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 일본에선 이미 정책 결정에 쓰여
국력낭비 막고 최선의 결과 내기 위한 기술활용 필요해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
인공지능(AI)의 발전과 함께 비즈니스 현장, 소비 생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AI를 활용해 인구고령화, 환경문제, 빈곤문제, 교육문제, 재해 대응 등 각종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면 지구온난화로 산불이 많아지고 있는 미국 서부 지역에서는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화상과 AI를 활용해 작은 불씨를 포착하는 방법이나 높은 탑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화재에 의한 구름의 화상을 대량으로 학습한 AI가 산불의 위치를 지적해 산불의 초기 진화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한다(NHK, 2024년 9월 26일). 소니컴퓨터사이언스연구소는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농업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식량을 생산하면 할수록 토지의 성분이 좋아질 수 있도록 토지 생태계를 개선하는 농법의 개발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식물, 동물, 미생물 등으로 이뤄진 토양 속의 생태계는 무수한 변수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연결되는 복잡한 구조이며, 이를 고도의 계산 기능과 AI로 해석하려는 것이다.

이같이 AI가 활용되기 시작하는 한편, 이런 활동도 지원하면서 각종 사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자체에 AI를 활용하려는 시도들도 늘어나고 있다. 효과적인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AI를 활용한 분석 및 시뮬레이션 기능을 향상시키는 방안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사가현의 경우 지역 의료 데이터를 집약하고 긴급환자 수송 과정에서 AI로 적합한 의료기관을 선정하는 시스템 등을 정비하여 긴급환자 수용 거부 사례를 40%나 감축했다. 최근 일본 후생노동성은 직업소개소의 취업 희망자와 고용 희망자 간 매칭에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각종 재해도 많고 저출생·인구고령화에 고민하는 일본은 각종 과제를 선행적으로 경험하는 국가로서 사회적 과제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에 따라 AI를 활용한 정책 제언 시도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정부 및 지자체 등에서는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입안인 EBPM(Evidence-based Policymaking)이 강조돼왔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빅데이터, AI 등의 디지털 기술을 정책 입안 및 의사결정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각종 사회적 과제에 대해 개별적으로 AI를 활용해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전체적인 정책 방향을 검토하면서 각종 과제 해결에 주력할 필요도 있다. 일본에선 히타치컨설팅이 개발한 정책 제언 AI가 일본의 각 지자체 등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히타치컨설팅의 AI는 실적 데이터나 정책담당자의 생각을 기초로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도출해 현재 취해야 할 대책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여 정책 담당자의 EBPM를 지원한다고 한다.

각종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기반으로 중요 지표의 변화율을 산출하고 여러 가지 가능한 미래 시나리오를 작성해 이 중 지향해야 할 시나리오를 선정하며, 이를 위한 정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또한 바람직한 미래 시나리오를 실현하기 위해 중시해야 할 지표, 정책 타이밍 등을 산출하고 각 시점에서 취해야 할 정책을 검토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시스템에서 제시하게 된다. 효고현 등 여러 자치단체나 모 중앙부처에서는 히타치컨설팅의 AI를 활용해서 정책의 기초자료를 작성했다고 한다.

정책 결정에는 각 경제 주체들의 입장을 반영한 당파 간 이익의 충돌과 조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고 사회적 과제 해결이 지연돼 국력이 낭비되는 문제가 있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AI도 활용하면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하고 실현 가능한 미래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나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정책 결정 메커니즘을 강화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