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나눠야 할 자산의 종류는 부동산, 주식, 예금 등 다양하다. 특히 부동산은 한국의 가계 자산 중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통계발표가 있을 정도로 개인이나 한 가정이 이룬 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부가 소유했던 부동산이라는 재산의 분할 방법, 분할가액 등이 이혼 후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부동산은 정확한 가격표가 붙어 있는 자산이 아니다. 시세라는 것도 추정할 수 있는 것일 뿐이며 거래가 흔하지 않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이르는 꼬마빌딩 같은 경우는 개략적인 시가를 추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부부가 대략적인 시세를 추정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합의해 재산 나누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시세라는 것은 얼마에서 얼마다 하는 수준, 예를 들어 이 부동산의 시세는 30억원에서 33억원 사이라는 ‘범위’로 존재한다.
시세의 범위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도 분할하는 쪽에서는 30억원 이하라고 주장하고 분할받는 쪽에서는 33억원 이상이라고 주장할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숫자에 합의하기가 어렵다.
부부가 이혼 그 자체에 대해서는 서로 다툼이 없는 경우라도 재산분할 대상인 부동산의 가액이 클수록 시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혼소송을 통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부동산 시가가 얼마인지를 확정하기 위해 가정법원에서는 법원에 등록된 감정인에게 시가 감정평가를 의뢰한다. 법원 감정인은 평가일 당시의 감정신청 부동산의 시가를 산정해 재판부에 제출하고 대체로 해당 감정평가액에 근거하여 재산분할이 이뤄진다.
물론 재산분할 시 기여도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서 5대 5로 나누자, 6대 4로 나누자 하는 비율을 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해 없는 재산분할을 위해서는 기여도만큼이나 나눌 금액의 가액 또한 중요하다.
정리하면 이혼 시 부동산 재산분할에서는 ‘어떤 금액’을 ‘어떤 기여도’로 나눠야 할지 각각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여도가 5대 5로 변함없는 상황이라도 나눌 부동산의 시가가 10억원이면 5억원을, 12억원이면 6억원을 분할하게 되므로 나눌 재산의 시가에 대한 적극적인 주장 내지는 방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직 법원 감정인으로 업무하다 보면 다양한 의견서를 받기도 하고 원고나 피고의 의견을 청취하기도 한다.
감정적으로 고조된 경우 기여도에 대해서만 엄청난 다툼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감정인은 부부가 이혼에 이르게 된 경위나 부부 일방이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지 등을 고려하여 평가하지 않는다.
법원 감정 결과가 나오면 그제야 가액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부동산 시가에 대한 다툼을 시작하지만 이미 결과가 나온 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시가 다툼이 어렵다.
개인이 이룬 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이라는 재산을 성공적으로 나누기 위해서는 세련된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법원 감정을 신청하기 전에 예상 법원 감정액에 대한 상담을 먼저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부동산 감정평가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관련 법령에서 규정하는 다양한 가치 형성 요인을 고려하여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인이 생각했던 시세 수준과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기여도와 관련된 부분은 법률대리인과 면밀히 상의하고 부동산 시가에 대한 부분은 법원 감정 전문가와 별도로 상의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떤 일이든지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박효정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토지보상행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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