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법원은 고려아연의 자사주(자기주식) 매입을 저지하기 위해 영풍·MBK 연합이 신청한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2일에도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 측이 최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1차 가처분 기각 직후 다시 제기된 2차 가처분마저 법원이 기각하면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무리한 공세를 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날 법원 결정 직후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인 베인캐피털과 함께 오는 23일까지 전체주식의 최대 20%에 해당하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계획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완료한 뒤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겠다"고 밝혔다.
영풍·MBK 연합은 "본 가처분 결정이 고려아연에 미칠 악영향은 물론 향후 국내 자본시장과 기업 거버넌스 부문에 얼마나 중요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대해 법원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쉬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영풍·MBK 연합은 "오는 23일까지 진행되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를 지켜본 후 임시 주주총회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영풍·MBK 연합은 손해배상청구와 업무상 배임 등 본안소송을 통해 고려아연 현 경영진에게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했다. 이번 2차 가처분에서는 고려아연이 승리했으나 양측의 공개매수가 한쪽의 과반 지분율 확보 없이 마무리될 전망이라 내년 주주총회 표 대결로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의 지분 7.83%를 보유해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선택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영풍·MBK 연합은 궁극적으로 이사회를 장악해 최 회장의 해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임기가 만료되지 않은 이사를 교체하는 것이 현재로선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 회장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고려아연 현 이사회가 임시 주총 개최를 거부할 경우 영풍·MBK 연합이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해야 하므로 실제 주총 시기는 내년 초로 밀릴 수 있다.
아울러 영풍·MBK 연합은 지분 5.34% 추가 확보에도 아직 40%에 미치지 못하는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장내 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차에 이어 2차 가처분까지 승소해 명분싸움에서 승기를 잡게 된 고려아연은 영풍·MBK 연합에 맞서 현대차그룹(5.05%), LG화학(1.9%) 등과 추가 협력을 끌어내고 추가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최 회장은 다음달 중순 방한하는 트라피구라 회장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의 우군으로 알려진 트라피구라는 고려아연 지분 1.49%를 보유한 글로벌 원자재 거래 중개 기업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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