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장악을 시도 중인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무분별한 투자 등에 따른 고려아연의 재무건정성 악화를 주장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시장의 대표 지표나 기업 재무구조 평가에서 최고의 공신력을 가진 신용평가사의 분석 결과 대신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데이터를 입맛에 맞게 가공했다"고 응수하며 재무건전성을 두고 양측의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신용등급 AA+ 받은 고려아연에
"형편없는 투자" 평가한 해외 독립리서치 의견 자료 배포한 MBK
고려아연은 최근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가 평가한 자사 장기 신용등급은 'AA+/안정적'이며, 단기신용등급은 'A1'으로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AA+는 상당히 우량한 신용등급으로 국내에선 금융회사 일부와 공사 등을 제외하면 장기 신용등급이 'AA+' 이상인 기업은 10여 곳밖에 되지 않는다.
신용평가사는 기업의 채무이행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등급이 높을 수록 기업의 현금창출력과 재무 안정성, 사업의 지속성 등이 우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유 현금으로 전체 차입금을 모두 상환해도 8000억원 가까운 현금이 남을 정도로 유동성도 풍부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단기신용등급에서는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초우량기업인데도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금융당국과 시장, 투자자들이 신뢰하는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마저 신뢰하지 못하는건 이미 그들이 합리성을 잃어버렸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36.5%, 특히 차입금 의존도가 10%에 불과할 정도로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 해외 독립 리서치 플랫폼에서 고려아연에 대한 MBK파트너스의 우려 사항이 타당하다고 분석한 한 의견을 전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독립 리서치 플랫폼 스마트카르마가 "고려아연의 부실 투자와 수익성 악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자사주 교환으로 늘어난 유통주식수 등 MBK파트너스의 3가지 우려 사항들은 타당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힌 내용이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스마트카르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대항공개매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MBK파트너스는 “다른 대형 PE사들이나 재벌 기업들이 최윤범 회장을 도울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2조원은 적은 규모가 아니기에 자금 모집 여부가 문제”라며 “더구나 빨리 모집돼야 한다”는 스마트카르마의 우려를 전한 바 있다.
고려아연 "MBK·영풍, 밸류체인 이해 못해…무지의 콜라보"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 논리의 큰 오류 중 하나는 순부채 전환 예상과 관련한 추가 영업현금흐름 예상액인데, 당사는 올해 연말에도 순현금 상태를 당연히 유지하며 당사가 예상하는 당사의 하반기 별도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최소3000억원에서 최대 5700억원"이라며 "연결기준으로 전환할 시 일부 조정이 발생할 수 있으나 준수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올해 연말에도 순현금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그니오 인수 관련 부실 투자 의혹과 관련해서는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응수했다.
고려아연은 "세계1위 제련기술을 자원순환 분야에 적용하고 있는 당사만의 독보적인 기술력과 밸류체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 숫자로만 사업을 평가하는 MBK파트너스의 분석과 친환경 자원순환 사업을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적자회사 영풍의 콜라보가 만든 무지의 평가 결과"라고 했다.
이어 "국가기간산업을 단 한 번도 운영해본 적 없는 투기자본 MBK파트너스와 적자에 허덕이고 대표이사들이 중대재해로 구속되고, 각종 환경오염으로 ‘제재백화점’ 낙인이 찍힌 영풍이 고려아연을 경영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투자 전문가라는 거짓 수식어를 앞세운 MBK파트너스는 인위적 구조조정과 알짜 자산 매각, 분할 매각 등 온갖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며 10년째 투자금도 회수 못하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정상화부터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했다.
MBK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 기업 중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가 2015년 약 7조2000억원을 투입해 인수했으나 통상 사모펀드의 투자 회수 시점인 5년을 훌쩍 넘긴 시점에도 아직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하지 못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그간 홈플러스의 부동산을 매각해 인수자금을 충당해왔다. MBK파트너스 인수 후 10년간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지난 2월 기준 24배(약 3200%)로 치솟았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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