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리더가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김한솔의 경영전략]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스킬이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정확한 판단력이나 신속한 실행력, 또는 사람들을 아우르는 포용력까지 다 중요하다.

그런데 ‘인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닐까 싶다. 내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설명해야만 다른 사람도 나의 의견에 따르기 때문이다.

실행의 속도를 높이려면 동료들에게 설득력 있게 알려서 도움을 얻어내야만 한다. 포용력도 마찬가지다. 각기 다른 의견이나 성향의 구성원을 하나로 이끌기 위한 리더의 언어가 필요하다.

그래서 리더는 ‘말’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청산유수처럼 말하라는 게 아니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지 않고 필요한 말을 적재적소에 해야 한다. 그렇다면 리더는 어떤 방식으로 직원들과 소통해야 할까.

우선 리더가 하지 말아야 할 말부터 살펴보자. 첫째는 ‘말실수’다. 별생각 없이 내뱉는 말 한마디가 구성원에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분위기 띄우겠다고 던지는 ‘농담’이다.
가벼운 농담도 누군가에겐 상처모든 농담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가볍게 던진 농담으로 누군가가 상처받을 수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 얼마 전 한 지인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다. 해외 출장을 함께 가는 중에 리더가 웃으며 “난 비행기 탈 때마다 너무 힘든데 당신은 다리가 길지 않아서 좋겠다”라고 얘기를 했다고 한다.

어떤가. 키에 예민하지 않은 사람에겐 웃고 넘길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작은 키가 콤플렉스인 사람에겐 어떨까. 나 때문에 아이의 키가 크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는 사람에겐 또 어떨까. 일종의 언어폭력이 될 수 있다. ‘웃자고 한 얘기’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말은 한 번 입에서 나오면 주워 담을 수 없다. 미안하지만 말하는 사람의 의도는 중요치 않다. 듣는 사람이 느낀 게 전부다. 그래서 가까운 사이일수록, 리더가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일수록 위험한 농담에 빠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리더가 해선 안 될 둘째 말은 ‘잔소리’다. 예를 들어 보자. 구성원이 작은 실수를 했다. 이때 리더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때 리더가 해야 하는 고민은 ‘어떻게 말할까’가 아니다. 말을 ‘할까 말까’를 정하는 게 먼저다.

그 실수가 업무 성과 달성 혹은 다른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면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된다. 고민 결과 ‘한다’는 답이 나왔다면 ‘어떻게’를 정하자.

방법은 ‘개인적으로 간결하게’다. 사람들 다 있는 데에서 하는 질책은 듣기 싫고 기분 나쁜 소음일 뿐이다. 일대일로 만나서 핵심만 전달하자.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리더가 도와줄 수 있는 걸 덧붙여주면 더 좋다. 이런 말이 잔소리가 아닌 피드백이다. 상사니까 지적하는 마음, 이해한다.

하지만 내 마음보다 중요한 건 듣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느냐 아닐까. 잔소리를 듣고 행동을 바꾸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니 의미 없는 잔소리는 참는 게 답이다. 대신 변화된 행동을 응원하는 피드백을 연습하자.

반대로 리더가 해야 할 말은 무엇일까. 첫째는 구성원에게 ‘안전감’을 주는 말이다. 조직 문화가 좋은 곳과 나쁜 회사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가 안전감이다.

안전감이 있는 조직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을 때 도전할 수 있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 숨기기보다 알릴 수 있는 문화다. 여기에 필요한 게 리더의 말이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건 ‘고맙다’는 표현이다. “A 씨 덕분에 일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어 고마워요”, “B 씨가 잘 챙겨줘서 고맙네요”와 같은 식이다. 내가 조직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말을 해주자.

하나 더 나아가 ‘해보자’는 말이 필요하다. 가끔 리더들의 절실함이 ‘이거 정말 중요한 프로젝트니까 힘들겠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라는 등의 얘기로 표현될 때가 있다.

꼭 해내고 싶다는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게 구성원들에겐 의지보다 불안감으로 해석될 때가 많다. 불안감이 주는 스트레스가 필요할 때도 있다. 단순 반복적인 일을 해야 할 때다. 하지만 조직에서의 일, 특히 리더가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하는 일은 문제 해결성의 업무가 대부분이다.
구성원의 상황을 이해하라남들이 하지 않던 방식이 필요한 일을 할 땐 여유가 필수적이다. ‘성공과 실패는 결과의 문제이니 일단 최선을 다해보자’라는 말이 필요한 이유다. ‘해야 한다’는 다짐과 ‘해보자’는 권유의 큰 차이를 기억하자.

안전감을 주는 마지막 단추는 결과를 ‘판단’하는 리더의 말이다. 원하는 결과가 만들어졌을 땐 앞서 말한 ‘고마움’을 표현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다.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왜 원하는 결과가 얻어지지 않았을까’이다.

원인을 분석할 수 있으니 나쁜 질문은 아니다. 그런데 자칫하면 ‘탓’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질문이기도 하다.

대신 “이번 일을 통해 배운 게 무엇일까”를 묻자. 리더가 이런 질문을 했을 때 “사전 준비가 부족했으니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겠다”, “유관 부서와의 협조를 더 잘 받아내기 위해 관계 맺기를 더 신경 써야겠다” 등 과정에서 배운 것을 얘기할 기회가 생긴다.

리더가 해야 할 둘째 말은 구성원의 상황을 이해하는 ‘지지’의 표현이다. 대화의 중심에 내가 아닌 상대를 둘 때 가능한 게 지지다. 예를 들어 상대가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피곤하다”고 말한다면 “그래? 힘들겠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바빠?”라고 묻는 식이다.

너무 쉽다고? 이 쉬운 게 잘 안되는 모습을 너무 자주 본다. 힘들다는 상대에게 “그래? 나도 이래서 힘들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상대의 상황을 나의 처지와 연결해 공감해 준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이건 공감이 아니다. 대화의 주인을 상대에서 나로 빼앗아 오는 대화일 뿐이다. 지지의 표현을 하려면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이를 위해 또 하나 버려야 하는 것은 ‘가르치려는 마음’이다. 앞서 예로 든 ‘힘들다’는 구성원의 말에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라는 말이 떠올랐다면 위험 신호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충분히 더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알리려는 리더의 마음은 이해한다. 다만 그것을 표현하는 시점을 조금만 늦추자. 우선 ‘지지’를 통해 리더가 ‘나와 같은 마음’임을 구성원이 느끼게 해주자. 그다음에 힘듦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얘기해도 늦지 않다.

알고 있는 게 다르고 중요시하는 것도 다른, 다양한 구성원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의 힘은 결국 말에서 나온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닌 구성원을 움직일 수 있는 말을 통해 사람을 모으는 리더가 되어 보면 어떨까.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