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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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응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6년 전부터 시행됐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갑질 피해자 10명 중 6명 이상이 민원인의 갑질을 당하고도 참거나 모르는 척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기 때문이다.

20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10일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민원인 갑질'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민원인들의 괴롭힘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전체의 77.9%를 차자했다.

특히 갑질 피해자라고 밝힌 답변자 가운데 61.9%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답했고 "회사를 그만뒀다"는 응답도 25.6%에 달했다. 반면 "회사에 대책을 요청했다"는 피해자는 26.3%, "고용노동부와 국민권익위원회 등 관련기관에 신고했다"는 피해자는 6.9%에 그쳤다.

이밖에 전체 응답자 가운데 회사가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은 53.6%,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모른다는 대답은 63.9%를 차지했다.

또 응답자의 16%는 고객, 학부모, 아파트 주민 등 민원인에게 갑질을 경험한 적 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의 경우 갑질 경험 비율이 26.4%로 평균보다 10.4%포인트 높았다.

직장갑질119 송아름 노무사는 "법에 따라 고객응대 업무 매뉴얼 마련이 의무화됐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형식적인 조치를 하는 데 그쳤다"며 "위반 시 제재 규정이 없어 노동부가 관리·감독에 미온적인 것도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감정노동자 보호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등)는 고객 응대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폭언·폭행 등으로부터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조항으로 2018년 10월 18일부터 시행됐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