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한국경제신문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한국경제신문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이를 막으려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분쟁이 오는 21일 또다시 분수령을 맞게 됐다.

21일 법원은 고려아연의 자사주(자기주식) 매입을 저지하기 위해 영풍·MBK 연합이 신청한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2일에도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 측이 최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1차 가처분 기각 직후 다시 제기된 2차 가처분마저 법원이 기각하면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무리한 공세를 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날 법원 결정 직후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인 베인캐피털과 함께 오는 23일까지 전체주식의 최대 20%에 해당하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계획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완료한 뒤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겠다"고 밝혔다.

영풍·MBK 연합은 "본 가처분 결정이 고려아연에 미칠 악영향은 물론 향후 국내 자본시장과 기업 거버넌스 부문에 얼마나 중요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대해 법원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쉬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영풍·MBK 연합은 "오는 23일까지 진행되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를 지켜본 후 임시 주주총회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영풍·MBK 연합은 손해배상청구와 업무상 배임 등 본안소송을 통해 고려아연 현 경영진에게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사진=뉴스1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사진=뉴스1
이번 2차 가처분에서는 고려아연이 승리했으나 양측의 공개매수가 한쪽의 과반 지분율 확보 없이 마무리될 전망이라 내년 주주총회 표 대결로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의 지분 7.83%를 보유해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선택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영풍·MBK 연합은 궁극적으로 이사회를 장악해 최 회장의 해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임기가 만료되지 않은 이사를 교체하는 것이 현재로선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 회장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고려아연 현 이사회가 임시 주총 개최를 거부할 경우 영풍·MBK 연합이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해야 하므로 실제 주총 시기는 내년 초로 밀릴 수 있다.

아울러 영풍·MBK 연합은 지분 5.34% 추가 확보에도 아직 40%에 미치지 못하는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장내 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차에 이어 2차 가처분까지 승소해 명분싸움에서 승기를 잡게 된 고려아연은 영풍·MBK 연합에 맞서 현대차그룹(5.05%), LG화학(1.9%) 등과 추가 협력을 끌어내고 추가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최 회장은 다음달 중순 방한하는 트라피구라 회장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의 우군으로 알려진 트라피구라는 고려아연 지분 1.49%를 보유한 글로벌 원자재 거래 중개 기업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