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안전성 우려로 사용승인 반려
대법, 커뮤니티센터 사용금지 확정

[법알못 판례 읽기]
국민의힘 의원들이 2021년 11월 2일 경기도 성남 분당구 백현동의 이른바 '옹벽 아파트'를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2021년 11월 2일 경기도 성남 분당구 백현동의 이른바 '옹벽 아파트'를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백현동에서 야산을 깎아 최대 약 50m 옹벽을 설치한 부지에 조성된 이른바 ‘옹벽 아파트’의 일부 시설물에 대해 사용검사 신청을 거부한 성남시의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성남시는 옹벽에 대한 유지관리계획 재검토 등 보완요구 이행을 전제로 사업계획승인을 내줬다. 하지만 사업 시행자인 원고 측이 보완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자 준공 후 옹벽과 인접한 일부 시설물에 대해 사용검사 신청을 반려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사업계획승인의 내용에 따라 완공되지 않았다”며 1·2심과 같이 성남시 손을 들어줬다.

‘사용검사’ 2번 반려하자 소송 제기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024년 9월 27일 시행사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가 성남시장을 상대로 낸 사용검사 신청 반려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주택법상 사용검사에 관한 법리나 사업계획승인 내용 및 조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는 2021년 5월 백현동 616 일원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 15동, 1223가구 및 부속동 23동 등을 완공하고 성남시에 사용검사를 신청했다.

성남시는 거주동에 대해 사용은 승인했지만 옹벽과 인접한 커뮤니티센터 중 3층 사우나, 4층 작은도서관, 5층 주민카페 부분에 대해선 같은 해 7월까지 추가 보완을 지시했다. 성남시는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5조에 따라 2회 연속해 미보완 시 반려 처리할 예정”이라고도 통보했다.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는 그해 8월 향후 10년 동안 옹벽에 대한 유지관리계측계획서 등 보완 서류를 제출했으나 성남시는 이를 반려하면서 옹벽 구조안전성 검증용역 결과 등을 제출하라고 했다.

이후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는 30년 동안 유지관리계측계획서 등을 다시 제출했으나 성남시는 보완사항 미제출을 이유로 사용검사 신청을 또다시 반려했다.

성남시 결정에 불복한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는 사용검사 신청 반려 처분 취소 소송(1차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수원지법은 2021년 12월 “피고가 원고에게 한 보완 통보는 피고가 이 사건 공동주택 및 옹벽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부과한 조건”이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 사건은 시행사 측이 항소를 취하해 종결됐다.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는 2022년 3월 다시 사용검사를 신청했으나 성남시는 보완 조치를 내렸고 이에 보강대책을 제출했지만 이번에도 반려됐다.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는 성남시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추가 보완 조치가 필요한지 질의하면서 ‘입주자대표회의와 협의해 30년간의 유지관리비용을 20억원으로 책정하고 이를 원고가 지원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보완 조치계획을 제출했다.

성남시는 “유지 관리비용(20억원)에 대한 적정성 여부, 신탁사 또는 입주자대표회의 계좌에 현금 예치하는 방안이 사업 주체의 유사시 보강대책을 이행하는 담보 방안으로 적정한지 여부 등이 불확실하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또 “이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와 합의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므로 제출된 유지관리계획서는 재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성남시는 2022년 5월 원고 회사에 ‘2회 연속 미보완’을 이유로 사용검사 신청을 반려하는 처분을 내렸고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는 이 사건 소송(2차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시행사 측은 “원고는 피고로부터 승인받은 이 사건 사업계획내용에 따라 이 사건 공동주택을 완공했고 이 사건 쟁점 건물을 포함해 위 공동주택 전체에는 아무런 건축상·법률상 하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설사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에 비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원고나 이 사건 공동주택의 수분양자들에게 발생할 피해가 매우 크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스1
1·2·3심 “반려 처분 정당”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차 소송 결과에 따라 새롭게 판결하지 않고 사건을 바로 수원고법으로 이송했다. 2심 재판부 판단도 1심과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아파트가 사업계획승인 내용에 따라 완공됐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용검사 신청 반려 처분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사업계획승인에는 ‘절개지 사면에 대한 안전성 확보’가 그 조건으로 포함됐는데 재판부는 이러한 ‘조치계획’의 이행이 사업계획승인의 일부라고 봤다.

아파트 준공에 앞서 성남알앤디피에프브가 조치계획으로 제출한 ‘준공 후 30년간 유지관리계획’에는 옹벽의 기울기 변화와 지중 지하수 수위의 변화를 감지해 알려주는 자동 계측기의 숫자와 그 설치 위치가 특정돼 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실제 설치된 옹벽의 계측기가 이 사건 조치계획에서 정한 내용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조치계획에서 정한 준공 후 유지관리대책에 수반돼야 하는 이행 담보 방안도 충분히 마련됐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완공된 이 사건 공동주택과 원고가 보완한 보강대책이 이 사건 조치계획에서 정한 계측관리 사항과 이행 담보 방안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 아파트는 ‘계측관리 사항 및 이행 담보 방안’과 관련해 사업계획승인의 내용에 따라 완공되지 않았다”며 “원심의 판단에 주택법상 사용검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업계획승인 내용 및 조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시행사 측은 준공 직후 실시된 동별 사용검사가 위법하고 사용검사 신청 처분이 ‘행정청은 처분 시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는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주장은 상고심에서 처음 주장한 것이어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 사건 아파트는 2021년 6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커뮤니티센터의 사우나·도서관·주민카페 등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돋보기]
이재명 민주당 대표 특혜 의혹 연루

옹벽 아파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민간 사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정치적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검찰은 백현동 인허가 과정에서 이 대표가 관여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10월 그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특정 민간업체에 각종 특혜성 인허가를 내주고 1356억원 상당의 이익을 몰아줬고 이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과 함께 병합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는 올해 8월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추징금 63억57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과의 친분을 토대로 정바울(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의 청탁을 받고 백현동 사업에 관한 대관 업무를 맡았다”며 이 대표와 김 대표의 특수관계를 사실상 인정했다.

한편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백현동 용도 변경을 반대했다가 다른 부서로 발령 난 뒤 해임된 공무원 A 씨는 지난해 11월 해임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2014년 백현동 개발 업무를 담당했던 A 씨는 백현동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하는 대신 한국식품연구원이 요청한 대로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상부에 제출했다. 이후 그는 업무에서 배제됐고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발령 났다가 “현장 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민경진 한국경제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