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에서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각국의 방산부문 지출 역시 증대되는 추세다. 그간 내수용으로 평가받던 한국 무기는 러·우 전쟁과 폴란드 특수에 힘입어 명실상부한 수출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의 세계 무기수출 시장점유율은 2018~2022년 기준 2.4%로 세계 9위다. 수출시장에서 미국(40%), 러시아(16%), 프랑스(11%) 3강을 제외하면 4위 중국(5.2%), 5위 독일(4.2%) 등과 점유율 격차는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의 ‘방산 수출 4대 강국’ 목표가 실현 가능한 목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K방산 수출 대상국도 2022년 폴란드 등 4개국에서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핀란드, 노르웨이 등 총 12개국으로 늘었고 수출 무기체계도 6개에서 12개로 다변화됐다. 수출 성장을 견인한 K방산의 경쟁력은 좋은 품질과 낮은 비용이라는 압도적 가성비와 신속한 공급 능력에 있다. 오랜 남북 대치하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공장 자동화를 통해 축적된 제조업 역량이 바탕이 됐다.
전 세계 10개국에서 운용 중인 베스트셀러 K9 자주포 가격은 경쟁품목인 독일 PzH2000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 진출도 노리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미 육군과 자주포 현대화 사업(SPH-M) 추진을 위한 성능 시험 계약을 맺었다. LIG넥스원은 미국 해외 비교 시험(FCT) 최종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유도로켓 ‘비궁’의 미국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K방산이 한국의 새로운 성장엔진 역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체 무기 개발 및 국산화가 필수적이다. 전 세계 자주포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와 폴란드에 1000대 수출에 성공한 현대로템의 K2 전차는 각각 엔진과 변속기의 국산화에 성공해 수출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그동안 독일 MTU 엔진을 사용해 수출 시 독일 정부의 수출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핵심부품 국산화로 수출 통제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실제 2020년 독일이 중동으로의 무기 수출을 막으면서 UAE와 수출 계약이 막판에 무산된 바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민간 주도 우주개발과 함께 국방 우주분야 개척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방산업체들의 우주산업 진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우주산업은 위성을 활용한 지휘통제·감시·교란·타격 정밀화 등 국방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높다.
최근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파병한 사실을 포착한 것도 정부가 2013년 쏘아올린 다목적 실용위성 5호(아리랑 5호)였다.
그동안 한국은 독자 정찰위성이 없어 대북 위성정보 80% 이상을 미국 등 해외 정찰자산에 의존해왔으나 북한의 핵 시설과 미사일 기지 등 핵심 표적을 독자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2025년까지 정찰위성 총 5기를 전력화하는 ‘425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화시스템은 2018년부터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SAR 센서와 데이터링크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다. 올해 4월 발사한 2호기를 포함해 모두 4기의 SAR 위성 탑재체를 공급한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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