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줄 알았는데…” 중국 증시의 대반전
중국의 경기 부양 정책에 중국 증시가 화답했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2019년 초 이후 5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던 중국 주요 주가지수의 대반전이다.

9월 30일 기준 상하이 종합지수는 7.29%, 홍콩 항셍지수는 3.24% 올랐다. 지난주에 이어 상승 폭을 확대한 것이다.

앞서 지난주(9월 23~27일) 주간 등락률 기준으로 홍콩 항셍지수는 13% 급등했고, 상해종합지수도 12.8% 올라 글로벌 주요증시 중 최상위 성적을 기록했다.

9월 둘째 주까지만 해도 중국의 주요 주가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2019년 초 이후 5년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는 지난 12일 전장 대비 13.66(0.43%) 하락한 3172.47로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 2월 2일 연저점(3179.63)을 깬 것이며, 2019년 1월 30일(3,168.4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당시만 해도 반등 요인은 부족했다. 부동산 경기 부진의 장기화와 이에 따른 소비·투자 심리 위축 문제로 올해 ‘5%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2주 새 상황은 달라졌다. 최근 주가 상승은 중국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에 따른 것이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 26일 시 총서기 겸 국가주석 주재로 현재 경제 상황을 분석·연구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중앙정치국 회의는 일반적으로 4월, 7월, 12월에만 경제 현안을 의제로 다뤄왔다는 점에서 9월 경제 회의는 이례적인 것으로, 그만큼 중국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중앙정치국은 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는 결코 변화가 없지만, 현재 경제 운영에는 일부 새로운 상황과 문제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경제 상황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어려움을 직시하고 자신감을 다지며 경제 사업을 잘해 나간다는 책임감과 긴박감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앙정치국은 특히 5% 안팎이라는 올해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 지출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 투자의 주도적 역할을 더 잘 발휘하기 위해 초장기 특별국채와 지방정부특별채를 발행해 사용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경기 부양책은 전격적이다. 판궁성 인민은행장과 리윈쩌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장, 우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등 3대 금융 수장은 지난 24일 이례적인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시중 유동성 공급과 정책금리 인하 등을 포함한 경기 부양책을 전격 발표했다. 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춰 금융시장에 장기 유동성 1조위안(약 190조원)을 제공하고 정책금리를 현재 1.7%에서 1.5%로 인하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또 리 총국장은 6대 국영은행(공상은행 중국은행 농업은행 건설은행 교통은행 우정저축은행)에 대한 자금 투입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이 국영은행들에 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국 경기 회복 기대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지만,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의 이번 정책 변화는 예사롭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중국이나 미국 이외 지역의 자산 또는 주식시장이 미국을 대체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책에 대한 신뢰가 높다면 올해 대중국 수출이 급감한 유럽/원자재 수출국들의 증시 또는 자산이 모두 강해야 한다”며 “최근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이들 지역 자산이 주도할 정도는 아니다. 미국 자산에 대한 선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