받을 수 있다. 청첩장, 예식장계약서 등을 증빙자료로 제출하면 된다.
Q. 구매할 집 따로 있는데 상속으로 갑자기 집 한 채가 생긴다면 어쩌나
어느 날 상속을 받아 집 한 채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대출 신청 시점으로부터 2년 이내 주택을 일부 또는 전부 상속 받은 경우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상속결정문 등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주담대 제한 조치의 예외로 인정해 대출을 내주고 있다. 우리은행은 전세대출도 취급한다. 반면 신한은행은 상속의 경우도 예외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Q. 전세보증금 돌려줘야 하는데 돈 못 빌리나
은행들은 집을 담보로 생활비를 대출 받는 ‘주담대 생활안정자금’ 한도를 대폭 제한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1주택자와 다주택자 모두 차주당 연 1억원으로 묶었다. 다만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빌리는 경우(전세반환자금) 연간 1억원을 넘을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은행은 ‘주택’별로 1억원의 한도를 둔다. 다주택자라면 국민은행을 선택하면 좋다. 국민은행도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자금은 제한이 없다.
하나은행은 다주택자에 한해서만 1억원의 한도 제한을 뒀고 농협은행은 다주택자가 수도권 주택에 대해 생활안정자금을 대출 받을 때 한도를 1억원으로 축소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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