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산업경쟁력 리포트-자동차]

현대자동차·기아를 필두로 한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싸구려 이미지는 벗어 던진 지 오래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와 같은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성능과 디자인,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까지 갖춘 한국 차는 이제 전 세계 도로 위를 질주하고 있다.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한국 기업의 로고가 박힌 차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해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역대급 판매를 기록하며 국내 수출 지형을 바꿔놓기에 이르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자동차산업 동향’을 보면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보다 31.1% 증가한 709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오랜 기간 부동의 수출 1위였던 반도체를 제치고 자동차가 한국의 최고 수출 효자로 등극했다.
한국 차의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은 현대차와 기아다. 두 기업은 차량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서 활약한 이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왔다. 또 해마다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며 연구개발(R&D)에도 공을 들였다.
그 결과 현대차와 기아는 내연기관차부터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등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이처럼 모든 파워트레인(동력전달방식)을 만들 수 있는 완성차 기업은 세계로 눈을 돌려도 현대차와 기아가 사실상 유일하다.
디자인도 진화를 거듭했다. 루커 동커볼케 등 업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들을 스카우트하며 매년 신차 출시 때마다 파격적인 실내외 공간을 선보여 나갔다. 현대차와 기아를 바라보는 국내외 소비자들의 인식도 혹평에서 호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다. 테니스, 축구, 농구 등 세계적인 스포츠 경기 및 리그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며 공식 후원사로 나섰다.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대회마다 자사의 로고 및 광고를 등장시키며 현대차·기아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이런 노력 끝에 현대차·기아는 2022년 일본 도요타,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글로벌 판매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1~3위는 같았는데 현대차·기아는 폭스바겐과의 판매량 격차를 크게 줄이며 머지않아 다시 순위가 바뀔 수 있음을 예고했다.

물론 한국 자동차산업의 전망을 마냥 장밋빛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이다. 과거 한국 기업들이 독주를 이어갔던 조선과 철강, 디스플레이 산업도 갑자기 등장한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큰 어려움을 겪었다. 자동차산업에서도 이와 비슷한 흐름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비야디, 지리자동차 등 여러 중국 완성차 기업들이 최근 파격적인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들 또한 현대차·기아처럼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며 계속해서 디자인과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어 한국 자동차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